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8호 교육과
민주화된 학교가 필요한 이유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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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우울한 얘기가 들리고 있다. 전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급식에 불만을 품은 학생이 도교육청에 학교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가 퇴학처분을 받은 일이 생겼다. 자신이 속한 학교에서 어떤 문제제기를 해왔고, 그에 따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어, 뭐라 딱 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으나 과도한 처벌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답답한 마음을 그저 인터넷 상에 올리는 것으로 해소하려고 했다면, 그 학생의 문제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빈발하는 인터넷 상의 마녀사냥을 생각한다면, 학교 측에서도 당황스러운 일이었으리라 보고, 그에 따른 대응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권력을 가지고 있는 -- 학생을 징계할 수 있는 -- 학교의 대응이 그런 정도여야 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범죄 행위를 보았을 때, 그 개인의 문제만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물론, 그 개인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 사회적인 구조와의 관계를 찾아보고, 관계가 있다면 범죄 행위의 원인이 되는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 학생의 행위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 하더라도, 그 행위의 원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학교도 교육기관으로서, 제대로 된 임무를 수행해왔는지 따져보고 책임질 것이 있다면 책임져야 할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타인의 권리를 소중히 여기는 교육을 해왔다고 할 수 있는가? 학교의 권위만으로 학생들의 의사를 무시해 왔던 것이 아닐까. 그런 환경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당연히 자신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어야 하는 것일까?

그래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것은 사실이다. 형식적인 측면이 강하다 할지라도 상급기관에서는 학교의 교칙을 학생들의 의사를 실질적으로 반영해서 결정하라고 하고 있으며, 학교에서도 현장체험학습이나, 수련회, 앨범 제작, 급식 등의 문제를 학생들의 대표조직인 학생회와 협의해서 결정을 하고 있다. 심지어 교육과정의 편성 운영과 관련한 부분도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려고 하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도 학생들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학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학교는 일반적으로 교장의 명령에 모든 것이 움직이는 학교이다. 교사들 스스로가 민주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독재와 복종에 길들여진 교사들은 학생들도 똑같이 만드는 법이다. 그래서 수련회 장소를 정하던, 급식 업체를 정하던, 앨범 제작사를 정하던 교장의 한 마디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관행을 만든다. 결국 부당함을 견디지 못하는 학생들과 직접적인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결론은 학교가 민주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들의 조직이 민주화되어야 학생들도 민주화될 수 있다. 학생들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교사들의 권리도 보장된다. 그래야 학생들이 주인 되는, 교사들이 주인 되는 학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고서도 저런 문제가 나온다면 그 학생은 정말로 학교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문제가 원만하게 잘 해결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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