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0호 표지이야기 [다시 웹을 사고한다]
웹 2.0이란 무엇인가?
웹의 미래를 선취하고자 하는 의지가 낳은 개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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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2.0’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웹 2.0’이라는 용어는 2004년 미국에서 열린 ‘웹 2.0 컨퍼런스(http://www.web2con.com)’를 계기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열린 두 번째 컨퍼런스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인파로 큰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웹 2.0의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는 플리커(Flickr.com)와 딜리셔스(Del.icio.us)는 엄청난 수익을 올리며 급성장하고 있다. 뒤따라 지금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웹 2.0 기반의 신생 벤처 기업들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털도 마찬가지로 늘어났다. 야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표적인 거대 인터넷 기업들도 여러 가지 웹 2.0 서비스를 선보임과 동시에 성공적인 웹 2.0 기업들을 인수하며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유행은 웹의 등장과 함께 닷컴 기업이 붐을 이뤘던 시절을 연상시킬 정도다. 혹자는 웹 2.0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조류’이며, ‘제 2세대 인터넷 혁명’이라고 까지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웹 2.0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성공한 대표적인 인터넷 서비스인 네이버의 ‘지식in’,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그리고 오마이뉴스 등이 웹 2.0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러 포털사이트들은 외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새로운 시도들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에는 웹 2.0과 웹 2.0을 대표하는 기업인 구글에 대해 연구하는 교수, 학생, 연구원들의 모임, ‘구글 시그(Google SIG, http://nclab.kaist.ac.kr/blogs/google)’가 만들어졌다. 이들은 “처음 웹이 등장했을 때 그 가능성을 분석하고 예측한 이가 기회를 잡은 것처럼 또 한 번의 새로운 웹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는 이 중요한 시점, 그것을 분석하고 무수한 가능성을 창조하며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한발 앞서 가려는 이의 과제”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있다.

웹 2.0 이란?
‘웹 2.0’이라는 용어는 단어 자체로만 짐작해 본다면, 소프트웨어 ‘한글 2.0’이 ‘한글 1.0’의 다음 버전을 의미하는 것처럼, 초기의 웹, 그리고 ‘웹 1.0’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을 갖는 한층 발전한 형태의 차세대 웹을 지칭하는 것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웹은 한 사람 혹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미리 계획한 것에 따라서 만들고 완성하는 소프트웨어가 아니기 때문에 ‘웹 2.0’의 구체적인 실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웹은 수많은 사람과 사람들의 무리가 생산하고 소비하고 소통하면서 종합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항상 변화하는 와중에 있으며, 그 변화의 방향은 미리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언제까지가 웹 1.0이고 언제부터가 웹 2.0인지, 무엇이 웹 1.0이고 무엇이 웹 2.0인지를 구분하는 정확한 기준을 정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 용어를 처음 제안한 사람들도 하나의 정의로서 제시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일련의 웹사이트와 그들의 기반이 되는 기술 또는 개념을 이전 세대의 웹사이트들과 1대 1로 대비해서 열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예를 들자면, “브리태니커 온라인 백과사전(Britannica online)이 웹 1.0이라면, 위키피디아(Wikipedia)는 웹 2.0이다”, “엠피쓰리닷컴(MP3.com)이 웹 1.0 이라면, 냅스터(Napster)는 웹 2.0이다”, “개인 홈페이지가 웹 1.0이라면 블로그(Blog)는 웹 2.0이다”, “사람이 광고를 눌러서 자기가 관심 가지는 광고를 찾아가면 웹 1.0이고, 컴퓨터가 알아서 구독자가 관심 가지는 광고를 제공하면 웹2.0이다”, “좋은 도메인 네임이 중요했던 것이 웹 1.0이라면, 검색 엔진에 잘 노출되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 웹 2.0이다”라는 식이다.

다수의 웹 2.0
그러나 이미 눈치 챘겠지만, 사실 이렇게 웹 1.0과 웹 2.0의 짝을 나열하는 것은 무수히 계속될 수 있다. 또 누구나 할 수 있고 저마다 다르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종합해서 웹 2.0의 실체에 접근하는 방식도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실제로 ‘웹 2.0’은 접근하는 사람마다 저마다 조금씩 다르게 설명하고 있으며, 주목하고 있는 지점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웹이 정보의 생산과 활용, 소통과 공유의 장으로서 기능하게 된 것을 강조한다.

“팀 오렐리가 이 용어(웹 2.0)를 처음 쓸 때 정의를 ‘플랫폼으로서의 웹(Web as Platform)’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에 반해 Web 1.0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단어는 포탈(Portal)이다. 포탈은 문턱을 말하는 것으로 어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문을 통과해야한다. 플랫폼이라는 단어는 기차를 타기 위해 대기하는 장소를 말한다. 플랫폼은 어떤 기차든지 서고 원하면 타고 가면 되는 곳이다. 포털 위에 있는 서비스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지만 플랫폼 위에 있는 서비스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이것이 웹 2.0의 정의이다.”
(윤석찬, http://ch anny.creation.net/blog/?p=182)

다른 사람은 웹이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자동화된 처리가 가능해진 것에 주목한다.

“‘WEB 2.0 컨퍼런스’에서 제프 베조스(Jeff Bezos, Amazon CEO)는 ‘WEB 1.0은 사람을 위한 인터넷으로, WEB 2.0은 기계를 위한 인터넷’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 웹 2.0이야말로 사람을 위한 웹이기 때문이다. ‘WEB 1.0이 사람의 노동력으로 움직인 웹이라면 WEB 2.0은 기계의 노동력으로 움직이는 웹이다’라고 나는 표현한다. 웹2.0은 그동안 사람이 해야 했던 일들을 기계가 자동화처리해주는 웹으로, 사람이 정보처리를 위해 낭비한 시간만큼 정보를 습득하고 공유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더욱 인간을 위한 웹’이 될 것이다.”
(김중태, http://www.dal.co.kr/blog/2005/11/20051103_semantic_web_0203_web 20.ht ml)

또 어떤 사람들은 웹 2.0에서 자유와 소통과 협동과 참여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웹이 처음으로 만들어졌을 때 웹의 정신은 모든 것이 모든 것에 연결될 수 있다는 자유정신에 바탕을 두었었죠. 뿐만 아니라, 버너스리는 웹을 누구든지 읽을 수 있고 그리고 쓸 수 있는 하나의 장(場)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웹은 그 본정신을 많이 잃고 TV나 신문사, 그리고 기업들의 정보전달 채널로서 많이 사용되어 왔죠. 웹 2.0이라는 것은 새로운 기술과,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을 통해서 모두가 참여하는 문화의 발전으로 인해, 더 평등해지고 자유로워지는 웹으로의 움직임을 뜻합니다.”
(김태우, http://www.zlnet.or.kr/04_joyinternet/0_menu2_p1 4.asp)

누가 왜 웹 2.0을 말하는가?
이렇게 웹 2.0의 개념은 끝없이 확장된다. 무수히 많은 웹 2.0이 존재하는 셈이며, 사실상 웹 2.0은 새롭게 생성되는 웹의 ‘모든 것’이 되고 만다.

“(다양한 웹의 정의들) 중 하나만 초점을 두는 것은 웹 2.0의 그림을 모두 보지 못한 결과이며 부분적인 진리일 뿐이다...... 놀랍게도 (웹 2.0은) 그 모든 것이다.
김태우, http://twlog.net/wp/index.php?cat=6)

그러나 모든 것은 곧 아무 것도 아니다. 웹 2.0이라는 개념에 대한 회의가 일어난다.

“(웹 2.0은) 뭔가 새로운 것이 있긴 한데 어떻게 부를까라고 생각하다가 생각해 낸 아무 의미 없는 말이다...... 그것은 새롭게 출현한 어떤 것에도 붙여질 수 있는 것으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것도 예측하지 못한다.”
(폴 그래험,http://koreanjurist.com/index.php?id=270)

결국 ‘웹 2.0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누가 왜 웹 2.0을 말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웹2.0’을) 현재까지의 모든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는 완벽한 대안이거나, 혁신적인 기술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또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되거나, 휴머니즘적으로 포장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웹2.0이라는 용어는 단지 현재의 비즈니스 동향을 보다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만든 용어일 뿐이다. 그리고 영악하게도 흡사 기술적인 변혁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 ‘2.0’과 같은 기술적인 식별자를 차용하고 있고, 흡사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등장한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 차 라리 펀드2.0이나 머니2.0으로 부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전종홍, http://blog.webservices.or.kr/hollobit/ar chives/ 001217.html)

우리는 웹을 통해 무엇을 욕망하는가?
정리하자면 웹 2.0은 특정한 실체를 갖고있는 단어는 아니다. 그것은 단지 지금 현재 인터넷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포착하고 미래를 선취하고자 하는 의지가 낳은 개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새로 생겨난 작은 기업들에게 웹 2.0은 닷컴 붐의 붕괴 이후에 모처럼 등장한 새로운 기회의 공간이다. 현재의 웹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 포털 기업에게 웹 2.0은 그들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위기의 신호일 수도, 한층 공고히 할 수 있는 수단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웹 2.0은 무엇인가? 웹 2.0을 통해 우리는 진정 무엇을 욕망하고 있는가? 지금부터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웹 2.0에 관한 가장 멋진 사실은 ...... 아무도 그것이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그것을 제안한 사람들 역시도 지금껏 정확한 정의를 찾아 헤메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웹 2.0의 진정한 미덕이자 힘이다. 그것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KathySierra,http://headrush.typepad.com/creating_passionate_users/2005/1 0/the_best_thing_.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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