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5호 파워인터뷰
MS와 화이자의 배만 불리는 한미FTA, 당신은 원하십니까?
피터 드라호스, 호주국립대학교 교수(Prof. Peter Drahos,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정우혁 / 네트워커   ohri@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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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1차 협상이 결국 미국에서 시작했다. 국민적인 합의도 없고, 협상내용도 전혀 공개되지 않은 채 정부대표단들의 밀실 협상을 통해서 한미FTA는 진행되고 있다. 미국이 체결해 온 FTA, 그 중에서도 지적재산권 협정에 대해서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교수가 있다. 호주국립대학교(ANU)의 피터 드라호스 교수이다. 그는 미-호주FTA협상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했으며, 현행 지적재산권 체제에 대해서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는 다양한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정보봉건주의(information feudalism)>라는 저서로 유명하다. <네트워커>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코먼스(Asia-commons)회의에 참석한 피터 교수를 만나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FTA의 본질이 무엇이고, 특히 지적재산권 조항이 가지는 문제점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정우혁(아래 ‘정’) :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이 각 국과 체결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피터드라호스(아래 ‘피터’) : 일반적으로 미국은, 양자간 투자협정(BIT)이나 다자간 투자협정 등 국제적인 협상 테이블을 옮겨가며, 자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무역관련 협상을 이끌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이 체결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아래 FTA)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봐야 하는데요, 미국은 다자간 체제인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흡족한 이익을 보지 못한 국가들과 우선적으로 FTA를 맺고 있습니다. 또한 FTA협상에서 미국은 항상 상대국보다 우위의 협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발도상국들이나 저개발국들에게는 매우 불평등한 협정입니다. 따라서 개발도상국들은 FTA보다는 오히려 다자체제인 세계무역기구 테이블에서 협상을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훨씬 유리할 수 있습니다.

FTA에서 지적재산권 조항은 ‘협상불가(Non-negotiable)'

정 : 교수님께서는 그동안 미국이 체결한 FTA협정 중, 특히 지적재산권 조항에 대해서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FTA의 지적재산권 조항은 어떠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요?
피터 : 지적재산권 조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사실상 명확한데요, 한마디로 '협상불가(Non-negotiable)'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다시 이야기해서 지적재산권 조항에 대해서 미국과 FTA를 맺는 상대국들은 협상의 자유가 거의 없습니다. 미국이 다른 여러 국가들과 체결한 FTA 협정들에서 지적재산권 조항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은 이것을 반증합니다. 다른 분야에서는 협상이 가능할 수는 있으나, 지적재산권 조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미국은 기본적으로 세계무역기구의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인 트립스(WTO TRIPS) 기준보다도 한층 강화된 트립스플러스(TRIPS+)수준의 지적재산권 조항을 요구하고 있으며, FTA를 체결하면 할수록 더욱 높은 수준의 권리 보호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싱가폴, 미-호주 FTA 등 미국이 체결한 FTA의 지적재산권 조항들을 분석해 보면, 일반적으로 그 초안의 내용이 비슷한데요. 저작권 보호기간의 연장, 집행규정의 강화, 특허기간의 연장, 강제실시권의 제한, 분쟁해결관련 규정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 국가별로 특별한 요구를 할 때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 호주의 경우, 미국은 미-호주FTA를 통해서 호주가 가지고 있는 의약품급여제도를 약화시키고, 미국 제약회사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요구를 관철시키기도 했습니다.
FTA에서 미국은 자국의 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인 목표를 그대로 협정문에 반영합니다. 이것은 결국 미국의 초국적 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더 많은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죠. 특히 미국의 21개 초국적 기업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는 산업기능자문위원회(IFAC)는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강력한 로비를 펼치고 있으며, 미국 정부의 무역관련 협상에 매우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습니다.

정 : 각 국의 경제적인 수준이나 문화적 환경이 모두 다른데요, 지적재산권 조항이 모두 비슷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피터 : 그것은 미국이 단지 자국 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입장에서만 협상을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상대 국가들의 경제, 사회, 문화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을 고려할 경우에, 미국의 초국적 기업들이 원하는 내용을 구성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FTA 저지운동의 핵심은 전 국민적인 반대여론을 조직하는 것

정 : 2004년 미-호주 FTA가 체결되었습니다. 당시 호주 내에서는 미호주FTA에 반대하는 운동은 어땠나요?
피터 : 미국의 FTA 협상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진영의 운동이 매우 중요한데요, 미-호주FTA 체결 당시 호주의 시민사회진영의 반대운동은 전략적으로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적재산권 이슈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문제로 접근을 하는 방법을 찾았어야만 했습니다. 예를 들어, 특허 이슈는 의약품 접근권과 직접 연결해서 문제를 제기해야만 합니다. 특허권의 강화는 결국 모든 국민들이 의약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의 의미하는 것이며, 이것은 국민들의 반대여론을 조직하는데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이슈 중에는 저작권 등 문화와 관련된 이슈도 있지만, 그보다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의 이슈에 집중해서 반대운동을 펼치는 것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일반 사람들의 강력한 반대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면, 이것을 통해서 FTA이슈를 정치적인 문제로 의제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들의 강력한 반대여론이 형성될 경우 이것을 토대로, 정치권이 FTA 협상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FTA 저지투쟁의 핵심은 얼마나 강력한 국민들의 반대여론을 조직해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정 : 전문가들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게 되면, 문화와 지식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가 침해당하고, 의약품의 가격이 매우 높아져 생명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하는데요, 미국과의 FTA 체결 이후, 호주의 상황은 어떤가요?
피터 : 지금 당장 직접적인 영향에 대해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왜냐하면, FTA를 체결했다고 그 영향이 곧바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호주는 FTA 발효 후, 이제 1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분석자료들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적재산권 협정과 관련된 영향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기본적으로 각종 산업 영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봐야 할 것입니다. 현재는 향후 FTA로 인한 여러 가지 영향들을 예상해 볼 수 있는데요. 소프트웨어, 교육, 제약 산업 등의 비용은 높아질 것이고, 반면 경쟁은 줄어들 것입니다. 호주의 기업들은 대다수의 중요한 지적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기업들에게 로열티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작권과 관련된 분야를 살펴보자면, 우선 대학을 비롯한 교육기관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해서 권리보호를 강화하게 될 경우, 퍼블릭도메인 영역(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나,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정보영역)은 축소되고, 이로 인해서 교육기관 등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상당히 제한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계속해서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 강력한 제재조치를 요구해 왔습니다. 미국의 요구대로 단속과 제재를 강화할 경우, 선의의 피해자는 물론이고, 많은 국민들이 저작권 침해로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또한 특허권을 강화하여 제네릭(특허가 만료됐거나 특허보호를 받지 않는 의약품) 제약회사들의 시장진입을 제한하는 각종 조항들이 미-호주 FTA 협정문에 포함이 되어 있는데요, 이러한 조항들이 실제로 제약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는 않고 있지만, 미-호주FTA 협정문이 미국 산업에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제네릭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회사들의 시장진입은 매우 힘들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초국적 제약회사들의 독점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의약품 가격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미-호주 FTA는 결국 양자간 무역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며, 그 간격은 미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더욱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런 영향이 곧바로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사회 전 분야에 조금씩 조금씩 파고들 것이며, 길어도 수년 안에 그 영향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 호주정부도 이런 악영향들에 대해서 예상을 했을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정부가 미국과 FTA를 체결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피터 : 호주정부는 미국과의 FTA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체결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호주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중 한 가지는, 호주정부가 농업분야에 있어서 미국과의 FTA를 통해서 상당히 긍정적인 성과들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결과는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해석은, 호주가 경제적으로 미국과 FTA를 맺고 이를 통해서 국가안보를 위한 미국과의 군사적인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하자면, FTA는 사실상 국가 안보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FTA에서 국가안보 이슈는 논의나 협상대상도 아니었습니다. 만약 호주 정부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을 했다면, 그것은 분명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미국과의 FTA에 대한 호주정부의 긍정적인 분석과 평가는 거의 대부분 틀렸습니다.

한국정부 협상단, 한국 제네릭 제약회사 등 이해당사자들과 긴밀하게 공조해야 한다.

정 : 6월, 한국 정부도 미국과의 FTA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협상전략에 있어서, 한국 정부의 대표단들이 꼭 염두해 두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피터 : 만약 내가 지적재산권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정부 대표단이라면, 나는 한국의 제네릭 제약회사들을 비롯한 보건의료분야의 전문가들과 매우 긴밀하게 소통을 하면서 협상 전략을 마련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한국의 제네릭 제약회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협상에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제네릭 제약회사들도 정부 대표자들에게 자신들의 입장과 정보들을 매우 구체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미국이 제시하는 FTA협정문의 문구 하나하나에서부터 협상전술까지, 미국의 강력한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구체적이면서 과학적인 논리를 개발하고, 이를 위한 모든 정보와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또한 한국 정부의 협상단들은 저작권과 관련하여, 대학을 비롯한 교육기관의 전문가, 소프트웨어 산업 분야의 전문가들, 콘텐츠 제작자들을 만나서, 그들로부터 많은 정보들을 얻어야 합니다. 산업 현장에서 생산되는 최신의 정보를 획득해서 준비해야만, 테이블에서 협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이해당사자들과의 긴밀한 공조체제가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실제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든가 최신의 정보들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한국정부협상단들은 매우 큰 실수와 우를 범하게 될 것입니다.

FTA저지 구호, 간결하고 강력하고 명확해야한다.

정 : 한국의 시민사회진영에서도 강력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들의 활동에 대해서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피터 : FTA에 반대하는 대중적인 여론을 조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반사람들에게 FTA가 어려운 이슈가 아니며, 또한 일상적인 생활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각인시켜야 합니다. 보통 FTA라고 하면, 일반사람들은 매우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외면당하기 쉽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들에게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구호를 생각해 볼 수 있을 텐데요. “한미FTA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를 더욱 부자로 만들 것입니다”, “한국 민중들은 MS의 빌게이츠를 정말 부자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입니까?” 이렇게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언어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또한 지적재산권 이슈에 대해서 매우 어렵게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요, 별로 어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지적재산권은 별로 복잡한 것이 아닙니다. 지식이나 과학기술에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며, 한미FTA에서 미국이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라는 것은, 결국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초국적 문화산업이나 제약회사들을 더욱 부자로 만들기 위한 요구라는 것을 알려내야 합니다. 빌게이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세계 최대의 제약회사인 화이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할리우드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한미FTA가 이들을 더욱 부자로 만드는 대신에, 한국의 문화를 피폐하게 만들고, 한국의 의약품 시장을 파괴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또한 이런 메시지를 단순히 기술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구호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대중미디어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FTA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는 대중미디어들을 통해서, FTA의 문제점과 위험성을 쉽게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영상과 구체적인 정보들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FTA와 관련된 많은 연구자료들이 생산이 됩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은 글은 잘 읽지 않습니다. 시각적으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정 : 6월 5일부터 9일까진 진행되는 한미FTA 1차 협상을 저지하기 위해서, 한국에서도 많은 활동가들이 미국으로 넘어가 원정투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피터 : 미국 내에서 원정투쟁을 벌이는 것도 매우 중요한 활동입니다. 또한 미국 의회의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의 FTA에 대해서 미국 시장에서의 실업문제가 계속 제기가 되었는데요, 한미FTA에서도 미국의 실업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한다면, 이것은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 될 수 있으며, 미국 내에서의 FTA반대여론을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정부 간 협상을 방해해서, 계속 늦추는 것도 효과적인 전술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행정부가 무역협상권한을 의회로부터 위임받은 기한이 2007년 중반까지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협상을 매우 신속하게 진행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역이용 한다면, 상당한 성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피터 : 한미FTA저지 투쟁에서 꼭 승리하기를 기원합니다.

정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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