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8호 장애없는
정부포털 국정홍보처 웹 접근성 ‘낙제’
‘홍보’도 제대로 못하면서 ‘참여’를 하겠다니

소장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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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홍보처 홈페이지(http://allim.go.kr) 열린우리당 안민식 의원은 지난 9월 23일 국정감사에서 문광위 소관 국정홍보처 홈페이지의 장애인 웹 접근성이 가장 엉망이라고 질타했다.

키보드(또는 키보드 인터페이스)만으로도 웹 콘텐츠가 제공하는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텍스트 아닌 콘텐츠’(non-text contents) 중에서 글로 표현될 수 있는 모든 콘텐츠는 해당 콘텐츠가 가지는 의미나 기능을 동일하게 갖추고 있는 텍스트로도 표시되어 있어야 한다.”

이는 지난 2003년 11월 정보통신부가 만든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의 일부이다. 이 지침은 장애인, 노인 등 신체적 약자들이 어려움 없이 인터넷 환경에 자유롭게 홈페이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시된 웹 제작 가이드라인이다. 총 14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5월 행정기관이 홈페이지를 제작할 때 이 지침을 고려하라고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기관 홈페이지 구축·운영 표준지침’을 제정해 고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침들이 과연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을까?

물론 아니다. 특히 이 지침을 앞장서서 지켜야할 대표적인 정부부처인 ‘국정홍보처’(http://allim.go.kr)에서 앞장서서 어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아래 문광위) 소속 열린우리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 9월 23일 국정감사에서 문광위 소관 기관 중 국정홍보처 홈페이지의 장애인 웹 접근성이 가장 엉망이라고 질타했다. 안 의원은 직접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개발한 웹접근성 평가도구 ‘카도와(KADO-WAH)’를 사용하여 국회 문광위 소속 총 46개 기관의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장애인 웹접근성 평가를 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정홍보처 홈페이지는 대체 텍스트 사용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으며, 키보드로 서브메뉴에 접근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지난 9월 20일 현재 메인 페이지에서만 1천962건의 오류가 발견됐다. 이중 이미지의 대체 텍스트가 없는 콘텐츠가 1천184개였고, 키보드로 서브메뉴에 접근할 수 없는 콘텐츠가 770건이었다. 똑같은 조건에서 테스트 했을 때 청와대는 오류건수가 0건, 국세청과 건교부는 단 2건, 정보통신부는 4건으로 나타난 것과 비교한다면 국정홍보처의 뻔뻔함을 좀더 여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국정홍보처는 지난해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실시한 웹접근성 실태조사에서도 64.8점을 받아 정부부처 평균 66.1점에도 미달했다. 이러한 평가를 받은 후 홈페이지 개편작업(2004년 12월)까지 실시했지만 이 모양이다. 장애인 접근성 문제는 전혀 시정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 처 알림마당 홈페이지는 국가정책홍보, 정보공개, 국가이미지 제고 등을 위한 정부 포털로서의 위상을 정립해 가고 있으며, 단순히 수집 자료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각 행정기관 보유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국정관련 정보의 관문 역할 수행을 위해 지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정홍보처가 안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서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고 한다. 국정홍보처가 자신들의 표현대로 ‘정부 포털’이라고 자임하면서도 장애인의 웹 접근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장애인은 국정홍보의 대상이 아니라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지적을 무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본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홍보처 홈페이지의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자체 평가 결과 ‘검토하겠다’는 정도의 답변만 있는바, 이는 국정포탈, 정부대표사이트를 자임하고 있는 국정홍보처의 자기인식에 비할 때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참여정부가 아니라 불참정부다!” 장애인언론 기자생활을 하면서 최근 장애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소리다. ‘참여정부’라고 스스로 기치를 내세우고 있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 ‘불참정부’라니 이보다 더 치욕스런 비판이 있을 수 있을까?

참여정부라면 국민들을 더 이상 홍보의 대상이 아닌 참여의 주체로 인식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아직 장애인은 홍보의 대상조차 되지 않고 있다. 아니, 장애인은 아직 국민조차도 아니다. 얼마 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장애인들의 집회에 참석해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내뱉은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인권의 현실을 볼 때 이 나라는 아직 민주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 장애인들이 당하고 있는 이 현실을 볼 때, 지금 장애인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헌법에 보장된 국민으로서의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가 철저히 보장돼야합니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는 여전히 그렇지 않습니다. 여전히 우리의 현실은 돈이 많거나 힘이 세거나 뭔가 우월한 지위에 있는 그런 사람들일수록 헌법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고 있을 뿐입니다. 힘이 없는 사람,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 약한 사람, 이런 사람들은 아직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고 그들에게 이 헌법은 우리의 헌법이 아닌 것입니다.”

노 의원은 장애인들의 염원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인물이다. 노 의원의 말마따나 ‘헌법’도 안 지키고 있는데, 강제력도 없고 권고 수준밖에 안되는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을 지키라는 안 의원의 지적이 들릴 리 없겠다. ‘참여’를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노무현 정부의 뻔뻔함에 숨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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