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9호 해외동향
세계 정보통신 활동가들과의 뜨거운 토론과 연대
2005 진보통신연합 총회(불가리아, 바르나) 참가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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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통신연합(Association for Progressive Communications, 아래 APC)은 정보통신기술을 통해서 진보적인 단체 및 개인들을 지원하는 세계 각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국제적인 연대 조직이다. APC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어서 사회, 환경, 경제 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개인 및 조직들을 지원하고 있다. APC는 그동안 비정부기구와 유엔간의 연계를 강화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으며, 1995년 유엔(UN) 경제사회이사회(ECOSOC)에서 자문기구의 지위를 얻었다. 현재 32개국 40개여 단체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진보네트워크센터가 2001년부터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다.

2005 APC 총회
APC 총회는 각 회원단체들의 대표가 한 나라에 모여 공식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APC의 최고 의결 기구이다. 총회에서 각 단체대표들은 차기 의장과 집행위원들을 선출하고, APC의 기본적인 방향을 설정하며 정책의제들과 그 우선순위를 직접 결정한다. APC 총회는 형식적인 의결 기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각국의 활동가들이 어렵사리 모인 자리가 단지 형식적인 회의에 그칠 수는 없다. 거의 열흘에 걸친 회의 기간 중에 각국의 활동가들은 그동안의 자신들의 활동을 홍보하고, 공동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서로 교육하고 교육받으며, 정보를 교류하고, 우정을 나눈다.

지난 2003년 콜롬비아 총회에 이어서 올해는 불가리아 환경단체들의 네트워크인 블루링크(Bluelink)의 주관으로 불가리아 바르나(Varna)에서 열렸다. 이번 총회의 공식 일정은 10월 4일부터 11일까지였다. 앞의 3일은 회원단체들의 대표들이 중심이 된 본회의가, 이후에는 외부단체를 초청한 공개회의와 활동가 교육을 위한 워크숍 등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것은 회의장 안에서의 일정일 뿐이다. 회의장 바깥의 로비에서도, 식당에서도, 숙소에서도 진지한 대화들이 쉼 없이 오갔다. 회의 일정 전에 미리 오는 사람들, 일정이 끝나고도 남아서 못다한 얘기들을 계속하는 사람들... 장소와 시간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막힘없는 대화는 그 내용에 앞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었다.

7개의 실천계획 설정
본 회의는 ‘열린 공간 기법(Open Space Technology)’에 근거해서 진행되었다. ‘열린 공간 기법’이란 회의 방식의 일종으로 고안된 것인데, 하나의 그룹은 자연스러운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스스로 자기조직화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근거로 한다. 본 회의에는 기조 연설가도 없고 사전에 공지된 워크샵 일정도 없었다. 패널 논의나 조직적 경계도 없다. 대신에 참석자들은 커다란 원으로 둘러앉아 한 동안은 어떤 회의를 할 건지를 논의한다. 그 이후에 참석자들은 각자가 논의하고픈 의제를 제기하고, 각각의 의제들이 논의될 시간과 공간을 정한다. 이렇게 제안된 의제가 20여개. 전체 참석자들은 20여개의 소그룹으로 나뉘어 논의를 진행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빠르게 위키(wiki)페이지와 벽보를 통해 공유한다. 다시 모두가 모여 20여개의 의제 중에서 ’실천계획(action plan)‘으로 구체화 시킬 7가지 의제에 대해서 투표를 통해 결정하고 다시 7개 그룹으로 나뉘어 논의한다.

이렇게 결정된 7개의 실천계획은 다음과 같다.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 WSIS) 대응 전략 논의 ▲자유/오픈소스 프로그램으로 이전하기 ▲APC의 활동 평가를 위한 계획 수립 ▲APC 운영, 재정, 투자에 대한 논의 ▲환경지속성을 위한 정보통신기술의 활용 ▲컨텐츠의 개발과 공유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 ▲대규모 프로젝트의 촉진자로서의 APC. 이 중에서도 11월에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열리는 WSIS 회의에서 인터넷거버넌스를 비롯한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서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또한 환경은 여성, 지역, 인권 등의 다른 이슈에 비해서 그동안 APC의 조직적인 대응이 없었다는 판단이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고 그에 따른 계획들이 제안되었다.

APC 아시아 모임 제안되다
한편 7개의 행동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APC 아시아 모임이 제안되어 아시아 지역의 모든 단체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언어의 다양성과 현실의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공동의 문제를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에 동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유럽과 남미에서만 열렸던 APC 총회를 다음번에는 아시아에서 공동으로 준비해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합의는 본 회의 자리에서도 반영되어 2007년 총회 개최지로 캄보디아가 선정되었고, 동시에 캄보디아의 꽁 시다롯(Kong Siddaroth)이 집행위원으로 선출되었다. 한편 차기 의장으로는 나탸샤 프리모(Natasha Primo, 남아프리카공화국)가 선출되었다.

웹 2.0, 접근권, 오픈소스
본 회의 이후에는 여러 가지 주제의 역량 강화 워크샵이 3일에 걸쳐 진행됐으며 주요 주제는 다음과 같다. ▲‘포괄적 발전(inclusive development)와 정보통신기술’ : 접근권 보장을 위한 국제적인 표준에 맞춘 웹사이트의 구축과 운영,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발전을 위한 정책과 기술에 대한 워크샵. ▲컨텐츠 공유 전략 : 컨텐츠의 자유롭고 활발한 공유를 위한 대안적인 라이선스에 대한 소개와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컨텐츠 공유 기술에 대한 워크샵. ▲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활용한 기술 계획(technology Planning) : 기술에 대한 전략적 접근의 중요성과 오픈소스로의 성공적인 이전을 위한 워크샵. 이밖에도 본 회의의 진행방식으로 채택되었던 ‘열린 공간 기법’이나 온라인 캠페인 방법 등 간단하면서도 실무적인 도움을 주는 방법들도 소개되어 큰 관심을 끌었다.

그 중에서도 컨텐츠 공유 전략의 일환으로 소개된 웹 2.0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블로그(blog), 위키(wiki), 태깅(tagging), 소셜네트워크(social network) 등으로 대표되는 웹 2.0은 개인이 웹을 활용하는 방식, 컨텐츠 생산 방식, 웹서비스 개발 방식 등에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함축하는 것으로서 최근 웹의 새로운 시대적 조류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조류 속에서 진보적인 정보통신단체의 역할과 전략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가 화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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