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3호 레니의'떼끼'
닫힌 문을 열며 - API

레니 / 진보네트워크센터 기술국 자원활동가   renegade@jinbo.net
조회수: 6191 / 추천: 74
얼마 전에 N모사의 검색전략팀장이 회사로 찾아와 세미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었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말처럼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는 (기업 비밀이라 비공개였는지 몰라도) 없었죠. N모사의 역사, 사업 분야, 현황 등 다양한 얘기들을 했습니다만 그 중에 최근에 서비스 오픈한 오픈API(OpenAPI)에 대해 상당히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어쩌면 대형 포털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것이 API 서비스라고 생각하는데, 오픈API에 기대를 많이 하는 모습을 보니 의외란 생각이 들더군요.

오라일리(Tim O'Reilly)가 제시한 웹2.0이라는 애매모호한 개념이 전 세계를 떠돌면서 본래는 프로그래머들이나 사용하던 "API"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태깅(tagging), 블로그, 위키(wiki) 등 분명하게 실체가 존재하는 단어들에 비해, 본래부터 기술적인 단어인 "API"는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입니다. 웹2.0이 처음 얘기되던 시기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웹2.0 밈맵(meme map)에서도 API는 보이지 않는군요. :)

API는 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또는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의 약자로, "응용 프로그램(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정도로 번역 가능합니다. 한글로 풀어놔도 별반 쉬운 말이 아니군요-_-;; 여기에 "인터페이스"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일반적으로 인터페이스는 다른 주체와의 소통을 위해 접근할 수 있는 통로, 또는 매개체를 의미하죠.("인간과 인간간의 인터페이스는 통신의 관점에서 보면 물리적으로는 전화나 핸드폰이 인터페이스라고 볼 수 있"다는 위키백과(Wikipedia)의 예가 아주 적절하네요.) 컴퓨터 세계에서 인터페이스는 사용자/프로그래머와 컴퓨팅 시스템 사이에서 의사소통을 매개하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를 윈도3.0 시절부터 사용하시던 사용자라면 아마 GUI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당시에는 도스(DOS)라는 문자형 운영체제가 주로 사용되었었는데 DOS에서는 일일이 키보드로 명령어를 쳐야만 동작을 수행할 수 있었죠. 예를 들면 특정 디렉토리(폴더) 안에 어떤 파일들이 있는지 보고 싶다면 아래와 같이 dir/a라는 명령어를 직접 쳐야만 했습니다. 컴퓨터에게 명령을 실행시키기 위해서 열심히 키보드를 때려야만 했던 시절이었죠. (그래서인지 도스 시절부터 컴퓨터를 사용했던 사용자들은 영타가 꽤 빠릅니다.)
MS는 매킨토시의 운영체제(OS)인 맥OS(MacOS)의 영향을 받아 윈도의 초기 버전을 출시하게 됩니다. 이 당시 도스와 윈도를 구별하기 위해 GUI라는 말을 일반화시켰죠. 여기서 GUI는 Graphic User Interface, 즉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의 약자입니다. 윈도를 비롯한 그래픽을 통한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운영체제들은 마우스만으로도 거의 모든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폴더의 파일들을 보기 위해 마우스 클릭만 하면 되는 것이죠. 컴퓨터에게 말을 걸기가 더 쉬워진 것이죠. 이렇게 컴퓨터와의 대화를 하기 위해 필요한 매개가 되는 것을 인터페이스라고 합니다.
유저 인터페이스 같이 API 역시 컴퓨터와 의사소통하기 위한 매개입니다. 다만 소통을 위한 언어가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점이 다르죠.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프로그래머라고 할지라도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일들을 프로그래밍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특정 문서를 프린트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문서를 열고 화면에 문서 내용을 보여주고 프린터로 문서 내용을 보내서 프린트하는 프로그램을 전부 만들기에는 아무래도 힘이 들지요.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에는 원하는 기능을 해 주는 API를 사용합니다. 문서를 열고 내용을 읽어들이는 API, 프린터를 제어하는 API 등을 사용하여 프로그래밍을 하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많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사용하는 API는 프로그래밍하고자 하는 언어(C나 자바 등)로 되어 있어야 하겠죠.

아까 얘기한 N모사의 오픈API를 사용해서 요청을 보내면 N모사의 검색 결과를 RSS로 얻을 수 있습니다. RSS를 통해 전달되는 결과에는 순수한 데이터만 들어있기 때문에, 이 데이터를 가공하여 자신의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에 편집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N모사의 사이트에 직접 가서 검색 결과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페이지에 검색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방식과 차이가 있는 것이죠.

사용자의 구미에 맞게 데이터를 얻고 편집할 수 있는 API도 하나의 대세가 된 느낌입니다. 이미 알만한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API 서비스를 오픈하거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이미 오래 전부터 AP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고, 플리커, 델리셔스, 국내에서도 D모사의 블로그 API, E모사의 블로깅 API 등 API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지는 느낌까지 드는 게 사실이죠. :)

이러한 API는 다양한 정보들을 확산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보의 공유과 확산의 정반대 위치에 있는 포털들마저 API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을 보면, 웹2.0이 비록 정체 불명의 개념일지라도 분명한 가치를 지닌 패러다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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