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8호 과학에세이
라돈

이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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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최근 암으로 죽은 사람 중에서 원인별로 보면 폐암이 으뜸이다. 최근 10년간 인구 10만명당 8.7명이 증가하여 전체 암사망자(133.5명/10만명, 2004년)의 20.6%(27.5명)나 차지하고 있다. 이상하다. 지난 한해만 하더라도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57.8%에서 50.3%로 떨어졌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가 있었다. 그동안 폐암 사망률이 늘어나는 것을 인구의 노령화와 흡연 인구의 증가 때문이라고 봤던 것은 어딘가 잘못된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지금 우리 비흡연자들의 폐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 용의자 중의 하나가 라돈이다. 지각의 암석이나 토양 중에 존재하는 우라늄(238U)과 토륨(232Th)이 방사성붕괴를 거듭한 후 생기는 불활성 기체이다. 라돈 자체는 방사성 가스이지만 불활성이므로 사람이 호흡하더라도 폐에서 흡수되지 않고 약 2시간만에 다시 방출되니까 별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라돈이 붕괴하여 만들어지는 폴로늄(218Po), 비스무스(214Bi), 납(214Pb)과 같은 입자상의 방사성 핵종(‘라돈자손’이라고 부른다)이 먼지 형태로 공기 중에 떠돌거나 어떤 물체의 표면에 흡착되어 인체에 흡입되는 경우이다. 라돈자손을 흡입하면 폐에 흡착되며 여기서 방출되는 알파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라돈을 자연방사선 방어대상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매년 폐암사망 중 약 2,000건(전체의 약 6%)은 거주지 라돈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며, 흡연으로 인한 폐암 다음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매년 발생하는 6,000-36,000명의 폐암사망(전체의 10-12%)이 실내 라돈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서울시내 대부분의 지하철 역사에서 지하로 내려갈수록 라돈 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고, 6개 지하역사에서는 미국 환경청의 권고기준(4pCi/L)을 초과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지하철 역사의 지하수에 포함된 라돈 함량은 역사보다 더욱 높게 나와서 이미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지금껏 ‘실내공기질관리법’에서도 라돈은 측정대상에서 제외된 상태이고, 다른 나라와 같이 정밀한 라돈지도를 만들기 위한 조사가 진행된 적도 없다.

청계천이 복원되었다고 한다. 도하의 언론들은 찬양일색으로 난리법석이다. 그들이 말하는 청계천은 생태하천이자 공해물질을 정화하는 친환경 하천이다. 그것은 생태계의 복원이 아니라 인공의 하천에 불과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쫓아내고 지주와 개발업자들에게 막대한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거대한 파괴적인 개발 사업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는 일반 대중들에게 전달되기에 역부족이다.

청계천에 새로 흐르게 된 물은 팔당 하류에서 끌어다 온 것이란다. 이명박과 같은 독선적인 개발주의자들이 물길을 낸답시고 서울의 지하수들을 무분별하게 끌어다가 청계천을 정제되지 않은 라돈의 강으로 만드는 우울한 상상이 깨져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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