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5호 칼럼
인터넷을 지키자

전응휘   평화마을 피스넷 사무처장 :: chun@peacen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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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P2P서비스를 전면유료화 한다는 이야기가 무성하다. 그런가 하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프랑스의 저작권 법안의 최종안에서 P2P에서 사적복제는 모두 불법화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음원저작권 집중관리단체들은 일제히 목소리 높이기에 여념이 없다. P2P는 이미 불법으로 판정이 났으니 유료화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고 한다.

필자로서는 도무지 이런 말들이 무슨 말인지, 당사자들은 이해하면서 하고 있는 말인지 의문이 든다. P2P서비스란 Peer to Peer 서비스를 말한다. 인터넷에서 네트워킹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서버-클라이언트 방식이고 다른 하나가 P2P 방식이다. 서버-클라이언트 방식은 서버가 능동적인 서비스 제공역할을 하는데 비해 클라이언트는 주로 수동적인 수신자 역할을 한다. 그러나 P2P서비스에서는 양자가 서로 대등하게 서로 주고받는 관계가 된다. 이렇듯 P2P 자체는 네트워킹의 한 방식일 뿐이다. 그리고 서버-클라이언트 방식이나 P2P 방식이나 그것이 네트워킹의 방식인 이상 기본적인 목적은 자원공유에 있다.
따라서 자원공유의 방식 자체가 불법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네트워킹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말이나 똑같은 말이다. 네트워킹이 불법이라면 인터넷 자체가 불법이란 말인가? 또 P2P에서 사적복제는 모두 불법화되었다고 하는 말도 네트워크에서 이루어지는 데이터 전송행위는 모두 불법이라는 말이나 똑같은 말이다. P2P 서비스를 유료화 한다면 인터넷의 모든 서비스가 유료서비스가 된다는 말이나 같은 말이다. 웹서비스나 메일서비스가 모두 유료화 된다는 상상을 누가 감히 할 수 있을까?

일전에 P2P 관련 토론회에서 지적재산권 전문가라는 사람이 무심코 했던 발언이 생각난다. 그는 이미 P2P는 불법으로 여러 차례 판결이 났기 때문에 더 논란을 벌일 필요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필자는 이제까지 있었던 대표적인 P2P관련 법원판결에서 P2P 자체를 불법이라고 판결한 사례는 단 한 건도 보지 못했다. 불법 판결이 난 것은 모두 예외 없이 P2P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제공하는 업체가 공지내용이나 프로그램 다운로드 등을 위해 운영하는 관련 서버나 일반 이용자를 위해 제공하는 P2P 소프트웨어에서 P2P 서비스를 통해 명백하게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을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기술이 불법인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논란도 말을 정확하게 한다면 상대적으로 P2P 네트워킹 방식에서 저작물의 불법적인 유통이 많이 일어나고 있으니 불법적 유통을 합법적 유통으로 바꾸고 그러기 위해서 유통되는 콘텐츠를 유료화하자고 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P2P 네트워킹 방식에서는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이용자가 유료 콘텐츠의 제공자여야 한다. 만약 이용자가 유료 콘텐츠의 제공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해서 P2P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업체가 자신이 제공하는 것도 아닌 일반 이용자들 간에 주고받는 콘텐츠를 유료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일반 이용자들간에 공유하는 콘텐츠가 과연 합법적인 것인지 불법적인 것인지 그것은 또 누가 어떤 방식으로 알 수 있을까? 필터링 소프트웨어를 이야기 하는데 도대체 기계적인 처리만을 수행할 뿐인 소프트웨어가 특정 디지털 데이타가 합법적인 저작물인지 불법적인 저작물인지를 무슨 수로 가려낼 수 있다는 얘긴지 점점 더 알 수가 없다. 하여간 한 가지는 분명히 이해가 된다. 무엇인가 이제 더 이상 인터넷을 인터넷 아닌 다른 것으로 바꾸려는 사람들과 움직임이 있다는 점이다. 이젠 인터넷을 지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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