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4호 표지이야기 [게임등급제 논란 : 산업발전 vs 청소년보호?]
온라인 게임, 올바른 유통방안은 무엇일까?
게임산업진흥법의 게임등급제 논란

오병일 / 네트워커   antiropy@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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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게임산업진흥법이 공표되었다. 게임은 국가 경쟁력을 주도할 문화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게임산업의 진흥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들도 마련이 되고 있다. 동시에, 게임 중독이나 게임의 폭력성이 청소년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게임 자본, 국가경쟁력에 경도된 정부, 청소년 보호 대책을 요구하는 민간단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게임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 반해, 게임이 우리 사회와 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그다지 진전이 없는 듯 하다. 이번 호 <네트워커>에서는 우선 게임을 둘러싼 각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관련된 쟁점들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이제 온라인 게임은 더 이상 청소년들의 전유물이거나, 저급하고 소비적인 오락으로 치부되지 않는다. 게임에 대한 그러한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을 대하는 사회적 태도는 확실히 달라졌다. 프로게이머가 등장한 지 오래고, 최근에는 e-스포츠로 규정되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프로게이머에 대한 군 면제까지 논의되고 있다. 이는 게임 산업의 확산에 따라, 게임이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주도할 주요 '문화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올해 초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은 게임업체 CEO와의 정책간담회에서 "2006년이야말로 세계3대 게임강국 실현을 위한 도약의 해"라고 강조하면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중장기 세부실행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게임물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 특히 청소년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지난 4월 28일 공표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을 둘러싸고 게임업계, 정부, 민간단체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YMCA 등 22개 교사, 학부모, 시민단체가 결성한 '게임물등급제도개선연대'는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산업적 논리에 의해 청소년 보호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법률을 재의결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보호 대상인 청소년의 연령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청소년보호법상 연19세에서 만18세로 하향 규정한 것과 기존 법률(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에서 12세, 15세 이용가를 받은 게임물을 전체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은 것으로 간주한 '부칙 제5조 경과규정'이 비판의 초점이 되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새 법률의 취지를 오해한 것"이라며, "게임업계는 현행의 15세 이용가 게임물들의 유통과 관련하여 현재의 등급을 자율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과연 게임업계의 '자율적인 노력'에 대한 신뢰성은 그다지 높아보이지 않는다. 기존의 연령 등급제 역시 게임업체의 관리 소홀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2월 14일, 국가청소년위원회가 발표한 “청소년 보호를 위한 온라인게임 운영 시스템 실태 조사”결과에 의하면, 온라인 게임사들이 청소년 연령 등급을 표시하지 않고 부모 동의절차도 허술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 12세 미만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게임의 50%가 12세 이상 이용가 등급으로 조사되었으며, 부모 동의가 지켜지는 경우도 22.1%에 불과하였다.

한편, 현재의 갈등은 영화나 인터넷에서의 내용 규제를 둘러싼 논쟁과도 관련되어 있다.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를 넘어서 청소년에 대한 통제나 표현에 대한 규제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 인터넷, 만화, 게임 등 각 매체마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규제의 방식에 있어서도 서로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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