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5호 사이방가르드
자본주의 권력을 등치는 영리한 악동들, 예스맨

이광석 / 네트워커 편집위원   suk_lee@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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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MEN

"얘들은 아주 쓰레기같은 놈들이지. 요런 놈들에게 자유를 줘선 안돼."

미 부시 대통령을 이만큼 격노하게 만든 악동들이 있다. 바로 '예스맨 (The Yes Men)'이다. 지난 미국 대선 때 부시 선거본부 패러디 사이트를 만들어 부시 후보 진영에 골탕을 먹였던 장본인들이다. 예스맨의 핵심 구성원은 앤디(Andy Bichlbaum)와 마이크(Mike Bonanno)다. 예스맨의 활동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그들의 활동을 담은 같은 이름의 다큐멘터리, <예스맨> (2003)이었다. 마이크는 그리 낯선 인물이 아니다. 지난 사이방가르드문화체험에도 실린 바 있었던, 저항을 사업화하여 자금줄과 활동가를 엮어오던 '아트마크'의 프로젝트들 중에 '바비 해방군' 사업이 있었고, 그 사업에 예스맨의 마이크가 참여했던 전력이 있다. 바비 해방군이라 하면 바비 인형과 미군병사의 목소리를 바꿔치기 하여 미국 아이들의 왜곡된 대중문화를 조롱했던 경우다.
YES MEN

예스맨의 영화를 보면, 마이크는 주로 일거리가 생기면 전체 얼개를 짜고 벌일 일거리에 대한 구상을 담당하고, 먹물티가 제법 풍기는 앤디는 학회, 연설 발제, 그리고 텔레비전 인터뷰를 맡는다. 먹이거리가 생기면 이 둘은 작업 구상과 실행을 적절히 분담하여 일을 처리하는 잘 어울리는 콤비다. 예스맨이 크게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것은, 1999년부터다. 당시 그들은 패러디 세계무역기구(WTO) 웹사이트를 개설했고, 이를 잘못알고 오인했던 유럽인들로부터 국제무역법 관련 학회의 초청까지 받는다. 물론 자격은 세계무역기구의 대변인이나 법률자문역이다. 미국에서 오스트리아의 연설장에 당도하기까지 그들은 아주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세계무역기구의 잔인한 면모를 드러내는 파격 제안서, 연설 도중의 이벤트를 위한 엽기적인 의상, 가짜 세계무역기구 신분증과 명함 등 이 모든 것이 하루의 거사를 위해 준비된다.

거사 당일 연극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연설장에 들어서면 관객들 모두는 이들 예스맨을 세계무역기구를 대표하는 전문가들로 믿는다. 관객들은 뭔가 잔뜩 무역법에 관련해 전문가적 식견을 듣길 원하지만, 발표가 시작되자마자 앤디와 마이크는 자신들이 준비한 엉뚱한 연설과 퍼포먼스로 청중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예스맨은 세계무역기구가 이제까지 저개발국에 미친 자본 논리를 강조하면서, 이러한 업적으로 세계의 민주주의가 이룩되었고, 보다 많은 민주주의를 위해선 나라마다 경매를 해 돈을 가장 많이 건 나라에 모든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자본주의의 흉한 몰골을 선전하다, 세계무역기구의 발전을 위해선 경영자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내리면서 언제든지 노동자들을 감시할 수 있는 필수품인 하이테크 맞춤 의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때를 맞춰 마이크가 앤디의 정장을 잡아 뜯어내면, 마치 슈퍼맨처럼 그의 완전히 다른 기괴한 의상이 드러난다. 발표장은 웅성거리고 혼란에 빠진다. 앤디의 아랫도리에선 갑자기 넉자 크기의 거대한 성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그 위에 리모컨과 영상이 갖추어진 플랫폼이 뜬다. 앤디의 퍼포먼스는 벽면에 비춰진 파워포인트의 그래픽 영상과 함께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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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은 이 하이테크 의상이 세계의 경영자들에게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스트레스 지수를 확인하고 모니터로 노동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데 제격이라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딴 짓을 하거나 게으른 노동자들이 보이면, 경영자의 성기 플랫폼에 진동이 전달되고 이에 즉각적으로 버튼을 누르면 노동자가 전자 충격으로 실신할 수 있는 첨단 원격 시스템이라 선전한다. 청중이 혼란스러워 할 무렵, 이미 앤디와 마이크는 보따리를 챙겨 그 자리를 떠난다. 예스맨의 악동 짓은 끝이 없다. 대학 강당에선 학생들에게 점심으로 맥도널드 햄버거를 돌린다. 그리고선 인류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난한 나라에 인간의 화장실 변기에서 수거된 똥을 잘 정화 처리해 그 건더기를 모아 질 좋은 햄버거 패드를 만들어 공급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잘 만들어진 그래픽 화면이 제공된다. 분노한 학생들은 먹던 햄버거를 뱉거나 던지거나 그 자리를 박차고 떠난다. 또 다른 예로, 세계무역기구 전문가로 나선 앤디는 에펠탑을 배경으로 하여 파리의 모텔에 자리를 잡고, 모 텔레비전 원격 시사 토론에 등장해 한 유럽의 시민단체 활동가와 토론을 벌인다. 여느 때처럼 게서도 자유 시장의 논리를 강변하며 어처구니없는 헛소리를 늘어놓는다. 예스맨이 원한 바대로 토론 결과는 시민단체 활동가의 압승이다.

예스맨은 이처럼 전 세계를 주름잡으며 세계 자본주의의 한심하고 잔인한 면모를 풍자하고 다닌다. 발표장의 기괴한 의상은 현대 자본가들의 희화화된 면모를 보여주고, 똥으로 정화 처리된 햄버거는 후진국의 삶을 파먹는 패스트푸드의 잔인성을 고발하고, 텔레비전에선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에둘러 후원한다. 자본을 과잉 옹호하며 벌이는 예스맨의 비정상성이 관객과 청중의 반발을 불러올 때, 이것이 이들이 원하는 교육 효과다. 예스맨이 벌이는 자본을 대리한 흉물스런 행동과 말에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그에 대한 증오심을 배우는 것이다.

예스맨들이 노리는 효과는 대중 교육과 언론 플레이다. 전자는 정해진 극소수가 모인 강연장에서 벌어져 그 효과가 적지만, 후자는 좀 다르다. 여러 언론들은 예스맨들에 관심을 갖고 이들의 활동 이유를 낱낱이 소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스맨의 활동이 사회적 파급력을 갖는 것은 주로 후자에서 나온다. 물론 이들이 벌이는 악동 짓은 윤리적인 측면에서 여러 논쟁을 불러일으키나, 국제 무역 조직과 초국적기업에 대한 예스맨들의 자칭 '대변인' 노릇은 또 다른 실천 전술이란 면에서 신선한 시사점을 준다. 억압에 대한 밖에서의 저항이 아니라, 그들 내부의 바이러스가 되는 방식에 대한 고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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