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 여러 활동을 하고 계신데 주로 하고 계신 것은 무엇인가요?
김 : 주로 내 작품을 쓰고,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는 문학 동아리 회원들의 글쓰기를 지도하거나 독려하고, 각종 문학 강의에도 나가며 생활합니다.
이 : 노동문학 활동을 오래 해오셨는데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인간다움 혹은 인간애란 무엇인가요?
김 : 어려운 질문이네요. ‘노동문학’은 다른 문학과 달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러면 굳이 ‘노동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일 이유가 없지요. 그리고 노동문학이 다른 문학과 다른 그 지점, 바로 그 차이가 노동문학의 정체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노동문학’이란 말 잘 안 씁니다. 엄밀히 말해서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에 입각한 작품이 거의 없거든요. 그러니까 ‘노동문학’이란 용어 자체가 맞지 않는 셈이지요.
나는 처음부터 내 소설에 노동문학이란 용어를 붙이는 게 참 거북했습니다. 너무 강하고 튀어 보이는 것 같아 영 어색했거든요.
어쨌든 노동문학이든 그냥 문학이든 모든 문학은 인간다움, 인간애를 추구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작가마다 인간다움, 인간애를 다 다르게 생각할 것입니다.
단독자로서의 한 사람 한 사람은 한없이 약하고 부족한 것투성이지만 사람이 여럿 모이게 되면 강해지고 부족한 것들을 서로 보완해 완전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이것을 나는 인간다움, 인간애라고 생각합니다.
이 : 선생님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김 : 나는 말과 글을 갖고 노는 걸 가장 재미있어 합니다. 현실을 꼭 짚어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한마디, 한 문장, 한 단어를 들으면 온몸에 전율을 느낍니다. 꼭 필요할 때 때맞춰 튀어나온 한 마디가 분위기를 절묘하게 업 시키면 스프링처럼 바닥에서 튀어오르게 되죠. 그만큼 기쁘죠. 가물가물 생각나지 않아 애를 태우다가 마침내 한마디를 찾았을 때는 어떻구요. 그 환희는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무엇보다 대화에서 유난히 많이 웃게 됩니다. 거꾸로 말하면 탁구공이 왔다갔다 하듯이 말이 척척 잘 통하게 되면 저절로 좋은 감정이 생기게 된다는 말이죠. 그럼 다음에 또 만나고 싶어지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는 거 아닌가요?
요즘 프랑스에서 가장 최고의 인기작가인 아멜리 노통의 소설은 하나같이 말을 갖고 노는 소설들입니다. 한마디로 말놀이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라고나 할까요? 불어로 읽었다면 훨씬 더 말의 재미를 느꼈을 텐데 불어를 몰라서 무척 아쉽더군요. 나는 아멜리 노통의 소설보다는 수많은 프랑스 독자들이 아멜리 노통의 소설을 읽었다는 사실이 더 부러웠습니다. 프랑스 독자들이 아멜리 노통의 언어유희를 같이 즐기지 못했다면 결코 그의 소설이 인기를 얻지는 못했을 테니까요. 언어를 즐길 줄 아는 프랑스 독자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소설은 언어의 예술입니다. 언어를 통해 울고 웃게 되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소설을 읽으면서도 정작 언어에는 주목하지 않습니다. 그런 건 전공자나 관심을 갖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곤 죽어라 내용만 파거나, 아니면 죽어라 이미지만을 뒤쫓습니다. 언어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기억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즐길 턱이 있겠습니까. 내가 소설을 읽는 건 다른 재미도 재미지만 무엇보다 그 언어가 주는 재미 때문입니다. 그런 재미가 없다면 그 두꺼운 책들을 어떻게 끝까지 다 읽어낼 수가 있겠습니까. 나의 가장 큰 재미는 내 소설을 쓰면서 언어의 마술에 빠지는 것이고, 두번째 재미는 다른 소설을 읽으면서 언어의 마술에 공감하는 것이고, 세 번째 재미는 내가 느낀 재미를 다른 사람에게 재현해서 들려줄 때입니다. 다른 사람이 내 재미에 공감하여 함께 좋아한다면 재미가 배가되는 건 물론이고요.
김하경 작가가 쓴 책 교육평론 <여교사일기> 1978 [주간시민사] ( [주간시민]에 1976-1977 연재) 장편 <그해 여름>1991, [도서출판 세계] 꽁트집 <호루라기>1992, [과학과 사상]([전국노동자신문]에 1991-1992 연재한 꽁트 모음집) 장편 <눈뜨는 사람> 상하권 1994, [일터와 사람] 노동운동사 <내사랑 마창노련>상하권 1999, [갈무리] 중단편 : 단편 <별 아래 횃불 들고>1989 월간 [노동해방문학], 중편 <젊은 날의 선택>1992, 계간 [민중문예] 단편 <속된 인생>1995, 계간 [삶, 사회, 그리고 문학] 중편 <청비리>1995, 월간 [작가] 단편 <바위가 파도에게>1997, 월간 [길] 그밖에 시사글, 꽁트(연재), 노동자면담기(연재)가 있음. 그리고 1994년 10월 31일 마창노동소설모음집 <그래! 다시 하는 거야>를 엮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