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호 영화
네트워크 통합이 초래한 디스토피아(?)
터미네이터3 : 라이즈오버더머신

이마리오  
조회수: 4357 / 추천: 57
‘I'll be back’이라는 유행어를 낳을 정도로 무수한 화제를 낳았던 <터미네이터>가 만들어진지 19년만에 드디어 <터미네이터> 3편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터미네이터 1,2편을 만들었던 ‘제임스 카메룬’ 감독 대신 <브레이크 다운>과 을 만든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이 1,2편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갈지, 그리고 과연 3편에서 등장한다는 여자 터미네이터 또한 알몸으로 나타날지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인터넷에 소개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0여 년 전 미래로부터 파견된 강력한 T-1000의 살해 위협에서 벗어난 미래의 인류저항군 지도자 '존 코너'는 엄마인 ‘사라 코너’가 죽은 뒤 집과 신용카드, 핸드폰, 직업 등 모든 것을 버리고 은둔의 길을 택해, 다가올 위협에 준비하며 홀로 살아가고 있었다. ‘스카이 넷’의 치밀한 추적과 고도의 테크놀로지 앞에서 ‘존 코너’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미래에서 새로운 암살자를 파견했기 때문이다. ‘스카이 넷’은 무적이라고 생각했던 최고의 암살기계 T-1000이 파괴되고 나서 그보다 더 발전된 형태인 터미네트릭스, 일명 T-X(크리스티나 로켄)를 개발하여 과거로 파견했다. T-X의 파괴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위력적이었고, 게다가 모든 기계장비들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한 T-X에 맞서 존 코너가 살아남기 위해 믿을 수 있는 것은 유일한 인간측 전투병기 구형 터미네이터, T-800(아놀드 슈왈츠제네거)뿐이다. 하지만 10여 년 전 T-800은 이미 용광로로 사라져 흔적 없이 사라지고 난 후, 미래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연, 그는 약속대로 돌아올 것인가? 돌아온다면 그는 어떻게 돌아올 것인가? 또한 그는 테크놀러지의 측면에서 월등히 앞서 있는 T-X에 맞서 다시 한번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답은 물론 터미네이터는 돌아오며, T-X와의 싸움에서 승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영화의 결말과는 상이하다. 헐리우드 영화들의 전형이 되어버린 헤피앤딩이 아닌, “인류의 운명은 우리 손에 있다”고 외치지만, 결국 지구의 핵전쟁을 주인공들은 막지 못하고, 단지 자신들만 살아 남는다.(아마도 4편 제작을 염두에 둔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 밖의 결론을 제외하고는 여타의 헐리우드 영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미래의 지도자인 ‘존 코너’가 보여지는 미래의 사회에서, 그의 등뒤에는 여전히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고, 미래의 운명을 책임질 사람도 여전히 백인의 미국인이다. 이전의 1,2편에서 보여주었던 미래사회의 디스토아적인 암시나 핵전쟁에 대한 불안 등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과거의 전작들이 보여주었던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이야기 전개방식에 기대고 있을 뿐이다.
또한 영화에 등장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터미네이터라고 부르기엔, 이제 너무나 늙었다. 내일 모레면 환갑인 나이에 그 정도의 몸매와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박수를 쳐야 하지만, 오히려 이 영화에선 측은하게 보일 뿐이다. 그는 2편에서 용광로로 들어가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던 장면으로 멋지게 터미네이터와 작별을 했어야 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공화당 주자로 나왔다는 기사를 보았다. ‘람보’와 함께 ‘코만도’로 가장 미국적인 영화에 출연했던 그가 또 하나의 '레이건'처럼 정치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렇게 별로인 영화에 제목을 ‘네트워크 통합이 초래한 디스토피아(?)’라고 붙인 이유는 영화에서 핵전쟁의 주범인 ‘스카이 넷’ 때문이다. 1,2편에선 단지 기계들의 반란의 핵심 네트워크 정도로만 설명되었던 것들이 3편에선 ‘스카이 넷’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기계들의 반란에 핵심이 되는지 설명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스카이 넷’은 공군에서 만든 전세계 통신망(개인들의 컴퓨터까지)을 하나로 연결하는 네트워크이다. 슈퍼바이러스로 전세계의 컴퓨터들이 작동을 멈추자 미국대통령으로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스카이 넷’ 작동을 명령하고 곧이어, 전세계의 모든 컴퓨터에 연결된 ‘스카이 넷’은 스스로 통신망을 제어하고 핵미사일을 전세계의 주요한 도시에 발사하면서 2편에서 이야기한 ‘심판의 날’을 맞이하게 된다. 이 장면은 단지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현실로 이미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기계가 반란을 일으킨다는 것이 아니라....)
자주 발생하고 있는 컴퓨터 바이러스로 인해 기업들의 컴퓨터들은 작동을 멈추고 외국에선 지하철과 비행기가 한때 멈추기도 했다. 또한 전세계의 유일한 독점기업인 MS사의 소프트웨어들은 통합되어가고 있는 추세이고, 한국정부도 ‘전자정부’라는 허울좋은 구호 속에 정부의 전산시스템을 통합하고 있다. 효율만 우선할 뿐 거기에 따른 인권의 문제라든가 부작용에 대해서는 눈과 귀를 막고 있고, IT산업의 육성이라는 구호 뒤에는 대기업들이 군침을 삼키며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것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NEIS이며, 또다른 예가 정보통신부 장관이 삼성이라는 대기업체의 사장을 임명한 것이다. 전자정부의 가장 부정적인 측면이 바로 네트워크의 통합이라는 점인데, ‘터미네이터3’는 그러한 문제점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일 것이다. 즉, 통제하지 못하는 네트워크는 한순간에 전인류를 파멸시킨다는 내용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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