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0호 칼럼
어떻게 인터넷을 구할 것인가?

전응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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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 리눅스 저널에 실린 “인터넷을 구하자 : 통신사업자들이 인터넷을 전송관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Saving the Net: How to Keep the Carriers from Flushing the Net Down the Tubes)이라는 닥 씨얼즈(DocSearls)씨의 글이 인터넷의 자유를 옹호해 온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 글은 현재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규제정책과 그러한 규제정책 이면에서 움직이고 있는 사업자간의 이해대립, 그리고 그들의 설득전략과 논리 등을 아주 쉬우면서도 설득력 있는 설명으로 해부할 뿐만 아니라 탁월한 대처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마침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하나로텔레콤이 국내 포털 사업자들에게 패킷 사용량에 따른 종량제 요금을 적용하겠다는 발표가 나왔기 때문에 이 글에서 제시되는 미국에서의 논쟁은 우리나라의 인터넷에 대한 규제정책과도 상당히 유사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없지 않다.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인터넷 종량제에 대한 논의(미국에서는 종량제 논의는 아니고 망사업자가 서비스사업자에게 일정한 요금을 물리도록 하려는 시도로 나타나고 있음)가 결국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를 민간사업자가 투자한 사적 설비로 보고 내용물을 유통시키는 파이프를 설치한 댓가로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려는 시도로 설명하고 있다. 닥 씨얼즈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이러한 망사업자의 설득논리는 묘하게도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콘텐츠의 유통을 막아야 하므로 망사업자에게 망에 대한 통제권한을 주어야 한다는 식으로 짜여져 있다고 한다. 즉, 네트워크 자체도 사적설비이고 그것을 통해 유통되는 내용물도 사적재산에 해당하므로 국가는 사적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논리라는 것이다.
닥 씨얼즈는 이같은 통신사업자들의 논리가 기본적으로 인터넷망을 일종의 공공재(public utility)가 아닌 사적설비로 보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인터넷은 원래 유통망의 중요성을 과감하게 생략시켜 버리고(유통망은 필요하다면 어떤 다른 것도 다 이용될 수 있다. 인터넷은 망의 물리적 특성에 의존하지 않으며 망의 일부구간에 문제가 생기면 또 다른 가능한 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망 끝부분에서 정보제공자와 정보수용자가 자신들 마음대로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며, 이것이 인터넷을 이끌어온 핵심적인 동력인 혁신(innovation)을 가능케 했던 요인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망은 내용물을 유통시키는 파이프가 아니라 자유로운 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시장(marketplace)으로 보는 것이 인터넷망을 설명할 때 더 적절한 비유라고 본다.
온라인콘텐츠의 지적재산권 문제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서도 그는 웹은 결국 출판시스템(publishing)에 불과하며 그 내용물이란 결국 표현행위(speech)라고 봐야 한다고 대단히 명쾌한 설명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는 저작권(copyrights)이란 일정한 권한일 뿐 결코 “재산과 관련된 문제”(property issue)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는 인터넷에서 표현행위의 자유를 주장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저작권을 부정하는 극단주의자들이 아니며 저작권을 재산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급진주의자들임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작권을 재산으로 환원해 버리게 되면 결국 인터넷에서 혁신을 가능케 했던 공적인 지적자산(The Commons, the public domain)은 해체되어 버릴 것이고, 인터넷망은 사적재산 소유자들의 재산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 것이라는 것이 그의 위기의식이다.
우리에게는 국가주도의 산업발전이라는 또 다른 맥락이 있긴 하지만 닥 씨얼즈의 논리는 인터넷망의 자유를 꿈꾸는 세계 다른 모든 이들에게 그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관심있는 이들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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