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5호 표지이야기 [오픈 웹, 닫힌 전자정부를 열어라!]
대한민국 전자정부 웹사이트는 위법하다!
MS 전용 전자정부 운영은 공정거래법, 전자서명법 등을 위반하는 것

오병일 / 네트워커   antiropy@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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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혀있는 전자정부를 열어줘! 대한민국 전자정부는 MS 윈도에 최적화되어 있어, 윈도 이외의 운영체제나 브라우저로 접근하는 이용자들의 접근을 제약하고 있다. 이의 문제점을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왔으나, 최근 전자정부 웹사이트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소송을 통해 이 문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오픈 웹(Open Web). 과연 이번에는 닫힌 전자정부를 열고, MS의 시장 독점적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인가.

UN이 발표한 '2005 전자정부 준비지수' 조사에서 한국이 5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특히 한국은 전자참여 단계에서 덴마크, 싱가포르에 이어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MS 윈도가 시장의 99%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한국의 특수한 환경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한국의 전자정부는 MS 외의 운영체제, 인터넷 익스플로러 외의 웹브라우저 이용자의 참여는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정부 홈페이지, MS에 최적화 되어있어...

실제로 대한민국 전자정부 통합전자민원창구 홈페이지(http://www.egov.go.kr)를 파이어폭스로 접속해서 이용하려 했으나, 회원가입 단계에서부터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주소 찾기 등에서 오류가 발생한다거나, 플러그인 설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민원의 일부는 본인확인을 위해 공인인증서를 필요로 하고 있으나, 공인인증서 역시 MS 기반 위에서만 작동한다. 전자정부 홈페이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전자정부 구축의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 홈페이지를 파이어폭스로 접속하면, 아예 주요 메뉴 자체를 볼 수가 없다.
이는 정부 홈페이지가 '국제표준'에 따라 제작되지 않고, 'MS에 최적화' 되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공기관의 웹사이트만 그런 것은 아니다. 국내의 상당수의 웹사이트들이 MS에 최적화되어있다. 심지어 "이 홈페이지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6.0에서 최적화되어 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광고하고 있는 사이트들도 많다.
파이어폭스로 접속한 행정자치부 홈페이지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접속한 행정자치부 홈페이지

그러나 민간 영역의 회사나 개인들이 MS에 최적화된 홈페이지를 제작한다고 해서 이를 규제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공공 기관의 홈페이지는 다르다. 공공기관은 국민들의 알권리 및 정보접근권을 보장해야할 뿐만 아니라, 부당하게 차별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최근 공공기관 웹사이트 및 공인인증서의 MS 전용화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이러한 상황의 개선을 위해 집단적인 민원 및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움직임이 있어 주목된다.

웹페이지 국제표준화를 위한 행정소송 움직임

오픈 웹(Open Web). 김기창 교수(고려대학교 법대)가 주도하고 있는 이 운동은 "공공 기관이 그 웹사이트를 MS전용으로 제작, 운영하거나 공인인증서를 MS기반에서만 작동하게 해두는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하며, 지난 5월 8일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민원을 정보통신부에 제출하였다. 그 이전인 5월 2일, 김기창 교수는 '한글 모질라 포럼(http://forums.mozilla.or.kr)' 게시판에 '웹페이지 국제표준화를 위한 행정소송 준비'라는 글을 통해 민원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였는데, 며칠 사이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참여의 뜻을 밝혔다. 아직도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 신청을 받고 있다. 김기창 교수는 현재까지 약 800명 가량이 참여하였으며, '운영체제(OS)나 브라우저에 상관없이 누구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계속 참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원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keechang@fastmail.fm 으로 이름과 우편주소를 보내면 된다. 참여 신청을 하면 메일을 통해 진행 소식을 받아볼 수도 있다.)
한글 모질라 홈페이지

사실 이러한 요구가 지금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지난 2002년 함께하는시민행동(http://www.action.or.kr)은 ▶ 정부홈페이지 정보접근 불평등 보고서 발간, ▶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대한 모니터링, ▶ 공공기관 홈페이지 운영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발표, ▶ <시민의 손으로 만드는 전자정부> 토론회 개최, ▶ 시민친화적인 공공기관 홈페이지 운영 가인드라인 발표 등 전자정부 홈페이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공공기관 홈페이지의 접근성이 일부분 개선된 점도 있으나, 정부 주체의 관점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전자정부 민원 서비스가 시작된 직후인 2003년 초, 한국과학기술인연합(http://scieng.net)은 '표준화를 거부하는 전자정부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MS에 최적화되어 제작된 전자정부 홈페이지를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이들은 "전자정부 인터넷 웹사이트가 HTML의 표준을 무시한 채 만들어진 까닭에 특정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전자정부 웹사이트를 완전하게 이용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HTML의 표준을 따르고 특정회사의 소프트웨어에 얽매이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고 이미 대안까지 제시한 바 있다.
이 외에도 각종 언론과 개인, 커뮤니티들이 MS에 편향된 정부 정책을 비판해왔다. 현재 오픈 웹 운동이 단시일 내에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배경에는 수많은 비판에도 전혀 변화가 없는 정부정책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간 웹사이트 위법하다

그러나 오픈 웹 운동이 기존의 접근성 요구와 다른 점은 현행 공공기관 웹사이트 운영 행태를 '위법'한 것으로 규정짓고, 민원 및 소송 등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하고 있는 점이다.
이들은 5월 8일 정보통신부에 제출한 민원신청서에서 ▶ 정보통신부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MS 제품 사용자만 접속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이는 위법하다는 점, ▶ 정부 및 공공 단체 웹사이트가 MS제품 사용자들만 접속할 수 있게 제작, 운영되는 사례를 정보통신부가 묵인, 방치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하고, 알 권리 및 정보접근권을 박탈'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MS전용 웹사이트의 광범한 유포는 브라우저 및 OS시장의 독점을 조장하고 경쟁사 제품의 시장진입을 가로막는' 것으로 공정거래법위반이라는 것이다.

공인인증서, 전자서명법 위반

이와 함께 공인인증서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은행 등에서 개인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공인인증서'를 이용하고 있는데, MS 외의 운영체제에서 공인인증서 이용이 불가능하도록 한 것은 '전자서명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전자서명법 제7조 1항은 "공인인증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인증역무의 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수요가 적으므로 공급을 거절하겠다'는 것은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공인인증'은 철도, 도로, 우편, 상하수도와 같은 공공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만일 '수요가 적으면 공급을 거부'해도 된다는 논리가 적용된다면, 상하수도, 우편과 같은 공공서비스 역시 대도시에서만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더불어 기술규격 6.1에 의하면, 공인인증기관은 리눅스, 매킨토시 이용자를 위한 이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한국정보인증(주), 금융결제원, (주)코스콤, 한국전산원, 한국전자인증(주), 한국무역정보통신 등 현재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6개 업체 모두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위법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들이 법규가 정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심사를 통과하여 인증업체로 지정받은 것은 감독기구로서 정보통신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하여 오픈 웹 그룹의 정두수 교수(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는 공인인증기관에 대한 심사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정보통신부에 제기한 상황이다.
공인인증서에 대한 문제제기는 리눅스나 맥 이용자들을 괴롭히는 결정적인 문제 중의 하나인 인터넷 뱅킹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3년 3월, '리눅스와 매킨토시까지 모든 개인용 컴퓨터의 인터넷 뱅킹을 지원하는 최고의 은행을 기다립니다'라는 모토로 프리뱅크 운동(http://www.savin.net/freebank/)이 벌이지기도 했었다. 이는 리눅스나 맥 이용자들이 모든 운영체제를 지원하는 은행에 예금을 기탁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운동으로 당시에 신선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나 실질적인 성과 없이 현재는 중단된 상태이다. 만일 공인인증서가 리눅스나 맥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다면, 리눅스나 맥 이용에 있어서 커다란 장벽 하나가 해소되는 셈이다.

오픈 웹 그룹측은 지난 5월 8일에 신청한 '인터넷 및 전산환경 전반에 대한 민원'에 이어, 6월 2일 공인인증서 관련 정보공개 청구, 6월 17일 공개 소프트웨어 관련 민원, 6월 18일 전자거래 기본법 관련 민원, 6월 21일 정보화교육 관련 민원을 줄줄이 제기한 상황이다. 이메일을 통한 민원 신청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이 오지 않자, 결국 윈도 환경에서 공식민원창구를 통해 다시 민원을 신청하였다. 현재까지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일부 공개 결정이 났을 뿐, 민원 전반에 대해 만족할만한 정보통신부의 공식적인 답변은 없는 상황이다. 정보통신부 관계자 역시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6월 말이나 7월 초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공식적인 답변이 전달될 전망이다.

오픈 웹 그룹은 홈페이지(http://openweb.or.kr)를 통해 모든 진행 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전문 지식과 노력을 제공하고 있어, 오픈 웹 그룹의 운영 자체가 공개 소프트웨어의 생산 방식과 흡사하다. 김기창 교수는 '소송은 최후의 수단'일 뿐이며, 가능한 소송으로 가지 않고 정책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렇기 위해서는 정보통신부 정책에 있어 전향적인 변화가 있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오픈 웹 운동이 정보통신부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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