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3호 표지이야기 [주류를 위협하는 대안적 소통의 모색]
RSS발 정보 유통 혁명, 포털 기득권 뒤흔들까

이성규 / 오마이뉴스 기자,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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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라인스나 구글 리더와 같은 RSS 피드리더가 국내에서도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웹기반 리더인 다음 RSS, 한RSS, 피쉬로부터 설치형 리더인 연모에 이르기까지, ‘다작의 한 해’를 맞는 분위기다. 인터넷익스플로러7(IE7)에 RSS 피드리더가 본격 탑재되는 올해 말께면 RSS가 마니아 집단의 전유물이 아닌 제2의 보편적 브라우저로 등극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RSS 피드리더의 등장은 개인화에 초점을 둔 정보 유통의 혁명이라는 웹상의 새로운 조류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RSS 피드리더가 태어나기 이전 포털은 검색이라는 매개를 통해 정보의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해 왔다. 정보의 생산과 소비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했던 관문이었던 셈. 따라서 포털을 거치지 않고서는 개인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소비할 수도 혹은 생산할 수도, 배포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RSS 피드리더의 등장 이후 이와 같은 상식은 점차적으로 붕괴되고 있다. 포털이라는 관문을 거치지 않고도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는 툴이 속속 등장했고, 이로 인해 정보의 생산과 소비는 시차 없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이른바 포털 사이트의 유통 독점 구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독점 구조의 붕괴 조짐은 정보의 유통 과정과 농산물의 유통 과정을 비교해 봄으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수년전까지 대부분의 농산물은 재래시장을 통해 거래됐다. 생산자→도매상→소매상→소비자로 이어지는 다층 유통 구조로 인해 유통 비용이 증대했고 생산물의 최종가격도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는 폐해가 고착화됐다.
그러나 불과 몇 년 만에 도매상과 소매상의 일부 단계를 생략한 대형 할인점이 출현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행태는 대형 할인점 내 구매로 급변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재래시장 상인들은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만큼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만약 현재 국면에서 대형 할인마트든, 동네 구멍가게든, 아니면 생산지든 내가 원하는 농산물을 집에서 직접 배달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면? 가격과 품질이 동일하다는 조건이 충족될 경우 유통 업체의 규모나 형태가 상품의 소비행태를 결정짓는 변수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한마디로 대형 할인점의 유통 독점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보의 유통도 마찬가지다. 최근까지 일부 종이언론이 독점해온 ‘정보의 유통권’은 포털의 등장으로 급속히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신문시장은 마치 재래시장처럼 유래 없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고 구독자수도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종이언론의 정보 유통권 독점이 곧 유통 독점의 해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독점의 붕괴는 독점의 해체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독점 주체의 대체로 종결됐다. ‘정보 블랙홀’인 포털이 정보 유통의 이니셔티브를 쥐게 된 것이다.
RSS는 이렇게 구축되고 대체되고 있는 정보 유통권의 독과점화 현상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이라 할 수 있다. RSS의 등장은 ‘정보 생산자(소비자) → 포털 → 정보 소비자(생산자)’ 이뤄지는 정보의 교환체계를 ‘정보 생산자(소비자) → 정보 소비자(생산자)’ 의 직거래 방식으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한다. 교환과정에서 중간 단계가 생략된 것에 불과하지만 이는 사실상 ‘제3의 유통 혁명’이라 불리기에 충분할 만큼 혁명적이다.

방송의 경우를 예로 들자. 그간 지상파 방송국이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프로그램공급업자(PP)에 의해 생산된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시청자에게 송출(유통)할 수 있는 권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프로그램공급업자(PP)가 시청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송출권을 지니게 된다면? 이 가정이 현실이 된다면 방송국 중심의 기득권 구조는 붕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제작사(PP)와 방송국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방송국의 프로그램제작사 통제권은 사라지게 될 것이고, 방송국과 프로그램공급자의 분업구조도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RSS 피드리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종의 ‘웹 송출·수신 장비’라 할 수 있는 RSS 피드리더 기술의 발전과 확산은 개인의 차원에 머물러 있던 콘텐츠공급사(개인이든 기업이든)가 현재의 포털과 동일한 정보 유통권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RSS 피드리더 서비스 업체 혹은 플랫폼으로 독점 주체가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특정 피드리더로 사용자의 선호가 집중됨으로써 ‘유통의 혁명’은커녕 혁명의 탈을 쓴 새로운 포털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의 소스공개(OPEN API)라는 대세적 흐름이 이러한 우려를 씻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각 피드리더 별 기능 및 서비스의 평준화를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의 소스공개(OPEN API)가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특정 피드리더로 정보의 유통이 쏠리는 현상은 나타나기 힘들 것이다.
웹 2.0이라는 대세를 타고 포털은 이용자 생산 콘텐츠(UCC)에 의존하는 수익 모델을 집착하게 될 것이고, 이럴수록 뉴스(정보)의 소비행태는 원산지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을 띠게 될 것이다. 어디를 거쳐 온 정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어떤 개인)에 의해 생산된 정보냐가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흐름은 RSS 피드리더의 보편화와 맞물려 유통자본의 ‘이윤 축적’에 커다란 위협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RSS라는 단순한 정보 유통기술의 개발이 정보의 생산·소비·유통 독점을 통해 구축해온 포털의 이윤 축적 구조를 위기에 빠트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요컨대, 포털의 정보 유통 독점구조가 하루아침에 붕괴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건 성급한 전망에 불과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RSS 피드리더로부터 시작된 조용한 혁명이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며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RSS가 독점을 기반으로 고도성장을 거듭해 온 포털의 지위를 뒤흔드는 태풍의 핵으로 작용할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 편집자 주 : RSS란 ‘RDF Site Summary’ 또는 ‘Really Simple Syndication’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뉴스나 블로그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한 정보로서, 새로 업데이트된 내용을 이용자에게 자동적으로 전달하는데 이용된다. (네트워커 19호 ‘최현용의 떼끼’ 참고) RSS 피드리더 RSS 주소를 등록하여 해당 사이트의 업데이트된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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