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1호 Cyber
대중에 의한 대중의 공격, 영파라치

양희진 / 정보공유연대 IPLeft 운영위원   lurlu@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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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로더와 다운로더, 업로드족과 다운족. 네티즌들 사이에서 쓰는 신조어들이다. 신조어는 새로운 생활패턴이나 문화적 현상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얼큰이, 어얼리어답터, 네티즌 따위가 그런 것처럼.

업로드족과 다운족이라는 말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이런 말들도 일정한 문화적 현상과 이에 대한 평가적 의미를 담고 있을 듯하다. 이런 말을 만들어 쓰는 사람들의 심리적 배경은 무엇일까? 인터넷 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들은 기술적 차원에서 구별하면 업로드와 다운로드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행위자들은 일방적으로 다운로드만 한다거나 업로드만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대개는 업로드와 다운로드의 행위 둘 다를 하게 마련이다. 메일만 보내거나 게시판에 글을 쓰기만 해도 업로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업로드족과 다운족을 구별하여 이야기하는 이유는 뭘까? 업로드족과 다운족이란 업로드와 다운로드 중 어느 하나의 행위를 배타적으로 한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주로 어떤 행위를 하는가에 따라 행위주체를 분류하여 부르는 듯하다. 웹하드나 P2P기술에 의해 대량 업로드와 다운로드가 용이해 지면서 인터넷 행위자들 사이에 역할 분화가 일어난 듯하다.

업로드와 다운로드는 기술적으로는 구별되지만 사회적으로 볼 때는 양자 사이에 엄격한 단절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서 업로드는 생산, 다운로드는 소비에 견줄 수 있을 듯하다. 생산과 소비가 그런 것처럼 업로드가 없다면 다운로드는 불가능하다. 업로드는 다운로드를 전제한다. 바꿔 말하면, 인터넷이라는 토양 위에서 네티즌들은 업로드와 다운로드라는 두 가지 행위를 역동적으로 엮고 옭아내어 단지 메마른 땅일 뿐인 서버와 하드를 생명력있는 공간으로 일구어 간다. 업로드족이 하는 일을 관찰해 보면 이들이 다운족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때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가령 동영상을 올리기 전에 영화정보를 미리 제공하고, 어떤 코덱을 사용했는지, 소스가 어딘지, DVD의 경우 표지까지 구해 올리며, 시리즈물의 경우 시리즈 전체를 올린다. 그들은 이런 일들을 그래야 한다고까지 생각한다. 사회공동체의 연대의식의 표현이라고나 할까. 그렇기 때문에 다운족은 업로드족을 신뢰하고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네티즌들 상호간에 업로드족이나 다운족이라고 부를 때는 이러한 인터넷에서의 각자 역할에 대해 상호인정하는 의미가 깔려있는 듯하다.

그런데 다운족과 업로드족간의 신뢰관계가 파괴되는 일들이 벌어졌다. 첫 번째는 업로드되는 파일들 가운데 저작권자들이 심어놓은 ‘지뢰파일’(바이러스 감염 또는 실행불능 파일)들이 늘면서였다. 두 번째는 '영파라치'의 등장 때문이다. 영파라치는 네티즌 스스로 금전적 대가를 위해 다른 네티즌을 배신하는 행위를 자행하게 한다는 점에서 훨씬 더 위력적이다.

‘영파라치’란 영화와 파파라치의 합성어로서, ‘파파라치’의 개념을 영상파일의 불법 업로드에 적용한 것이다. 시네티즌(cinetizen.co.kr)은 지난 1월말, 일부 영화제작배급사로부터 위탁을 받아 그 영화제작배급사를 대신하여, 영화파일의 불법 업로드나 다운로드 행위를 신고한 신고자에게 일정한 금액의 포상을 해 주고, 피신고자로부터 저작권 침해에 대한 합의금을 받아내는 영파라치 사이트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2월 1일부터 사이트 운영에 들어갔다. 신고방식은 다운족이 ‘업로드족의 신원과 업로드 증거’를 화면캡쳐하여 사이트에 등록하는 것이다. 파일이 정상적으로 다운로드되는 것까지도 화면캡쳐하여야 한다. 그러면 시네티즌측이 등록된 내용을 조사하여 최초의 신고자에게 현금 1만원 내지 영화예매권 2매, 1만원권 문화상품권 1매를 지급한다. 그리고 시네티즌은 피신고자를 종용하여 합의금을 받아내어 법무법인 일송과 영화제작배급사와 나눠갖는다. 합의금이 얼마가 될런지는 사안에 따라 다를 것이나, 시네티즌측은 ‘사전합의금’을 ‘할인상품’(?)으로 내걸었다. 피신고자가 미리 합의를 요청해 오면 편 당 5만원에 합의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인터넷 까페나 블로그에 가보면 신고를 당했다는 네티즌이나 사전합의금을 지급한 중고생 네티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시네티즌 홈페이지 (http://cinetizen.co.kr)
영파라치가 당분간은 돈벌이가 되는 사업임에는 틀림없다. 영파라치 사이트가 개설되자마자 3일만에 8500여건의 신고가 접수되었고, 20여 일이 경과한 2월 20일경에는 4만8천여 건의 신고가 접수된 상태이다. 동시접속자수가 1600여명에 달하자 시네티즌측은 원활한 신고를 위해 현재는 동시 접속자 3000 내지 4000여명까지 감당할 수 있게 서버까지 늘려놓았다. 뿐만 아니라, 신고량을 늘리기 위해서 시네티즌측은 여러 가지 방법을 쓰고 있다. 신고하는 과정에서 다운로드 화면을 캡쳐할 필요가 있으므로, P2P에 의하여 파일을 다운로드받는 것은 저작권자의 동의가 있는 것으로 보아주겠다고 한다. 다운로드 행위 자체는 원칙적으로 저작권법 위반행위도 아니지만 P2P에 의하여 파일을 다운로드받는 것은 하급심 판례에 따르면 저작권 침해로 인정될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만일 신고를 위해 다운로드 하는 것이 누군가에 의해 다시 신고되는 경우라면 이것은 봐주겠다는 뜻이다. 또 한번에 여러 P2P 업로더로서 수 차례 신고되는 경우 최초 신고자에게 포상하되, 2, 3위 신고자에게 1000원, 500원씩 마일리지까지 적립해 준다.

다수 언론이 영파라치 '제도'의 도입이라고 하여 마치 영파라치가 법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오인될 여지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파라치가 저작권법 위반 사례를 신고하게 한 것이라 하여 ‘규범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듯하나, 무릇 제도를 ‘사회의 성원 사이에서 형성되는 복합적인 사회규범의 체계’를 말하는 것으로 본다면, 영파라치는 규범의 체계라기보다는 ‘규범 파괴적’인 성격이 강하다. 업로드족과 다운족 사이에 형성된 상호신뢰에 기반한 암묵의 규범들은 영파라치의 등장으로 인해 크게 훼손되었다. 영파라치란 업로드족에 대한 다운족의 극도의 배신행위이기 때문이다.--“왠지 저의 느낌엔 이런 느낌이 드네요. 다운로드 족들이 신고를 하고있다는 느낌... 이 다운로드 족들은 영화는 죽어라 받아서 봐놓고, 신고하면 포상금 준다니까, 얼씨구나 하고 눈에 쌈짓불 켜고 영화공유하는 사람들 신고하는... 제 느낌이 틀렸으면 좋겠네요... 그렇죠?? - QAOS.com의 게시판에서”

영파라치가 등장하고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5호담당제니, 인간로봇에이전트니 하는 말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교통질서 위반 사례를 신고하면 포상하던 건설교통부의 ‘카파라치’의 경우에도 국민 상호간의 불신을 조장하고 범죄자를 양산하며 오히려 교통법규 위반을 유도한다는 부작용으로 인해 잠시 시행되다 폐지되었다. 최근에도 카파라치의 재시행문제가 불거졌으나 건설교통부는 종전과 같은 카파라치를 재시행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영파라치는 주로 중고등학생인 네티즌들이 상호간에 쌓아올렸던 연대의식에 기반한 인터넷문화를 돈 몇 푼과 바꾸도록 조장하는 것이다. 시네티즌은 네티즌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보여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영파라치로 둔갑한 중고생 네티즌들은 자신들 또는 친구들이 영화파일을 업로드하는 것이 불법이고 비윤리적이라서 신고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동안 상호의존적인 관계였던 다른 네티즌을 팔아서라도 돈을 벌 수 있는 쉬운 방법을 놓치지 않는 것뿐이다. 이들로 하여금 돈 몇 푼에 배신행위를 당당히 할 수 있도록 부추겨도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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