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4호 장애없는
시각장애인 정보화 교육의 현황

임장순 / 실로암 학습지원센터 소장   hopenew@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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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정보화 기기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체계적인 정보화 교육이 필요하다. 누구든지 컴퓨터를 배우려면 관련된 지식의 습득과 약간의 훈련이 필요하겠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상당한 노력이 요구된다. 컴퓨터 사용의 기본이 되는 자판을 익히는 것마저도 단순한 독수리 타법을 모방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손가락에 특정키를 할당하여 치는 정식적인 타자 연습을 거처야만 키보드를 이용한 컴퓨터 조작이 원활해진다. 그림 위주 사용자 환경(Graphical User Interface)을 채택하고 있는 요즈음의 PC 운영 체제는 시각장애인들로 하여금 더욱더 컴퓨터를 배우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게끔 하였다. 비시각장애인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아이콘이나 대화상자, 메뉴방식 등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오히려 복잡하고 혼돈스러운 구조로 인식된다. 따라서 비시각장애인이 어깨너머로 간단히 배울 수 있는 기능도 시각장애인의 경우 그 과정을 모두 암기하고 관련 개념들을 숙지해야 한다. 특히 화면상의 움직임을 살펴보면서 사용해야 하는 마우스는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마우스를 대체할 단축키를 익혀야하고 컴퓨터를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크린 리더의 사용법을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

복지관에서 컴퓨터 교육 시작
시각장애인 컴퓨터 교육을 시작한 곳은 보건복지부 산하의 복지관이었다. 교육부나 정보통신부가 시각장애인 정보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하기 전에 시각장애인들 스스로가 그 중요성을 깨닫고 비교적 사업 전개에 있어 융통성이 있는 복지관에 요구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1990년도 당시 국내에는 변변한 한국어 스크린 리더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의 스크린 리더를 가지고 MS-DOS 활용법, GWBASIC 과정, 보석글 사용법 등이 교육되었다. 초창기에는 새로운 기기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비교적 지적 수준이 높은 청년층부터 컴퓨터 교육이 시작되었다. 지역적으로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의 일부에서 복지관의 주요 사업으로 진행되었다. 요즈음에는 4-50대 이상의 시각장애인 연령층이 컴퓨터 교육의 주요 대상자이고, 충분하지는 않지만 점차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각장애인 정보화 교육이 본격적으로 실시된 것은 1999년도 9월부터이다. 정보통신부가 정보화 격차해소 방안의 일환으로 장애인 정보화 교육장을 개설하고 운영비를 지원함에 따라 시각장애인도 전국 42개소의 정보화 교육장에서 컴퓨터를 배울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정보화 교육장은 독립적인 기관이라기보다는 시각장애인 복지관이나 시각장애인 관련 단체의 사업의 하나로 운영되고 있으며 정보문화진흥원의 관리를 받고 있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교육 방법 - 내방교육, 방문교육, 사이버 교육장
시각장애인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먼저, 특정 장소에 컴퓨터를 갖추어 놓고 시각장애인이 찾아와 교육을 받게 하는 내방교육이다. 시각장애인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려면 시각장애인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진행해야 하므로 이러한 방법으로는 한 교실을 5명가량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초교육, 즉 컴퓨터 자판을 익히고 간단한 문서편집을 하며 이메일을 보낼 수 있는 수준의 교육을 수행하는 데에 1회당 2시간을 기준으로 20회의 교육이 필요하다. 내방교육은 교육 효과는 좋지만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시각장애인 또는 지방 거주 시각장애인에게는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두번째로 시각장애인이 거주하는 곳을 정보화 교사가 찾아가 교육하는 방문교육이 있다. 이 방법은 보행이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한 사람에게 국한되어 교육을 실시해야 하므로 소수의 시각장애인들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현재 일부 정보화 교육장에서 실시되고 있지만 많은 시각장애인이 방문 교육의 혜택을 받으려면 정보화 교사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야 한다.

셋째로, 교육 내용을 녹음하여 인터넷 상에 올려두는 사이버 교육장을 운영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대부분의 교육이 언어를 사용하여 설명하고 컴퓨터로 시범을 보이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강사와 피교육자가 반드시 물리적으로 만날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인터넷 상의 음성 강의가 시간적,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이버 교육장에 접근하려면 인터넷에 접속하여 교육장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 능력이 있어야 하므로 컴퓨터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적절하지 못하다. 이러한 문제는 교육 초기에 방문 교육을 실시한다든가 CD 또는 카세트테이프와 같은 미디어에 기초 교육 내용을 녹음하여 전달하는 간접교육 방법으로 보완할 수 있다.
현재 사이버 정보화 교육장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삼성 안내견 학교, 시각장애인연합회,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의 정보화 교육장과 정보문화진흥원의 배움나라 사이트 등이 있다.

정보화 진전에 따라 장애인 교육 내용도 다양화돼
시각장애인 초창기 정보화 교육의 내용은 주로 자판 익히기와 간단한 운영 체제에 관한 지식, 그리고, 문서편집 기능, 스크린 리더 사용법 등을 교육하는 기초교육이 위주가 되었다. 그러나 컴퓨터의 활용 분야가 넓어짐에 따라 시각장애인 정보화 교육 내용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사무처리를 위한 MS-Office 계열 소프트웨어의 사용법, 정보 접근을 위한 인터넷 웹 브라우징법, 여가 선용을 위한 멀티미디어 사용법 등 그 내용이 다양화할 뿐만 아니라 그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스크린 리더, 점자 정보 단말기 등의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새로운 사용법에 대한 교육도 제공되어야 한다.

정보화 사회 이전의 시각장애인 재활 교육은 주로 점자교육, 보행교육, 일상생활 훈련 등이 주를 이루었으나 요즈음에는 컴퓨터 교육이 첨가되었으며 그 중요성이 나날이 더해져 가고 있다. 실제로 중도에 실명한 시각장애인들은 비록 미흡한 점이 많이 있다 하더라도 컴퓨터 교육을 통해 새로운 삶을 개척해 가고 있다. 단지 정보화 사회에 적응하기에 충분한 정도로 교육을 받으려면 많은 불편이 따르고 강한 의지력이 필요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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