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4호 기획 [키즈케어 상품, 인권침해 논란]
바른 사회, 바른 생활을 꿈꾸는 통제자들
감시의 상품화, ‘키즈 케어’

남운 / 네트워커   the1tree@jinbo.net
조회수: 3640 / 추천: 57
어린이관리 서비스, 일명 '‘키즈 케어’(KIDSCARE)' 서비스가 부모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지난 2002년도에 LG텔레콤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키즈 케어'는 본래 여러 IT업계에서 신변보호 서비스로부터 출발하여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KT, SKT, KTF 등 경쟁 통신업체에서도 위치추적 뿐 아니라 일반 교육기관과 연계하여 전자명찰을 발급하고 일일이 어린이의 일상생활을 보호자로 하여금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학교, 학원 등의 외부활동 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인터넷 사용이나 TV 시청을 감시 ·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를 IT업체와 초고속인터넷 업체에서 제공하고 있다.

'키즈케어' 상품, 어떠한 것들이 있나

위치추적 기술을 이용한 아동 위치 통보 서비스
위치추적 ‘키즈 케어’들은 기본적으로 전자태그(RFID)가 장착된 전자학생증을 교육기관에 설치되어있는 시스템에 인식시켜, 등하교 상황을 실시간으로 부모에게 휴대폰 문자메세지로 보내준다. 한국통신 KT ‘비즈메카 키즈 케어’는 초등학교 대상으로, LG텔레콤 ‘키즈 케어’는 지역의 학원·유치원을 대상으로 서비스 하고 있다. 또한 LG텔레콤 ‘아이 스쿨버스’는 유치원 버스 이동경로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파악해 준다. SK텔레콤의 ‘아이-키즈(i-Kids)’는 자녀의 현재 위치를 즉시 조회할 수 있으며, 자녀의 활동지역을 '안심존'이라고 설정하고, 안심 존을 이탈할 경우 부모의 휴대전화로 통보해준다.

컴퓨터 이용 통제 서비스
PC ‘키즈 케어’ 는 유해사이트 차단, 인터넷 사용시간 제한, 컴퓨터 사용내역 확인 및 통계 기능 등을 제공하고 있어, 부모가 외출 시에도 자녀의 컴퓨터 이용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준다. KT - 메가패스 ‘타임코디 서비스’, KT - 메가패스 ‘크린아이 서비스’, 하나포스닷컴 ‘하나포스 우리아이’, JIE코리아 '키즈라겐' 등이 서비스 되고 있다.

성인 채널 통제 서비스
스카이라이프 ‘위성TV 서비스’는 부모가 차단한 채널을 설정해두면 아이들이 그 채널을 맞추더라도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화면이 뜨지 않도록 한다.

상품화 되어가는 감시 기제
그러나 이와 같은 키즈 케어 상품들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감시의 일상화라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어린이들이 유년기부터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감시시스템에 노출되고, 보호라는 명분으로 일상생활을 통제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강제적인 감시와 통제가 생활화된 어린이가 성인이 된 후에도 권력의 통제를 자각하지 못하고 그에 순응하게 되는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진보네크워크센터 지음 활동가는 “감시 상품이 과연 자녀들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의문입니다. 사실 아이들이 감시를 피하려고 맘만 먹는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고 악용될 여지도 많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과 대화이지 감시와 통제가 아니겠죠. 감시가 도덕적인 아이를 만든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키즈 케어 상품의 또 다른 문제로 “이런 상품들이 아이와 부모의 대화와 합의를 통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광고와 학원/학교의 홍보를 통해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며, “부모의 입장에서는 무엇이 진정 아이를 위하는 일인지를 제대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기업의 행태는 상당한 인권침해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상품을 소비하도록 유혹한다. 정부는 ‘규범’이 확립된 세련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감시 기제들을 계속 도입하고 있다. 어린이 안전 관리시스템 ‘키즈 케어’는 이 두 요소가 환상적으로 배합 되어있다. 현재 ‘키즈 케어’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독립적인 역감시 기구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움직임이 절실한 시점이다.

인터뷰
서울의 모 초등학교에서 키즈케어 서비스를 받았던 자녀를 둔 학부모인 김미형씨를 만나 키즈케어 서비스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Q. 학교에선 키즈케어를 어떻게 설명했나요?
A. 따로 설명을 들은 적은 없었어요. 서면으로 희망여부를 조사하였는데 저희는 신청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이미 신청이 되어 있어서 약간은 당혹스러웠습니다. 학교에서 하라는걸 안하는 것은 조금은 곤란합니다. 아마 우리 아이가 임의로 신청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Q. 키즈케어가 자녀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A. 아니요, 엄마들이 아이들의 행동반경을 손쉽게 체크하고 알기 위한 시스템 정도이지 자녀의 안전과는 전혀 무관해요. 아이에 대한 부모의 감시 프로그램이라고나 할까? 아침 8시 40분~9시에 한번, 오후 12시 30분 이후에 한번 “ㅇㅇㅇ 학생이 학교를 도착(출발)했습니다.”라는 문자가 저의 핸드폰으로 전송됩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더군요. 한편으로는 아이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훔쳐 볼 수 있는 것에 대한 안도(?), 재미가 있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 아이를 왜 이렇게까지 감시해야 하는 것인지...어리지만 아이에게도 인격이 있고, 감추고 싶은 것이 있고, 가끔은 일탈하고 싶기도 할 텐데 말예요. 아이의 인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 심각한 것은 아무리 좋은 감시 프로그램이라도 그것을 교묘하게 피할 방법은 나온다고 봐요. 그래서 아이들이 더 음성화 될 수 있다고 생각되고요.


Q. 자녀의 안전을 위해 학교와 가정에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A. 학교에서는 성적과 출세 중심의 교육이 아닌 인간 중심의 교육으로(공교육) 정상화 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가정 역시 물질(성적과 출세)보단 인간이 중심인 세상이 아름답고 서로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깨우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죠.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 안에서의 신뢰로 아이들과 함께 세상을 바로 보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눈높이로만 규정하지 말고요.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