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1호 리눅스야놀자!
리눅스 사용, 성능이 아니라 환경이 문제다
- 데스크톱 리눅스 사용, 국제표준의 준수와 정보접근권 보장이 관건

이병록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보통신국   lemonade@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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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95, 98 그리고 윈도우 2000이 나오던 5, 6년 전만 해도 리눅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마니아 성격이 강한 일부의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더욱이 윈도우 XP가 출시되면서 MS의 시장지배력은 더욱 견고해졌고, 특히 데스크톱 부분에서 윈도우를 제외한 다른 운영체제(OS)들은 거의 왕따에 가까울 정도로 외면당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윈도우 비스타가 시장에 첫선이 보이려하는 2006년, 과연 그동안 리눅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제 서버 시장에서는 리눅스를 채택하는 것은 더 이상 이슈가 되지 못하는 일이다. 소위 LAMP(Linux, Apache, MySQL, PHP)로 이루어진 강력한 킬러 소프트웨어들은 서버부분에서 리눅스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어지게끔 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는 물론이고 현재 우리나라의 대형 포털 사이트 역시 리눅스 기반의 서버들로 운영되고 있으며 공공부분에서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대체하는 새 시스템의 OS로 리눅스가 사용되는 등 서버부분은 그야말로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증가시키고 있는 중이다.
데스크톱 시장에서도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중국 베이징 시의회에서는 모든 관공서의 PC를 리눅스로 도입할 것을 의결하기도 하고, 독일의 뮌헨,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 호주, 브라질 등에서는 적극적으로 리눅스 PC를 도입하고 있다. 이런 결과로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리눅스 데스크톱의 시장 점유율이 2003년 3%(전세계 1700만대 PC)에서 2008년에는 7%(4260만 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에는 정보통신부에서 리눅스 데스크톱PC 보급을 올해 주요사업으로 선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리눅스는 여전히 마니아만이 사용하는 특수한 OS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아직도 국내에서는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현재 국내 상황을 살펴보면 리눅스 초기 붐을 이끌던 알짜 리눅스, 와우 리눅스, 미지 리눅스 등 배포판 사업자들이 거의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현재 남아있는 배포판들은 한소프트리눅스, 아이겟 리눅스, 그리고 배포판은 아니지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개발(?)한 한국형 표준 리눅스라는 '부요' 정도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리눅스 사용자에게 특히 국내 리눅스 사용자에게 국내 배포판 업체가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편리하기는 하지만(한글 및 기술 지원 등), 그렇다고 그것이 꼭 데스크톱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볼 수 없다. 국내 리눅스 유저 대부분이 사용하는 레드햇(RedHat)은 이미 한글을 지원하고 있고 심지어 사용자가 많지 않은 데비안 기반의 '우분투'도 한글을 지원하고 있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는 도대체 5, 6년이 지나도록 리눅스 사용자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일까? IT 강국이라고 자부하고, PC 보급률이나 정보화 인프라 기반이 강력한 우리나라가 말이다. 보통 컴퓨터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막연히 리눅스는 불편하고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그것은 리눅스 자체의 이야기고 리눅스를 뒷받침해주는 응용프로그램이 윈도우에 비해 너무 부족하고 대응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도 사용하기 불편하다고 지적하곤 한다. 그것은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이야기일 수 있다. 막상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리눅스를 사용해 보았느냐고 반문해보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그렇더라!”하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솔직히 필자도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필요에 의해 3대를 사용하는데 리눅스, 윈도우 2000, 윈도우 XP를 사용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 봐라! 리눅스가 불편하지 않다면, 그리고 리눅스로 윈도우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면 뭐 하러 3대가 필요하냐!”하는 질문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필자가 굳이 윈도우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환경이 리눅스 사용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일단 아래의 그림을 보면, 리눅스를 가지고는 우리나라의 웬만한 웹페이지를 제대로 보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도 제대로 못 보는 마당에 다른 곳의 이야기는 뭐 하러 더 하겠는가! 굳이 덧붙여 예를 들면 파란닷컴의 블로그는 모양은 제대로 나오지만 링크의 클릭이 안 된다.)
익스플로러로 본 청와대 홈페이지
파이어폭스로 본 청와대 홈페이지
이것이 리눅스의 탓일까? 절대 아니다. 웹페이지를 작성할 때 표준규격을 따르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리눅스로는 정보접근권을 제한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국내의 현실이고, 이것이 바로 필자가 리눅스만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익스플로러론 본 백악관 홈페이지
파이어폭스로 본 백악관 홈페이지
또 다른 이유는 인터넷 뱅킹이나 쇼핑몰을 이용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농협은 리눅스의 인터넷 뱅킹이 가능하지만 와인(WINE ; 리눅스에서 윈도우용 프로그램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한 속임수에 불과하고 쇼핑몰의 경우에는 아예 가능한 곳이 없다. 놀이터의 미끄럼틀은 잘 만들어져 있지만 놀이터에 깨진 유리병이 가득하면 어느 누가 그 미끄럼틀을 탈 수 있겠는가? 이게 리눅스만을 사용할 수 없는 필자의 개인적인 이유이다.

요즘 정부 정책자들이 잘 사용하는 말이 국제표준, 글로벌 스탠더드, 뭐 둘 다 같은 말이겠지만 암튼 정말 많이 사용한다. 엉뚱한 곳에서 국제표준 따르지 말고 웹페이지 작성부터 국제표준을 따르도록 하고, 더 나아가 정보접근권 보호에 대한 법률까지 만들어 주면 리눅스 쓰지 말라고 해도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 같은데...이 글을 읽는 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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