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9호 교육과
수업 시간에 없는 학생들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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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올해 근무하는 학교는 이전에 8년간 근무했던 학교와 한 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운동부의 운영이 그것이다. 출석부에는 분명히 이름이 있으나, 수업 시간 내내 한 번도 보지 못한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은 모두 다 아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체로 거의 모든 학교의 운동부 운영이 그런 식으로 운영되리라 짐작할 수 있는 증거는 나 혼자의 개인적인 경험만은 아니리라.

몇 년 전, 한 선수가 국제대회를 대비한 연습에 참가하라는 것에 대해서 학교 시험을 이유로 거부하자 징계당하는 일이 벌어졌었다. 결국에는 잘 해결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과정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많은 논란이 일어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런 논란이 있었어도 학교의 운동부는 여전히 파행적인 운영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학생들이 여러 가지 진로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아마, 선수촌 입소를 거부했던 그 선수도 그런 부분이 마음에 걸렸으리라 생각한다.

88년 올림픽 다이빙에서 금메달을 땄던 미국선수는 의대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진국(?)과 우리 상황을 직접 비교한다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운동부 학생들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의사이면서 국가대표인 선수는 우리 사회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거의 모든 학교에서 운동부 학생들의 훈련 시간을 수업 시간 중에 잡고, 여러 대회 역시 수업이 진행되는 학기 중에, 그것도 평일 오전부터 잡아 놓기에 교과 학습을 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수업에 들어오라고 하지 못하는 이유 또한 학생들의 미래를 강제하는 모순일 것이다. 선수로 성공을 하자면 명문학교에 진학을 해야 하고 진학을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전국대회 4강이라는 공식을 지켜야 하기에, 공부는 전혀 하지 못하고 연습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장 내년에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특기자로 진학하려면 몇 번 안 되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하고, 맞아가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당장의 성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너희들의 미래를 위해 수업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교사가 몇이나 되겠는가.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고, 자신의 흥미와 적성이 그 방면에 맞고 그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면 그 일에 매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중등보통교육은 기본적으로 모든 국민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질을 키워주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교육 수준이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지 없는 지를 떠나서 학교는 그 학교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그런 수준에 다다르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그러나 운동부 학생들은 그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고 있다.
전국대회 실적이 없었던 학생들이 수능을 보고 다른 학생들과 경쟁해서 대학에 들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래도 대학은 갈 수 있겠지만, 먼 장래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고자 할 때, 가지고 있는 능력이 그에 못 미치는 것을 확인하며 가지게 되는 자괴감은 과연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교육권은 지켜야만 하는 소중한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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