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9호 리포트
이 끔찍스런 상은 받지 마라!
‘2005 빅브라더상’ 조직위원회 발족 기자회견 열려

임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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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스크린의 감시를 피해 일기를 쓴다. ‘빅브라더(Big Brother)를 타도하자!’ 그 순간, 누군가 나의 방문을 쾅! 쾅! 두드린다. 사상경찰이 내가 쓰던 일기를 훔쳐본 것일까? 「1984」에서 오웰이 상상하던 텔레스크린이 CCTV로, 전자태그(RFID)로, 스마트카드로, 홍채나 지문의 수집으로 대체되었을 뿐 일상의 감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는 ‘2005 빅브라더상(Big Brother Awards Korea)’ 조직위원회 발족식이 있었다. 오랜 기간 프라이버시를 위해 활동해 온 다산인권센터, 문화연대, 지문날인반대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이 주관단체로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것이다.
이번 시상식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함께하는시민행동 민경배 정보인권위원장은 “정보통신의 발전이 오히려 프라이버시 침해를 가져왔으며 개인은 안전이나 편리의 대가로 수많은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했다”고 말했다. 민교수는 이번 시상식에서 상을 받게 될 기관이나 개인은 “이 상의 수상자체가 심각한 오명”이라며, 사회적으로는 “감시에 대한 역감시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2005 빅브라더상의 시상 부문은 △가장 끔찍한 프로젝트상(프라이버시를 가장 많이 침해한 사업 혹은 프로젝트) △가장 가증스런 정부상(프라이버스 침해에 가장 크게 기여한 정부 혹은 공직자) △가장 탐욕스런 기업상(프라이버시 침해에 가장 크게 기여한 기업 혹은 기업인) 등으로 나뉘어져 이다. 각 부문별 후보에 대한 추천은 홈페이지있다. (http://bigbrother.or.kr/2005)를 통해 지난 31일 마감했다. 현재 30여개의 후보가 경쟁중이며 추천된 후보는 정보화, 프라이버시, 기술, 인권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각 부문별 수상자로 선정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추천된 정부부문의 후보들을 보면, △CCTV확대설치를 계획중인 강남구 △전자주민카드를 추진중인 행자부 △대학교 도서관에 지문인식기 설치를 방조하는 교육부 △전국민지문날인제도에 대해 합헌을 결정한 헌법재판소 등이 강력한 수상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이날 조직위는 1년 가까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개인정보보호기법안 처리와 관련하여 ‘국회는 개인정보보호기본법안을 서둘러 처리하라!’는 내용의 제정성명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조직위는 성명서에서 “현재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들이 제안설명조차 하지 못한 상태”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한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안처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조속한 법안 처리를 요구했다.

2005 빅브라더상은 오는 11월 22일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에서 열릴 예정이며 행사당일 시상식을 통해 부문별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날 시상식에는 ‘빅브라더의 시선’이라는 사진 전시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이 행사는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현재 빅브라더상은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날(Privacy International)에서 매년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대표적 공공기관이나 사업체 등에 상을 수여함으로써 프라이버시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는 국제행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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