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9호 칼럼
정보통신부의 거짓말에 대하여

전응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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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가 어떤 점에서는 상당히 강퍅한 사회처럼 보일 때도 많지만 어떤 때는 우리 사회처럼 관용이 넘치는 사회도 없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그렇게 촌보도 양보하지 않고 팽팽히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우고 전혀 타협의 여지를 보이지 않는 대부분의 논쟁이나 토론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 사회는 이상하리만큼 거짓말에 대해서 관대할 때가 많다.
필자 자신 역시 우리 사회의 합리적 토론문화의 부재에 대해서 늘 한탄하고, 스스로도 그러한 합리적 토론 보다는 논의 과정에서 정서적 분출에 사로잡힐 만큼 주관적인 정서가 상대적으로 더 강하다고 느낄 때가 많지만, 정말 때때로 마주치는 우리 사회 공직자들, 특별히 정보통신부의 공직자들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그것이 심지어 선의로 이루어지거나 고의와 무관하게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과연 왜 우리가 그렇게 관대해야 하나 의문을 갖게 된다.
필자가 경험해 본 바로는 이러한 거짓말들은 상당히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일부 보수언론이나 과거 언론의 사실 왜곡의 경우도 그런 잔기술을 많이 사용해 왔다. 일부만 강조하고 일부는 생략하기, 그래서 주장하거나 이야기 하는 것, 문서로 제시하는 것보다 이야기 하지 않거나 침묵하는 부분에 훨씬 더 가치있고 의미있는 사실과 정보, 의견이 들어있는 경우는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세련된 거짓말의 한 유형이다. 실제로 전체 내용을 아는 전문가가 아니면서 제출된 보고서에만 주로 전적으로 의존하는 국회의원들이나 언론사 기자들은 그런 식으로 왜곡된 자료를 보통 ‘사실의 전부’로 받아들인다. 특히나 이럴 때일수록 통계수치도 많이 인용된다.
또 다른 거짓말의 유형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서 상황과 맥락에 대한 설명을 누락시킨 외국의 사례다. 필자는 다행스럽게도 정보통신 관련 정책들의 배경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많이 접했고 이해할 기회가 있었기에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그것이 어떤 맥락과 정황 속에서 나오는 것인지 비교적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 어떤 경우에는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실제 사례와 정반대의 사례를 유사 사례인 것처럼 드는 경우도 겪어 보았다.
그러나 거짓말은 합리적인 토론문화 형성에 가장 해악이 되는 요소 중의 하나다. 공공정책에 대해서 사회가 합리적인 토론을 필요로 한다면 모든 주장은 철저히 사실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사실과 의견은 구분되어야 한다. 사실을 정확히 제시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제시하면서 의견이 다르다고 주장해서는 건설적인 토론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토론을 위해서는 사전에 정책안이 투명하게 공표되어야 한다. 공청회를 하는 몇시간 전에야 비로소 정책안을 공개하는 정부부처가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한다고 주장하면 누가 그 말을 곧이 듣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정말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의 언론은 그런 것에 대해서까지도 관대하다. 대한민국은 진정 똘레랑스의 사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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