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8호 파워인터뷰
‘all rights reserved’가 아니고 ‘some rights reserved’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이대희 사무총장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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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정보법학회는 어떤 단체인가?
이대희 : 정보법학회는 96년 4월에 만들어졌다. 정보사회에서 새롭게 발생하고 있는 여러 법적인 문제를 분석하거나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사례연구회나 정기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으며, 회지도 발간하고 있다. 회원은 주로 판사, 검사, 변호사, 교수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보통신관련 업계에서도 참여하고 있다.

이은희 : 정보법학회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대희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와 정보법학회가 일을 함께 하게 된 것은 2003년 6월에 열린 ‘디지털 정보의 공유와 전유, 갈등은 존재하는가’라는 국제 심포지움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사무총장인 글렌 브라운이 이 심포지움에 참석했는데, 그쪽에서 먼저 정보법학회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에 참여하지 않겠는가’라는 제안을 했다.

이은희 :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이대희 : 2003년 6월에 제안을 받은 후 그해 12월, 정보법학회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측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작년 가을, 내가 참여한 후부터이다. 정보법학회에 운영진이 약 열명 있는데, 작년 9월부터 열 명이 이 사업에 꼬박 매달려 작업을 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본부는 라이선스 전문을 그대로 번역한 다음 각국 법에 맞게 고칠 것을 요구한다. 내가 문서를 번역하여 초안을 만들고 운영진에 있는 판사, 변호사들이 다시 검토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서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올해 3월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가 정식으로 발족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홈페이지(www.creativecommons.co.kr). 2005년 3월 출범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는 출범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some right reserved'또는 'no rights reserved'라고 나타넬 쉽고 믿을 만한 방법을 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희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있는 웹사이트는 얼마나 되나?
이대희 : 8월 현재 세계적으로는 5,300만 페이지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를 채택하고 있다. 국내 통계는 아직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상당수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있다고 보고 있고, 나도 내 저작물 40여 개에 모두 이 라이선스를 채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은희 :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을텐데.
이대희 : 홍보하는 작업이 상당히 어렵다. 특히 어려운 점은 우리 사회의 문화다. “책 도둑도 도둑이냐”라는 분위기가 한국사회에서는 아직까지 지배적인 것 같다. 또한 저작자들 가운데에는 “뭐 내 저작물을 이용하려면 해라”라는 사람들도 많다. 굳이 라이선스를 채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이런 상황이어서 홍보 부분이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 그리고, 아직은 개인적인 고민인데, 학회들을 중심으로 라이선스를 채택하는 사업을 할 생각이다. 교수들은 자신들의 저작물을 가지고 돈벌이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오히려 쉽게 조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려운 점은 학회들이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들과 계약을 맺고 (논문 등에 대한 저작권을) 넘긴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인터넷에 보면 내 논문도 이천몇백원에 팔리고 있는데, 어이가 없다. 아마 학회들이 계약을 맺고 넘긴 것 같다. 논문은 팔리는데 저작자에게 돈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이용자 입장에서는 사용하고 싶지만, 회원등록을 하고 돈을 지불해야 하는 등의 귀찮은 절차를 밟아야만 한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저작물을 인터넷에 올리게 되면, 이런 문제가 상당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은희 : 개인적으로 이 사업에 함께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이대희 : 인하대학교 법학부에서 지적재산권에 관련한 강의를 하고 있는데, 저작권이 너무 강력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이 문제는 나라간의 역학관계와도 관련이 있다. 국제 저작권 체제에서 강력한 발언자인 미국은 가진자다. 미국의 경우 저작권을 강력하게 보호하는 것이 국익을 위한 것이니까. 하지만 저작권이 지나치게 강력하다보니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어려워지는 것이다. 내 저작물이 40여건이 넘는데, 실제로 이 저작물에서 경제적인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내 저작물이라는 것을 표시만 한다면 얼마든지 갖다 쓰고 번역 등 2차적 저작물을 만드는 것에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나뿐만이 아니고 많은 저작자들이 이런 생각을 한다고 본다. 이렇게 나와 이용자간에 연결해 줄 고리가 필요했다.
며칠 전 유럽에서 출판된 책 한 권을 180달러를 주고 샀다. 하지만 내가 쓴 인터넷과 지적재산권이라는 책은 3만원이다. 비교를 위해서는 다른 기준도 있겠지만, 우리 시각에서 미국이나 유럽 책은 너무나 비싸고, 이런 부분은 저작권이 과도하게 적용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180달러라면, 나같은 교수도 카피해서 쓰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 않겠나. 내가 주로 저작자의 입장이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평소에 이런 문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정보법학회에서 요청이 들어왔을 때 흔쾌히 승낙했다.

이은희 : 현재 저작권 체제에서 과도한 부분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대희 : 예를 들어 미국 USA 투데이에 들어가서 기사를 검색하고, 내용을 보려면 신용카드를 요구하는 등 비용을 지불하라고 한다.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다. 품질에 별로 차이도 없는데 브랜드가 들어가면 가격이 엄청나게 오른다. 이런 것이 지적재산권의 폐해다. 하지만 저작물이라는 것이 카피 아닌가. 저작권법적인 의미에서 카피가 아니고 문화적인 의미에서 카피인 것이다. 하지만 몇 페이지만 복사해도 저작권법을 고려해야 하고, 저작물의 단가가 이렇게 올라가고 하는 상황이 정보를 광범위하게 확산시키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제도가 창작을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인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특히 미국 중심으로 (저작권 체제가 편재)된 때문이고, 50년이던 저작권 보장기간이 70년으로 늘어난 것도 미국 디즈니의 로비 때문이다. 사실 책 등을 봐도 저작자 사후 50년까지 저작권을 보장할 것도 없다고 본다. 이렇게나 보장할 가치가 있는 책이 얼마나 있나. 저작자 사후 50년이라는 것은 다음 세대까지 보장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길다. 게다가 소프트웨어의 저작권 보장기간도 50년인데, 소프트웨어라는 것은 2,3년만 지나도 세월에 뒤쳐지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하지 않나. 이런 것이 저작물의 광범위한 배포, 이용에 저해된다는 생각이다.

우리 저작권법은 1조에 저작자에 대한 보상과 저작물의 이용, 두 가지 목표를 두고 있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인해 저작권이 쉽게 침해되고, 저작자들이 돈을 갖고 있는 입장이니까 계속 저작권이 강화되고 있는데, 저작권법의 목표는 저작자의 권리만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저작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창조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이때 재창조를 위해 먼저 뭔가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배타적인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한쪽만 강화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이은희 : 향후 저작권 체제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이대희 : 한마디로 전망하기는 어렵다. 저작권은 권리의 확대의 역사이고, 기술발전에 대한 대응의 역사다. 처음에는 복제권만으로 충분히 보장되었는데 방송이 생기면서 방송권이 생기고, 인터넷이 확장되면서 전송권이 신설됐다. 이런 것이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음원을 보면 축음기, LP, CD 등으로 저작물을 담는 매개체는 계속 변화해왔고, 지금까지는 저작물을 담는 매개체를 소유함으로서 저작물을 이용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매개체를 보유하지 않고 이용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영화는 비디오 테잎, DVD를 보유하는 식으로 왔는데, 앞으로는 스트리밍하는 형식이 되지 않을까.

앞으로 저작권이 더 강화될지, 다른 권리가 보장될지 한마디로 전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제 정세를 보면 미국이나 유럽이 저작권과 관련된 국제적인 의제들을 끌고 가는 한 저작권이 확대강화되는 식으로 나갈 것이라고 본다. 이 틈에서 우리는 우리 이익을 찾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까.



이은희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도 여러 번 언급하고 있는 GPL은 저작권 시스템의 붕괴까지 바라보고 있다. 이런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대희 : 글쎄. 저작권이 없는 상황을 실험할 수도 없는 것이고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저작권은 1400년대부터 인정된 권리다. 인쇄술이라는 것이 발명되면서 저작권이라는 제도가 생겼다. 앤 여왕법이 저작권과 관련된 최초의 성문법이다. 그 전에는 저작물에 대한 특권을 국왕이 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기도 했다. 이렇게 저작권 개념이 유럽 각국에 퍼져나가고 미국에도 생기고 했다. 저작권은 연금처럼 정해진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주는 것이다. 독점적인 권리를 줄 테니까 시장에서 회수하라는 것이다. 완전시장보다 저작권이 존재하는 독과점 시장에서는 높은 가격에서 시장이 형성되고 소비자 잉여가 적다. 하지만 이 줄어든 소비자 잉여가 저작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인센티브가 되는 것이다.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에서 저작물이 만들어지겠느냐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다. 만들어지더라도 굉장히 적을 것이다.

GPL의 경우 저작권체제의 붕괴도 얘기한다고는 하지만, 오픈소스라이선스의 경우 기반을 넓히려는 의도도 있지 않나. GPL이 저작권을 붕괴시킬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레식 교수도 저작권 체제를 현실적으로 없앨 수는 없으니까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저작물을 널리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나온 방안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라고 본다. 인센티브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책이 2,000부 팔렸다고 가정해 보면, 이 정도는 일반 출판사에서도 손익분기점이 1,000부내지 1,500부니까 경제적인 이익은 거의 없다. 하지만 10,000부, 20,000부 팔리는 책을 쓴 사람들에게는 저작권이 굉장히 중요한 인센티브가 될 것이다.

이은희 : 정보공유라이선스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이대희 : 정보공유라이선스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나 저작물을 광범위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 제도에 대한 입장이나 바탕은 달라도 라이선스에 대한 입장은 비슷하다고 본다. 하지만 정보공유라이선스와 비교할 때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 6월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대표자회의가 있었다. 나도 한국에서 두 사람과 함께 갔는데, 90개국 정도에서 왔다. 현재 32개국에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가 시작되었고, 준비하고 있는 나라는 더 많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정보공유라이선스와 국내에서는 같다고 본다. 출발점도 같고.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의 장점은 국제적이라는 것이다. 32개국에서 하고 있고, 일년에 10개국 이상씩 늘어날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를 통해 한국의 이용자들이 외국 저작물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이 장점이라고 본다.

또 하나는 국가적인 이익과 관련된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에서는 ‘사이언스 커먼즈’라는 것을 시작했다. 이것은 과학논문들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국내에서 네이쳐나 사이언스를 구독하기 위해 굉장히 비용을 많이 지불하고 있지 않나. 6월 미팅때 미국 대학들을 중심으로 ‘no rights reserved’를 그 주요 내용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과학 논문의 경우 다른 논문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니까. 미국 학자들이 이렇게 운동을 하는데 미국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입장에서는 굉장히 유리하지 않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는 우리 국익에 굉장히 유리하다고 보고, 이런 점에서 더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

이은희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의 향후 사업 계획은?
이대희 : 향후 사업방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홍보다. 내부에서는 홍보방법을 어떻게 정할지 계속 논의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일반인이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편할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은희 :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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