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0호 정책제언
이윤보다 생명을
조류독감에 대한 대책

우석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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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Avian Influnza, AI)에 대해 흉흉한 소문이 떠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류독감이 변종인플루엔자를 발생시켜 인간간의 인플루엔자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이고 그 시기만이 문제란다. 전 인구의 25%가 감염되고 수억 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한국질병관리본부는 방역조치가 없으면 한국의 사망자가 44만 명이고 대처를 해도 사망자가 9-14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거의 재앙수준이다.
물론 이전의 사스(SARS)때에도 한국은 문제없이 지나가기도 했다. 사실 조류독감 인플루엔자가 얼마만큼 인간을 위협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명확한 것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여 방역대책을 세우는 일일 것이다. 이 방역대책은 인구의 10-20%의 치료제 확보, 병상확보, 조류의 적절한 시기의 도살처분 등이다. 이 대책은 사실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대책이다. 그런데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조류독감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왜 신종전염병이 문제일까
요즘 사스니 HIV/에이즈니 에볼라등과 같은 신종전염병들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의학이 발전하고 세계는 잘 살게 되었다고 하고, 원격진료니 생명공학이니 하면서 왠 전염병일까?
주류 전문가들은 신종전염병이 세계화의 불가피한 부산물이라고 한다. 세계화가 되고 인구의 이동이 많아지니 전염병이 많이 발생한다는 논리이다. 과거 페스트나 스페인 독감 때와 같은 논리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위생시설이 없었고 백신이나 항생제가 없었던 때를 지금과 비교한다는 당장의 반론에 답할 말이 없다.
현재 HIV/에이즈 감염자 및 환자 4000만명 중 매년 300만명이 죽는데 이중 빈국에서 에이즈환자 중 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0.01%에 불과하다. 남미나 아프리카 아시아 등의 빈국에서 사람들의 영양상태는 과거보다 더 악화되었다. 선진국에 대한 채무를 갚느라고 이들 국가의 보건사업은 사실상 마비다.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에이즈 치료제를 세계무역기구(WTO)의 지적재산권협정, 즉 값싼 카피약품 생산을 20년간 금지하는 협정을 근거로 최대이윤을 뽑을 수 있는 높은 가격을 고수한다. 자체적으로 싼 일반약품을 생산하려는 남아공, 브라질, 태국 등의 노력은 모두 세계무역기구를 통한 선진국의 제소나 미국의 수퍼 301조의 압력에 부딪쳤다. 세계화가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문제인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조류독감의 또 하나의 원인을 제공한다. 바로 거대농업기업의 전세계 농업의 지배이다. 현재 문제가 되는 닭의 경우 모든 나라의 닭은 거의 동일한 종이다. 농업기업들이 보급하거나 그들이 빈국의 기업들을 통해 키우는 닭들은 몇몇 이윤이 남는 종으로 한정된다. 이들은 토종닭에 비해 전염병에 매우 취약하다. 이윤을 목적으로 종 다양성을 파괴한 다국적 농업기업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 그 피해가 이제 평범한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대책은 무엇인가
조류독감대책은 사실상 뻔하다. 방역대책이나 치료대책이라는 것은 문제가 될 만한 지역의 가금류를 제때에 처분하고 조류독감에 걸린 사람들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둘 다 안 된다.
문제가 되는 가난한 나라들은 문제지역의 가금류를 도살하고 난 후의 보조금을 지급하기가 힘들다. 태국이나 중국, 그리고 가장 큰 문제가 될 아프리카 동부지역의 경우, 이 국가들은 최빈국들이며 이들 농가들에 보조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거나 정부의 의지가 없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지구촌의 이동을 더욱 크게 한 것과 동시에 빈부국간의 격차와 한 나라에서의 빈부격차를 더욱 벌려놓았다. 전염병 문제는 전세계적인데 그 대책은 빈국에서도 제일 가난한 농민들이 알아서 해야한다. 이른바 선진국들의 방역대책은 자국 보호책이며 빈국의 방역대책을 위한 지원은 논의조차 없다.
치료대책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유일한 치료제로 알려진 타미플루의 경우 로슈의 생산량은 10년간 생산을 해야 인구의 20% 정도의 양을 공급할 수 있다. 거기에다 1인당 치료비가 25000원이다. 빈국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여기서 당연히 나와야 할 대책은 타미플루에 대한 독점적 특허권을 해결하여 값싸게 타미플루를 전세계에 공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미국이 나서는 듯이 보이지만 타미플루의 특허권을 보장하면서 공급양을 늘이자는 것이고 그것도 자국내에 한정되는 이야기이다. 한국을 포함한 모든 선진국들이 똑같다. 정작 문제가 되는 빈국에 대한 대책은 없다.
선진국들은 다국적 제약 기업들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시에게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헌납한 기업들이 바로 다국적 제약회사들이다. 로슈와 함께 타미플루에 대한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길리아드 사이언스 사의 1997-2001년 간의 대표이사는 다름 아닌 현 국방장관 럼스펠드였다. 길리아드의 이사 중 한명은 다름 아닌 아버지 부시 때의 국무장관 조지슐츠이다. 미국이나 선진국들이 특허를 풀어 값싼 약을 공급할리 만무하다. 앞으로 생산될 조류독감 백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이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최근 20여년간 항생제나 백신과 같은 치료약품의 개발에는 돈을 투자하지 않고 있다. 다국적회사들이 연구비용에 투자를 많이 하는 약들은, 이미 생산된 약들을 조금씩 바꾸어 비싸게 약값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me too' 약품, 평생을 먹어야 하는 고혈압 당뇨, 그리고 항우울제나 비아그라 등의 약이다. 특허가 연구자에게 이윤동기를 주어 연구를 촉진한다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조류독감 대책은 ‘이윤보다는 생명’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는 것이다.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에 대한 특허를 제한하여 치료제와 백신을 값싸게 전세계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것이고 또한 사회복지비용을 늘여 의료기관을 늘이고 의료접근권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대책이다. 그런데 각국 정부들은 온갖 이유를 붙여 이 당연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류독감이 무서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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