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8호 여기는
변화하는 블로그 풍경
“사람들이 RSS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자동화된 웹 서핑이라고 말한다.

이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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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블로거의 독백으로 블로그 제목을 변경한 아거님

'어느 블로거의 독백과 방백’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던 아거님(http://gatorlog.com)이 자신의 블로그 제목을 ‘어느 블로거의 독백’으로 바꾸었다.

“어느 블로거의 독백과 방백으로 블로그 이름을 적어왔지만, 앞으로는 어느 블로거의 독백만 될 것입니다. 각박한 세상에 희망찬 이야기를 주지 못하고 냉소적인 시선만 보낼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여간 마음에 걸리는 게 아닙니다. 더구나 사는 공간이 미국이다 보니, 보고 듣고 읽는 게 대부분 미국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내 필요에 의해 기록하고 링크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데 아무 필요도 없고 도움도 안되는 이야기를 굳이 RSS배포까지 할 필요가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게이터로그의 RSS 배포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영문과 링크, 짧은 코멘트 위주로 기록을 남길 것입니다. 들려주시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지만, 가급적 기억에서 지워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립니다.”

다른 이의 블로그에 직접 방문하는 대신 블로그 구독기를 이용해 해당 블로그의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은 RSS라는 기술 덕인데 아거님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더 이상 RSS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불특정 다수(관객)를 향해 건네던 이야기(RSS)를 접고 독백만으로 자신의 공간을 채우겠다는 말이다. 그는 2004년 2월에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아무래도 지난 번에도 한 번 시니컬하게 말했듯이, '블로그 파 봤자 돈도 안 나오고, 시간만 허비하는 짓을 뭐하러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지금 여러분이 쓰고 있는 블로그는 머지 않아 순간 폭파 공법에 의해 와르르 날아갈 수도 있다는 겁니다.”

나는 이 글을 읽고 블로그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운영하는 것이 좋으며, 또한 나 자신을 위해 운영할지라도 매순간 그 목적에 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1년 반이 지난 지금 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인터넷 매개 의사소통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실험이라고 볼 수도 있다. RSS 중단 공지글에 달린 다른 이들의 덧글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RSS 비공개로 인한 불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평소 가까이 교류하던 분들께 굉장히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그래도 RSS를 공개해 놓고 아예 잠수하거나 다른 곳에 몰래 글을 올리는 것보다는 이게 더 현명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RSS feed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롭게 되는 날, 혹은 불특정 다수를 위해 거침없이 글을 쓸 용기가 다시 생기게 되는 날, 다시 RSS배포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의 실험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게 되기를 바란다. 이런 고민은 다른 블로그에서도 엿볼 수 있다. 호프님(http://hof.pe.kr)은 아거님의 의견과 더불어 가디록님과 자신의 의견을 발췌, 비교하였다.

“xml의 원래 기능이 무엇이건 간에, 그리고 블로그의 의의와 의미가 무엇이건 간에 내가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다. 원래의 의미가 무엇이건 신경 안쓰기로 했다. 내가 무슨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블로그를 만든 것이 아닌 이상, 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기로 했다.” (가디록 - http://cometpark.egloos.com)


▲아거님의 다른 글

“문제는 그러한 블코의 피딩과 방문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내가 의식하고 있다는 점이고 그 의식이 나의 블로깅이 전적으로 나의 로그가 되지 못하도록 일정정도의 (자발적인) 편향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블로그하는데 RSS를 빼는 것이 더 편하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자신을 위한 블로깅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호프)

나는 최근 스팸 트랙백에 대한 근본적인 대처 방법을 찾지 못해 트랙백 기능을 빼버렸다. 그럼 잠시 혼란에 빠진다. 블로그의 주요한 두 가지 기술적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RSS와 트랙백을 제공하지 않는 블로그를 블로그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만일 누군가가 그것은 블로그가 아니라고 한들 어떠하랴. 도구를 사용하는 풍경은 언제나 다양하고 그 풍경에 따라 도구는 진화하기 마련이다. 아거, 호프, 가디록의 사례에서 공통으로 언급되고 있듯 도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도구를 사용하는 이의 생각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여러 제약과 속박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 우리는 글을 쓰고 블로그를 운영한다.


▲RSS 중단이유에대한 블로거들의 의견을 모아놓은 호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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