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9호 장애없는
정부 장애인 휴대폰 정책 왜 지탄받나
요금할인 정책만 있고 단말기 개발정책은 없어

소장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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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전기통신사업법시행규칙에 따라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인과 장애인복지시설 및 장애인복지단체는 이동통신요금 할인을 받고 있다. 가입비 면제 혜택과 기본요금 및 국내통화요금의 35% 감면이 주요 내용이다. 이는 비장애인에 비해 취업률이 낮아 소득 수준이 낮은 장애인들에게 피부와 같이 와 닿는 정책이다.

하지만 좀더 꼼꼼히 살펴보면 이러한 정책이 얼마나 허구적인 정책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이용료 할인정책만 있을 뿐 휴대폰 접근성 강화정책은 없기 때문이다. 휴대폰에 접근할 수 없는데 이용료 할인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결국 할인정책은 일부 장애인만을 위한 정책인 셈이다.

특히 이 부분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IT 강국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씁쓸해지는 대목이다. 실제 외국은 이미 장애인 휴대폰 정책이 일정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열린우리당 권선택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키아, 모토로라 등 외국 휴대폰 회사들은 시각, 지체 및 발달장애인을 위한 기능이 탑재된 휴대폰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노키아의 9200시리즈는 음성합성기(TTS, Text To Speech)를 탑재해 메뉴의 음성출력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점자 키보드 및 PC와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제품인 7650, 3300 제품은 개인의 청력에 맞는 주파수 조절 기능, 보청기 이용자를 위한 기능,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기능’(TTY) 등을 제공한다.

모토로라는 청각장애인이 보청기를 이용해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휴대용 문자기능, 저시력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고대비’(대비가 명백히 이뤄진다는 뜻) 기능, 음성 전화번호부 기능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후지쯔에서는 노인 및 저시력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라꾸라꾸폰’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휴대폰용 화면읽기 프로그램인 ‘토크’(TALK)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일부 노키아 제품에 설치해 화면읽기프로그램을 통해 휴대폰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지난 2004년 팬텍&큐리텔에서 티티에스(TTS, Text To Speech) 엔진을 탑재해 에스엠에스(SMS)문자 메시지를 읽어주는 휴대폰을 개발해 시판하고 있으나, 휴대폰의 메뉴를 읽어주는 기능이 없어 기본적인 기능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E580 휴대폰은 시각장애인용 메뉴(5번을 길게 누름)를 통해 8가지 기능을 음성으로 출력해 주고 있으나 문자메시지는 단말기에서 읽어주지 못하고 프리미엄 에스엠에스에 접속해 이용해야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한편 KTF가 곧 출시한다는 음성합성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 ‘IBIT250’은 메뉴읽기, 에스엠에스문자읽기, 전자도서(e-book) 읽기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시각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 핸드폰은 지피에스(GPS)기능을 이용한 주변의 편의시설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이동에 제약이 많은 장애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권선택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정보통신부가 장애인 특수단말기개발과 관련한 정책방안이 아직 없다”며 “IT선진국으로서 외국과 비교해보면 장애인을 위한 특수단말기 개발이 매우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권의원은 “정통부가 정책방안을 가지고 제조사와 이통사의 참여를 유도해 장애인 특수단말기 개발을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권 의원은 특수단말기 정책이 휴대폰 단말기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서는 안되며, 세심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사업은 수익성이 없는 사업이므로 강제적인 개발권유는 개발비용의 요금전가가 우려됨에 따라 정통부의 정책보조가 필요하다. 특수단말기 개발에 참여한 제조사와 이통사에 평가점수를 매겨서 정부조달 평가시 가산점을 주는 방안이나 입찰우선권을 주는 방안 등의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첨언하자면 정신지체장애인을 위해서도 정부의 휴대폰 정책은 좀더 세심해질 필요가 있다. 현재 이동통신 3사는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정액요금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정액요금제도가 필요한 정신지체장애인에 대해서는 그 제도의 도입을 외면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은, “지적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판단력이 약한 정신지체장애인이 휴대폰을 무제한으로 사용하거나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타인에게 대여함으로써 금전적인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민간사업자 자율로 판단해 결정할 사항이기는 하지만 정신지체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 차원에서도 (정액요금제가) 도입돼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로 했다.

정액요금제는 만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휴대폰 사용에 대한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정신지체장애인을 위해서도 오남용 방지대책이 절실하다는 점, 정액요금제도 도입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외면하지 말아야한다.

최근 휴대폰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TV도 볼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휴대폰은 이미 휴대폰이 아닌 셈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CF 현대생활백서를 보면 청각장애인이 휴대폰 문자기능을 이용해 물건을 구매하는 장면이 나온다. 장애인들에게도 역시 휴대폰은 이미 휴대폰이 아니다. 장애인들도 마땅히 소비자로서 다양한 휴대폰의 기능을 누릴 수 있어야한다. 지금 뒤떨어지면 앞으로 그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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