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5호 http://
자율적으로 해결해야할 것과 법적 규제가 필요한 것

오병일 / 네트워커 편집장   antiropy@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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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주체들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노력과 상호작용에 의해 해결되어야할 것들이 있는 한편, 때로는 법으로 강제하고 규제해야할 것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정부 정책과 관련한 논란에는 이와 같은 규제 방식을 둘러싼 대립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논란을 들여다보면 일정한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경우, 개인이나 공동체에 대한 규제는 가능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규제가 자칫 개인의 인권이나 공동체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에 대한 규제는 보다 엄격하게 이루어질 것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기업은 이윤을 목적으로 움직이며, 이에 따라 생산성과 효율성에 중심을 두다 보면, 공공적 가치나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의 경우에도 자율 규제에 의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개별 기업이 이윤에 대한 욕망보다 공공적 책임을 중시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정부 정책이 (규제 방식에 있어서) 시민사회의 입장과 반대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공공 기관이나 기업에게는 자율 규제를, 개인이나 공동체에는 법에 근거한 강제적 규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상의 욕설 등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인터넷 실명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3년 전에 NEIS 추진을 강행하던 한 교육부 관료는 '자기정보통제권' 주장에 대해 '하나의 학설일 뿐'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한편, 공공기관 홈페이지는 모든 국민들에게 평등한 접근권을 보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 정부부처에 '공공기관 홈페이지 운영 지침'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CCTV와 같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장치들이 법적인 근거 없이 공공기관에 의해 설치되고 있다. 공인인증서 문제와 같이 기업에 대한 공적 규제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도 하다. 오히려 정부 관료들이 "그런 것을 요구하면 누가 사업을 하려고 하겠냐?"고 업체들을 두둔하는 실정이다.

개별 정책에 대한 논쟁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 관료들의 인권 불감증과 효율성 만능주의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책마다 되풀이되는 갈등을 피하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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