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9호 정책제언
황우석 연구, 절차의 정당성과 투명성이 중요
난자의 불법적·비윤리적 채취 의혹만 증폭될 뿐이다

한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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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10월 7일자 신문에서 황우석 교수가 민주노동당을 지목하여 “무리한 국감자료 요청으로 연구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민주노동당이 “(황우석) 연구팀이 중국 연변 처녀들의 난자를 불법적으로 거래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황우석 교수의 발언도 전했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의 주장이나 조선일보의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었으며, 이 때문에 언론을 통해서 여러 가지 논쟁이 진행되었다.

연구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는 이유
황우석 연구팀이 진행한 체세포복제연구에는 막대한 수의 여성 난자가 필요하다. 황우석 교수는 2004년도 ‘사이언스’ 연구 발표에서 242개의 난자를 사용하였으며, 2005년도 발표에는 185개의 난자를 사용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성으로부터 난자 채취의 과정은 단순히 ‘헌혈’하는 것과 같이 간단한 일이 아니다. 난자채취는 여성의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을 줄 수도 있다. 황우석 교수의 논문과 함께 사이언스지에 실린 한 여성 학자의 글을 인용해본다.

“난소에 자극을 주어 난자를 얻어내는 과정을 거친 여성들의 0.3퍼센트에서 5퍼센트, 많게는 10퍼센트의 여성들이 심각한 난소 과자극 증후군을 경험하는데, 여기에는 때로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의 통증 유발, 신부전증, 미래에 야기될 수 있는 잠재적인 불임증,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포함된다.”
(Magus and Cho, 2005.commentary in Science)

따라서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사용된 수많은 난자들의 제공자인 여성들에게 난자채취 이전에 그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였는지, 또한 이해관계나 금전적인 거래 없이 자발적인 동의에 의해서 이루어졌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점검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여성민우회, 한국여성연합, 환경운동연합 등의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생명공학감시연대’는 지난 8월 25일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서 사용된 난자의 출처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것이 자발적 동의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또한 생명윤리학회(회장: 황상익 서울의대 교수)도 작년에 학회 차원에서도 이와 관련된 공개질의를 한 바 있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 측은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왜 서울대 수의대 IRB인가?
황우석 교수가 지난 2005년도 5월에 사이언스지를 통해서 발표한 연구는 서울대 수의대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Institute Review Board)의 승인을 받았다. 국제적인 규범과 생명윤리법 등에 의해서 이 위원회는 황우석 교수 연구의 윤리적 문제점, 특히 이 연구의 경우에는 사용되는 난자의 확보과정에 있어서 난자 제공자의 건강과 인권이 보장되었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확인하고 검토했어야 한다. 이러한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로 연구에 사용된 난자가 정당한 절차에 의해서 제공받은 것인지를 확인해주는 것이 바로 서울대 수의대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자료 및 회의록인 것이다.

기관생명윤리위원회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요구하는 생명의료연구의 국제적 규범에 따라서 생명의료 연구기관에서는 필수적으로 설치하여 운영하여야만 하는 기구이다. 기관생명윤리위원회는 생명의료연구에 앞서서 연구계획을 검토하여 윤리성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함으로써, 연구에 참여하는 환자 등의 인권·안전·복지를 확보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위원회는 연구자로부터의 독립성 유지를 핵심적인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2005년 1월부터 발효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 제9조, 제18조, 제23조에 의하여, 배아연구기관 및 체세포복제연구기관은 필수적으로 기관생명윤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윤리적 논란없이 사회적 합의에 근거해야만 한다
기본적으로 줄기세포연구는 윤리적 논란 없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줄기세포연구 과정에서 난자 등을 제공하여야 할 여성 등의 건강과 인권도 보호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줄기세포연구는 생명윤리법에 의해서 규정된 절차와 과정에 따라서 정당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줄기세포연구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국회법에 따라 요청한 자료에 대해서 서울대 수의대 측은 “상세한 연구계획 등이 포함되어 있어 대외적으로 보안이 요구되는 미공개 사항”이라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였다. 미공개 결정의 근거가 되는 적절한 규정을 제시하지도 않는 자의적인 자료제출 거부인 것이다. 자료제출 거부는 여기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배아연구계획심의자문위원회의 회의록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 수의대 기관생명윤리위원회 회의록을 비롯하여, 윤리적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배아줄기세포연구와 관련된 위원회의 회의록 등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황우석 교수 연구팀에 대한 의혹―난자 매매 등의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난자를 확보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서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서류 등을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게다가 자료 제출의 책임자도 아닌 황우석 교수가 권한 밖의 일에 대해 나서서 항변을 하면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언론플레이’을 펼치는 것은 이런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의혹으로 인해 혹시나 줄기세포연구 자체에도 큰 오명을 남겨서, 연구에 차질을 빚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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