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1호 만화뒤집기
새 만화책이 나오다!
- 새 만화책 Vol 1 (새미 하캄 등저 / 새만화책)

신성식 / 우리만화연대 사무국장   toonor@jinbo.net
조회수: 3732 / 추천: 91
한 달 전인가? 아니구나. 벌써 2006년하고도 2월이 다가버렸으니 두 달이 훨씬 넘은 얘기다. 동네에 제법 규모가 있는 서점이 있다. 매장이 커지면서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아동 코너가 더 커지고 아기자기한 장식도 생긴 것이 일단 눈에 확 들어온다. 그리고 여러 코너들도 위치가 바뀌었다. 그리고... 이럴 수가 ! ‘카툰’이라는 코너가 생긴 것이다.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반문하시겠지만, 만화로 먹고사는 사람으로서는, 그리고 한국만화 시장의 문제가 뭔지를 꿰뚫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다들 나처럼 놀랬을 것이다. 드디어 만화코너가 생겼다고 말이다!

대형 서점이건 작은 데건 요샌 다 만화책 갖다가 팔고 있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그 책이라는 것은 만화장이끼리는 ‘코믹스’라고 부르는 대부분이 일본 만화인 3000원에서 3500원하는 만화책들이다. 쉽게 얘기하면 ‘망가류’라고나 할까. 망가가 재밌는 건 사실이지만, 한국만화 시장을 어렵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까지 모처럼 (정말 모처럼) 한국만화가 성장하나 싶었는데, 그걸 온통 다 뒤집고 잡아먹어 버린 것이다. 망가는 그럴 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갖고 있었고, 몇몇 한국출판사들은 그걸 한국에 팔아 한국에서 메이저만화출판사가 된 것이다. 그래서 한국 주류 만화 잡지 시장을 망가의 한국시장이라고 하는 것이고, IMF 전까지 진짜 잘나갔으며 지금은 다행히(?) 비주류가 되어버렸다. 메이저들이 한창 잘 나갈 때 당했던(?) 한국만화가들에게 당시 메이저출판사의 악행은 가끔 정말 학을 떼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렇지 지금도 질겅질겅 씹기엔 아주 좋은 안주꺼리이다.

메이저가 메이저 구실을 하던 당시의 후유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그래서 대여점이나 서점 코믹스 코너에서 여전히 한국만화는 비비비주류이다. 그래서 한국만화가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 만화라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만화가들은 ‘망가’가 아니라 그냥 만화를 그려보고 싶기 때문이다. 망가가 아니라 그냥 만화를 그려 얘기하고 먹고살고 싶은 것이다.

에구머니나, 머리말이 너무 길었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쯤 되면 내가 왜 ‘카툰’이라는 코너를 보고 감격했는지 이해하시리라. 한마디로 새로운 서점 유통 시장의 조짐이 조심스럽게 보이는 것이다. 카툰 코너에 있는 책들의 특징은 이렇다. 대게 가격이 코믹스의 두 배 이상이고 판형도 여러 가지이고 주로 서점 유통되는 단행본이다. 젤 중요한 것은 빌려보는 게 아니라 서점에서 유통된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은 종수가 여전히 부족해서 수요를 이끌기가 힘들지만 희망을 건다면 이런 곳에 걸어야 한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의 첨병으로 짚고 넘어 가지 않을 수 없는 게 바로 ‘새만화책’이다. 사실 내가 이 꼭지를 맡게 되었을 때 밝혔던 모종의 음모를 기억하고 계신지 모르겠으나 따라서 아무튼 오늘도 ‘새만화책’이다.

근데 ‘새만화책’에서 ‘새만화책’이 나온 것이다.

새로 나온 『새만화책』은 격월간지이다. 음, 격월간지라...뭐 그 정도면.
공공연하게 작가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음, 작가주의라... 글쎄. 팔리는 데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어쩌지...
그렇다. 까놓고 말해 척박한 한국만화 시장에서 어려운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실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지금까지는 초토화된 한국만화 시장에서 출판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면, 이젠 좀더 다양한 여러 종수의 만화책들이 쏟아져 나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야하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그 구실의 한 축을 담당할 매체가 태어난 것이다. 박수 한번 쳐야겠다!

일단 밝고 세련된 표지 디자인(앞뒤의 표지도 만화다. 표지 날개까지 꼼꼼하게 이어 보시길!)이 눈에 띈다. 책을 펼쳐보면 우선 커다란 눈에 각진 얼굴, 알로에 머리의 미소녀 미소년들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대부분 흑백 원고이고 칸의 배열들도 자유롭다. 특히 선들이 매우 개성적이다. 찍어낸 듯 정형화된 선들이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이 책을 좋아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이 확연하게 구분될 것이다. 게다가 작가주의라니... 가뜩이나 적은 시장 규모에서 독자의 절대수가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어쩌랴. 이런 걸 만들고 싶은 걸 말이다. 때로는 이렇게도 만들고 저렇게도 그려야 하지 않겠는가. 더 많은 종수가, 더 좋은 질의 만화책들이 나와야 한다. 이러한 기대에 대하여 ‘새만화책’은 일정한 구실을 할 것이다. 그게 우리가 새로 나온 ‘새만화책’에 대해 거는 기대이자 애정이다.

첫 권에서는 국내작가 작품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프랑스 작가의 작품도 즐길 수 있으며 한편의 글이 실려 있다. 일단 국내 작가 작품은 정서적인 공감대로 인하여 보는데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상대적으로 새미 하캄의 ‘불행한 뱃사람’은 이국적인 맛이 물씬 풍기면서도 ‘헤이 웨잇’에서 느꼈던 아린 기억도 스멀스멀 나오게 한다. 일본 작품들 역시 정형화된 보통의 일본 만화에 비하면 일반적(?)이진 않다. 다만 요즘의 신작이었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적으로 어쨌거나 익숙한 느낌이 아니다. 말초적인 자극도 없고 게다가 쉬운 얘기들도 아니고... 쉽게 얘기하면 재미없다는 거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노력했던 대로 재미의 기준을 넓혀보자. 그러면 자극적이지 않아도 일부러 쉽게 얘기하지도 않아도 되는 편안함에서 나오는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면성의 진리는 여기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꼭지에 익숙한 독자라면 나의 이러한 충고는 정말이지 하나마나한 얘기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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