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9호 기획
디지털 상품들의 투명한 DNA
디지털 워터마킹

조덕환  
조회수: 3910 / 추천: 42
디지털 워터마킹(Digital Watermarking)이란 정보은닉 기술의 일종으로 이미지, 영상, 음악, 문서파일 등 디지털 콘텐츠에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특정 정보를 삽입하는 기술을 말하고 이 때 삽입되는 정보를 워터마크(Watermark)라고 한다. 워터마킹 기술은 디지털시대가 도래하기 훨씬 전인 13세기에 이탈리아 제지업자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표시하고 위조품을 적발하기 위해 처음 개발되었다. 그 후의 군사적 목적으로 비밀정보를 특수잉크나 약품 등을 이용하여 숨겨서 전달하거나, 미술작품 등에 저작자만이 식별할 수 있는 투명한 표식을 하여 위작과 구별할 수 있도록 하거나, 또는 지폐가 젖어있는 상태에서 특정정보를 삽입한 후, 건조 후에 인쇄를 하여 빛에 비추어보았을 때 그 정보를 보이게 함으로써 위조지폐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등은 모두 고전적인 워터마킹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실세계의 대상물에 물, 약품 등의 액체를 이용하여 특수처리를 하던 아날로그 워터마킹 기술이, 완벽한 복제가 손쉽게 가능해진 디지털 콘텐츠의 등장과 컴퓨터 네트워크의 발전, 전자상거래의 활성화와 콘텐츠 유료화 확산에 따라 디지털 저작권에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무형의 디지털 파일에 해당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정보가 담긴 비트 등을 추가하는 디지털 워터마킹기술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디즈니사의 ‘미키마우스’ 디지털 파일에 소유권 정보를 담은 디지털 워터마크가 들어가게 되면, 이는 해당 파일은 ‘디즈니사의 재산’임을 증명하므로 저작권침해 발생 시 정당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 워터마크 정보를 추출함으로써 그 침해사실을 입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파일을 구입한 사람의 아이디(ID)정보가 콘텐츠 구입 시점에 동적으로 파일에 워터마크로 삽입되면 해당 아이디 소유자가 구입했다는 정보가 기록되어 불법복제가 발생했을 시 이 파일의 워터마크를 추출하여 워터마크에 기록된 해당 아이디에 불법유통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디지털 워터마킹은 디지털 파일 안에 숨겨진 파일 자신의 유전자정보(DNA)이자 이력(履歷)의 역할을 하게 된다.

디지털 워터마킹 기술은 아래와 같이 기존의 콘텐츠 파일에 저작자 정보 등의 워터마크 정보를 특정 워터마킹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파일에 삽입함으로써 워터마킹이 삽입된 새로운 파일을 생성하게 되는데, 이 때 워터마크가 파일의 특정부분에 단순히 붙여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기존의 파일과 완벽하게 뒤섞이게 된다. 이렇게 생성된 결과물은 사람의 눈이나 일반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워터마크 삽입여부에 대한 식별이 불가능하며, 워터마크 생성시 사용한 특정 키 정보를 가지고 특정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지 않고는 워터마크를 추출해내거나 분리 혹은 위변조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디지털 워터마킹 기술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디지털 콘텐츠에 저작자 정보를 삽입하여 저작권 침해로 인한 분쟁발생시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소유권 증명(Ownership Protection) 및 디지털 콘텐츠에 구매자로 하여금 전자적 지문을 찍게하는 방식으로 구매자의 아이디정보를 삽입한 후 불법복제로 인한 중복데이터를 검색할 때, 불법 배포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구매자 판별(Fingerprinting)과 같은 저작권 보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복제 및 사용에 따라 워터마킹 정보가 동적으로 변하면서 특정 횟수 이상은 복제나 사용을 할 수 없도록 복제 및 사용 횟수를 제한하는 사용통제 기능,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방송 콘텐츠에 대한 불법 이용을 감시하는 방송모니터링 기능 등의 저작권 보호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저작권 보호기능 이외에도 디지털 워터마킹은 콘텐츠의 위조 및 내용변경 여부를 판별하여 안전한 온라인 서류 발급을 가능하게 해주는 데이터 원본 인증(Data Authentication), 콘텐츠에 대한 메타정보를 삽입하는 라벨링(Labeling) 등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알카에다가 전시 비밀통신에 디지털 워터마킹 기술을 사용한 것처럼 기밀이 중시되는 군사 분야에서는 디지털워터마킹을 이용해 특정 정보를 숨겨서 상대방과 대화를 주고받는 비밀통신 목적으로 사용되는 비밀채널이나 심층암호(Steganography)로 응용되기도 한다.
디지털 워터마킹이 디지털 콘텐츠를 보호하거나 비밀정보를 주고받기 위한 안전하고도 효율적인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특성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첫째, 워터마크 삽입 후에도 원본의 변화가 거의 없고, 콘텐츠의 품질을 저하시켜서도 안되며, 워터마크의 삽입되었는지 여부도 알아챌 수 없어야 할 것, 둘째, 삽입된 워터마크가 신호의 일그러짐이나 조건의 변화에 의해 쉽게 깨지거나 손실되지 말 것, 셋째, 워터마크를 콘텐츠로부터 분리하거나 훼손 및 변형을 통해 디지털워터마킹을 무력화시키려는 여타의 시도에 강해야 할 것, 넷째, 추출된 워터마크가 확실한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도록 삽입된 정보의 정확성을 유지할 것, 다섯째, 워터마크 정보 추출시 원본 콘텐츠는 불필요하고 워터마킹된 콘텐츠만으로 추출이 가능할 것, 여섯째, 워터마크 삽입시 사용된 알고리즘의 키 값 등을 알고 있을 경우에만 워터마크 추출이 가능해야 할 것, 일곱째, 정당한 권한이 있을 경우 필요에 따라 워터마크안의 정보를 변경할 수 있어야 하며 추가도 가능할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 적용된 알고리즘이 차후에 쉽게 깨질 수 있게 될 경우 더욱 강화된 새로운 알고리즘을 쉽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할 것 등의 주요한 특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고전적 워터마킹부터 지금까지의 디지털 워터마킹 기술이 콘텐츠에 저작권 정보를 숨겨넣음으로써 콘텐츠에 대한 불법행위들이 발생했을 경우 저작권 침해의 증거자료로 삼는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이었다면, 최근의 디지털 워터마킹은 웹 크롤러(Web Crawler)를 이용하여 웹 공간을 검색하면서 불법복제 및 무단이용에 대한 실시간 감시와 위치 추적을 하거나, 합법적으로 구매한 콘텐츠도 일정 정도 사용하거나 복사를 하면 자동으로 쓸모없는 파일로 만들어버리는 등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워터마킹 기술 단독이 아니라 강한 암호화 기술 및 또 다른 저작권 보호기술인 DRM과 결합됨으로써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저작권 보호 및 유료 콘텐츠 관리의 촘촘한 그물망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