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4호 여기는
웹2.0과 판매 영역의 확장

이강룡 / 웹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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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네트워커> 지면을 통해 웹2.0에 관한 인터넷 사용자들의 관심을 소개한 적이 있다. 웹2.0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논쟁이 지금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웹이 지향했던 초창기의 건강한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말로 해석하기도 하고, 엄연히 존재하는 새로운 웹의 경향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기업들은 상품 판매 시장의 확장 기회로 해석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로 해석되는 이러한 웹2.0은, 자본주의 세계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적 맥락 속에서, 세 번째 해석의 확장 가능성에 길을 넓게 터준다.

시장의 확장이 끝나면 자본주의도 끝장난다
시장의 확장, 즉 판매 영역의 확장은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주된 과제다. 시장의 확장이 멈추면 자본주의도 끝장나기 때문이다. 가공할 만한 확장 과정을 뒷받침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한 요소는 신용 제도다.

“신용은 생산의 확장 능력을 엄청나게 늘리고, 끊임없이 생산력을 몰아세워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도록 하는 내적 추동력을 형성한다. 즉 무모한 축적을 낳는 것이다. 신용은 자본주의 세계의 근본적 모순을 재생산한다.” - 로자 룩셈부르크(지음), 김경미 외 (옮김), <사회개혁이냐 혁명이냐>, 책세상, 2002.

“소비자 부채는 1950년대에 신용카드가 등장하면서 더욱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제품 주기가 단축되고 제품의 회전율이 빨라져, 갈수록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수많은 소비자들은 신용 카드로 빚을 내어 덥석덥석 물건을 사들였다.” - 제러미 리프킨(지음), 이희재(옮김), <소유의 종말>, 민음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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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를 띠는가. 확장을 위해 여러 가지 수법이 동원되는데 이중에서 가장 단순한 방법은 상품량의 확장이다. 컨베이어 벨트를 쉼없이 돌려 상품을 되도록 많이 찍어내는 것이다. TV 없는 집이 없고, 냉장고 없는 집이 없고, 자동차 없는 집이 없고, 휴대전화 없는 사람이 없다. 필요 없다면 소유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시장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쉴 새 없이 예비 소비자를 못살게 군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필요해서 인터넷을 쓴다기보다는 인터넷을 쓰다보니 필요가 생기고, 수요가 생기고, 소비가 발생하는 측면이 많다. 케이블 방송이 각 가정에 두루 보급되면서 바뀐 현상 중 하나는 그동안 지상파에서 볼 수 있었던 방송들이 점차 케이블 방송들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도 지상파 방송에서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확장이 대중성을 창출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대중성이 공공성을 침해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이렇게 확장은 자신의 목적 외의 다른 것을 돌보지 않는다.

또 하나 아주 유치한 확장 수법은 같은 상품을 겉모양만 바꾸어서 내놓거나 다른 것과 적절히 묶은, 이른 바 패키지 상품을 다양하게 늘어놓는 방식이다. 조삼모사다. 뉴스를 보니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들이 담합하여 정액제 요금을 없애기로 했다고 한다. 새로운 미끼로 구매를 유도하고 판매 영역을 확장한 다음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면 슬그머니 딴 종류의 확장에로 관심을 돌리는 것은 기업들의 아주 뻔한 수법이다. 끝장나는 것보다는 욕먹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적 확장은 시공간에 두루 침투한다. 24시간 편의점은 판매 시간을 확장한다. 소도시에까지 뿌리를 내린 창고형 매장은 판매 공간을 확장한다. 들고 다니면서 볼 수 있는 DMB(디지털위성방송) 기기는 시공간을 둘 다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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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는 웹2.0을 어떻게 해석할까
시공간의 물리적 확장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 기업은 소비자의 기호를 확장한다. 기호는 - 사로잡기는 어려워도 - 일종의 무한지대이기 때문에 자본가의 입장에서는 늘 탐나는 영역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손에 만져지는 것으로 둔갑시키는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의 위력은 도처에서 경험할 수 있다. 똑같은 빨강 립스틱도 매 계절마다 새로운 상품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질과 양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광고 이미지를 구매한다. 전지현을 소비한다. 때가 되면, 광고기획사들은 WINE세대니 뭐니 하는 쓰레기 같은 세대 타령을 너절하게 늘어놓는다. 기호의 영역도 세분화되는 것이다. 더 많이 확장하기 위해서다. 영화 <데블스 애드버킷>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허영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호품이지.” 기 드보르는 <<스펙타클의 사회>>에서 스펙타클은 하나의 이미지가 될 정도로 축적된 자본이며, 화폐의 발전된 현대적 보완물이라고 적었다. 돌아보면, 예전에 서점가에 10억 만들기 열풍이 불어 닥치기 시작했던 때는 로또 열풍이 잦아들 무렵이었다. 대박을 좇다가 허탈해진 이들은 다시 대박의 꿈에 사로잡혔다. 그것도 요행이 아닌 순수한 자신의 노력만으로 얻을 수 있는 그런 꿈이라는 새 환상을 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기호에 불과한 상품으로서의 책 한 권만을 소비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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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아이는 성공하기 위해 태어난다>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어떻게 이런 제목의 책이 나올 수 있는지 뜨악했다. TV에서 가끔 영재 관련 내용을 보도하는데, 그 영재 한 명이 창출하게 될 미래의 경제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 마치 영화 <사토라레>의 그것처럼 말이다.
웹2.0을 주창하는 사람들의 원래 의도는 기업의 시장 확장 욕구에 흡수될 여지가 있다. D. H. 로렌스는 ‘이야기꾼을 믿을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믿어야 한다.'고 했는데, 웹2.0이든 아니면 다른 어떠한 새로운 개념이든 이야기꾼들만 너무 많고 자본가의 이윤 추구에 기여하는 이야기꾼들은 점점 더 늘어난다. 포털을 비롯해 많은 웹사이트들은 정기적으로 개편을 한다. 새로운 판매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웹2.0이란 적절한 슬로건 아래 여러 온라인 상품을 교묘하게 포장할 것이며, 개편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접근할 것이다. 웹2.0에 관한 논의들의 의도가 어떠하든 이러한 결과는 막기 어렵다. 인터넷 공간 도처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착시 현상들을 볼 수 있다. 웹2.0이란 것이 있든 없든 어쨌든 착시는 이미 벌어지고 있고, 좋든 싫든 시장도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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