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1호 여기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잘못 쓰는 우리말 표현 몇 개

이강룡 / 웹칼럼니스트  
조회수: 9988 / 추천: 71
“자동차 보험이 운전하지 않을 때도 보장이 된다?” 전철에서 본 자동차 보험 광고 문구다. 주어와 술어를 살펴보면 엉터리 문장, 즉 비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전까지 내가 보았던 최악의 표현은 ‘좋은 하루 되세요’였다. 상대방더러 하루가 되라는 말이니 역시 틀린 표현이다.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말은 구술성을 많이 띠고 있기 때문에 맞춤법이나 표준어규정만 들면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구요’ 대신 무조건 ‘-하고요’라고 쓰자는 것이 아니다. ‘짜장면’을 꼭 ‘자장면’으로 쓰자는 말이 아니다. 한겨레 김선주 논설위원은 어느 칼럼에서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남에게 충고하는 일’이라고 적었는데, 어쩌면 내가 지금 그 가장 쉬운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인터넷 글쓰기가 일상이 된 요즘 한 번쯤 짚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아 평소에 적어 두었던 메모 몇 개를 독자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말 바로 쓰기 (현암사)
나도 우리말과 글을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한다. 그러나 잘 모르거나 헷갈리는 말이 나오면 사전이나 책을 찾아보면서 하나씩 고쳐 쓴다. 오늘도 하나 배웠다. 존대할 상대방에게 표현하는 용언의 감탄 종결형은 ‘~네요’가 아니라 ‘~군요’라고 한다. 그 동안 윗사람에게 ‘날이 많이 춥네요’라고 쓰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춥군요’라고 쓸 것이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라는 영화가 나왔을 무렵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고 자료도 찾아보니 ‘소개해줘’가 맞는 표현이었다. ‘팔목이 얇다’라고 습관적으로 쓰곤 했는데 어느 날 유심히 살펴보니 ‘가늘다’가 맞는 표현이었다. 굳이 국어사전을 찾지 않아도, 이렇게 꼼꼼하게만 보면 틀린 표현들을 많이 바로잡을 수 있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알겠습니다’라는 말도 ‘알았습니다’라고 써야 한다. ‘-하겠습니다’는 말 그대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마치도록 하겠습니다’도 ‘마칩니다’라고 써야 한다.

이메일이나 블로그나 게시판 같은 인터넷 도구를 이용해 글을 쓰다 보면 글을 완료하기 전에 꼼꼼하게 검토하는 일을 소홀히 하기 쉬운데 우리가 자주 접하는 표현 몇 가지만 올바르게 사용해도 글이 한층 유려하게 바뀔 것이다.

잘못 쓰는 표현들 중에서 가장 자주 눈에 띄는 것은 ‘다르다’라고 써야 할 곳에 ‘틀리다’라고 쓰는 경우다. ‘나는 너와 생각이 달라’라고 해야 하는데 많은 이들이 ‘나는 너와 생각이 틀려’라고 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르게’를 ‘틀리게’로 말하는 것도 모자라 ‘달리’를 ‘틀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반 마라톤과 틀리 이번 마라톤은…” <오마이TV>)

출판 시장에서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늘어난다. 그 때문인지 우리의 말과 글 곳곳에 번역투 표현이 넘친다. 날씨 뉴스나 교통 방송을 듣다 보면 ‘생각됩니다’와 ‘예상됩니다’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생각합니다’와 ‘예상합니다’로 써야 옳다. 생각됩니다라고 하면 대체 생각은 누가 하는 것이란 말인가. ‘여겨집니다’도 마찬가지다. ‘생각되어지다’는 표현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외국어 문장을 우리말로 잘못 옮기면서 그것이 굳어져 엉터리 우리말이 된 경우도 있다. ‘-시키다’를 오남용하는 경우다. ‘-시키다’는 어떤 명사 밑에 쓰이어, ‘하게 하다’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희승 편,《국어대사전), 민중서림) ‘김 감독은 선수들을 하루종일 운동시켰다’는 문장은 정상이다. 운동하는 것은 선수들이지 김 감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인터넷 케이블을 컴퓨터에 연결시켰다’는 틀린 문장이다. ‘연결했다’로 써야 한다. 컴퓨터에 연결하는 사람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의 장점을 부각시켰다’는 ‘부각하다’로 써야 한다. 내가 구독하는 블로그들에서도 ‘-시키다’를 잘못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갖다(가지다)’라는 말도 우리식 표현으로 쓰자. ‘생각을 가지고 있다’보다는 ‘생각하다’로, ‘관계를 갖다’보다는 ‘관계를 맺다’로 쓰는 것이 좋다.

일상 생활에서 쓰는 구어가 문어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또 있다. 예전에 싸이월드 운영자가 홈페이지 개편 공지문을 게시하면서 ‘바뀌었습니다’를 ‘바꼈습니다’로 적은 것을 보았는데 요즘에도 종종 그렇게 쓰는 사람들이 있더라. 간편하게 줄여서 쓰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그것이 습관이 되어 틀린 줄도 모르고 무조건 줄여서 쓴다면 문제 아닌가.
'국어 문화 운동 본부' 홈페이지 (http://www.barunmal.com)
진짜 아름다움은 화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새롭게 좋은 제도 하나를 만드는 것보다 나쁜 제도 하나를 없애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말이 있다. 멋있는 문장 몇 개 쓰는 것보다 틀린 표현 하나 바로잡는 것이 글의 질을 높이는 데에 더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독자들에게 한 권을 권한다. 이수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말 바로 쓰기>>(현암사). 아울러 ‘국어 문화 운동 본부’ 홈페이지(http://www.barunmal.com/)도 한 번 가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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