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3호 기획 [서울대 도서관, 저작권법 위반으로 피소]
문제는 디지털 도서관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것
현실성 있는 도서관보상금 제도 개혁 필요

오병일 / 네트워커   antiropy@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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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사전송권관리센터(아래 센터)가 서울대 도서관 및 학위논문원문공동이용협의회(아래 학공협)를 고소한 배경에는 학교 도서관이 도서관보상금 제도를 채택하게끔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서관이 적법한 서비스를 회피하고 있다?

센터는 보도자료에서 “서울대학교 도서관에서도 이 제도(도서관보상금 제도)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적법한 서비스가 가능한 상황 임에도 불구하고, 저작권자로부터 허락 없는 수많은 저작물을 무단으로 원문 DB 화하고 이를 학내외에 불법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고소 전에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때에도 ‘회원기관(대학도서관) 간 원문 서비스 제공 중단’, ‘원문의 다운로드 및 인쇄 서비스 중단’과 함께, ‘과금장치 없이 원문을 대학간 전송하는 것에 대한 중단’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이 사항들은 원고 적격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2004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도서관보상금 제도는 저작권법 제2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도서관에서 자료를 출력하거나 도서관간 자료전송을 가능하도록 하되, 저작권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제도이다. 현재 자료 출력의 경우 판매용은 면당 5원, 비매용은 면당 3원의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으며, 전송의 경우 판매용 1파일당 20원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센터는 “2005년 3월 현재 대통령비서실,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등을 포함한 420여개 도서관이 도서관보상금 제도를 이용 중에 있다”고 밝혔다.

대학 도서관들, 도서관보상금 제도에 반대
그러나 도서관보상금 제도가 논의될 당시부터 대학 도서관들은 ‘대학도서관디지털복제·전송공동대책위원회’(아래 디지털 공대위)를 구성하고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대학도서관들이 이에 반대하는 이유는 보상금 징수를 위한 과금 시스템 설치와 관리 등을 위해 도서관에 과도한 재정적, 행정적 비용을 부담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술 정보에 대한 공적 접근을 제공하는 대학 도서관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저작권 면책의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직 대부분의 도서관이 도서관보상금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가운데, 대학 도서관들은 학공협을 통해 학위논문 공유를 시작하였으며, 이번 고소 건은 그러한 갈등이 결국 법적 분쟁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도서관보상금 제도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대학 도서관과 센터의 감정적 대립도 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도 시행 초기부터 디지털 공대위는 회원 도서관에 대한 행동 지침에서 “센터는 약정서상으로 모든 도서관을 산하기관으로 취급하고 사서를 수금원으로 생각하면서 잠재적인 범법자로 가정하고 있어 도서관과 사서의 명예와 권리에 막대한 손상을 입히고 있다”며, 센터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센터 역시 보도자료에서 학공협이 “현재의 행위가 불법임이 명백하게 된 연후에도 계속적으로 불법자료를 이용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법이 곧 개정될 것’이라 등으로 단체 가입자들에게 불법을 조장 하였다”고 비난하고 있다. 도서관 사서들의 메일링리스트에서는 고소 건과 관련하여 센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사서는 “일부 도서관이 도서관보상금 제도를 거부하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이 제도를 이용하는 도서관이 일부”이며, “도서관보상금 제도를 이용하는 420개 도서관 중 대부분은 지금 이용이 거의 없다”고 비판하며, “그리고 13건을 가지고 고소를 했는데, 이거 너무 한거 아닙니까. 감정적인 대응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군요”라고 분개하였다.
한국복사전송권관리센터
어쨌든 문제는 도서관 관리 담당자들조차 디지털 도서관의 운용과 관련한 현행 저작권법 규정이 현실성도 없고 도서관의 역할도 제한한다고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도서관보상금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 즉 (디지털) 도서관을 통한 저작물의 접근과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저작권을 일부 제한하되, 권리자에게 일정한 보상금을 지불한다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는 듯 하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시행에 있어서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저작물 이용의 범위를 ‘도서관 내’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화된 저작물을 도서관에 직접 가서 열람해야 한다면, 디지털 도서관으로서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보상금 징수를 위한 비용, 공공 영역에서 책임져야

둘째는 도서관보상금 제도가 도서관에 과도한 행정적, 재정적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보상금 징수에 필요한 비용을 권리자 단체가 부담하도록 하기도 힘들 것이다. 도서관보상금 제도 자체가 권리자의 권리를 제약하는 것인데 비용 부담까지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는 ‘도서관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인데, 대학 도서관이 이처럼 반발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는 결국 도서관으로 하여금 디지털 도서관 서비스를 포기하도록 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국가 및 대학에서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서비스인 만큼, 공공 영역에서 그 비용까지 책임을 져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는 정보공유연대 IPLeft 등의 사회단체에서 오래 전부터 주장해오던 바다. 관련하여 지난 2005년 12월 7일, 도서관을 통한 저작물 등의 원격 열람과 도서관 사이의 관외 전송을 일부 허용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이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발의된 상태이다.

현 저작권 체제가 학술・문화 발전에 역행하고 있다

친고죄이지만 사전에 허락을 맡아야만 법적 분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현행 저작권 체제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즉 2000년을 전후하여 학위논문 저자에게 원문 이용에 대한 동의서를 받고 있지만, 그 이전의 자료들의 경우 원저자를 찾아다니면서 동의를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저자들이 이용 허락을 하고 있는 것으로보아, 과거 논문의 저자들도 별 이의 없이 이용허락을 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나, 그냥 서비스를 했다가는 나중에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정보공유연대 김정우 운영위원은 “현 저작권 체제가 학술・문화 발전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 일정한 공탁금을 걸고, 동의서 없이도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되, 나중에 권리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서비스를 중단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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