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6호 Cyber
MS의 독점화 전략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유럽, MS사 끼워팔기에 철퇴

양희진 / 정보공유연대 IPLeft 운영위원   lurlu@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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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위원회가 2004년 MS사에 대해 반독점행위를 이유로 6억 달러가 넘는 벌금을 부과한 데 이어, 당시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7월 12일, 다시 우리 돈으로 3,400억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했다. 올해 2월에는 우리 공정거래위원회도 MS사에 대해 324억9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유럽과 공정위 심사에서 주로 문제가 된 MS사의 반독점행위란 ‘끼워팔기’에 관한 것이다.

MS사의 반독점행위 - 끼워팔기 논란

MS사는 운영체제(OS)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이다. MS사의 윈도는 국내에서 서버 OS의 78%, PC OS의 99%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MS사는 OS 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하여, OS에 보완적인 웹 브라우저, 메신저, 미디어 플레이어 등 응용프로그램을 윈도에 결합시켜 판매하면서 응용프로그램 시장에서도 점차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윈도XP를 구입하면 익스플로러, 메신저, 미디어 플레이어도 포함되어 있고, 윈도XP를 설치할 때 자동적으로 함께 깔린다. 새 컴퓨터를 구입해도 윈도 운영체제가 깔려있는 컴퓨터에는 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함께 들어있다.

얼핏 생각하면 윈도에 익스플로러 등을 끼워 파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싶다. MS의 주장에 의하면, 익스플로러나 메신저 등은 ‘무료’(?)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두를 한 켤레씩 파는 것에 대해 왜 한 짝씩 팔지 않느냐고 나무랄 수 없고, 자동차의 엔진과 타이어 등을 결합시켜 완성된 자동차로 판매하는 것과 같이, 윈도와 익스플로러나 메신저를 굳이 별개의 상품이 아니라 기술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통합된 하나의 상품으로 볼 수 있다면, MS사의 이러한 결합판매 행위가 정당한 마케팅 전략인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MS, 운영체제 시장의 독점적 지위 유지위해 익스플로러 끼워팔기 시작

그러나 MS사의 결합판매 행위는 계속해서 문제가 되었다. MS사의 이런 전략은 OS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취해진 것이었다. MS사가 처음 끼워팔기를 시도한 것은 익스플로러였다. 이때 MS사가 노린 것은 웹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것보다는 윈도의 시장장악력을 유지하려는 것이었다. 당시 웹 브라우저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던 넷스케이프사의 웹 브라우저가 MS사에게 매우 위협적으로 다가온 것은 넷 스케이프의 미들웨어 기능이었다. 미들웨어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 미들웨어가 여러 OS에 포팅될 수 있다면, 그에 기반한 응용프로그램은 특정 OS로부터 다른 OS로 포트를 전환하는 것이 용이하다. 따라서 미들웨어의 성장은 윈도의 시장지배력을 위협하는 것이었고, MS사로서는 넷스케이프를 시장에서 찍어내야 했다. MS사는 1995년 윈도95를 출시하면서 익스플로러를 함께 팔았다. 윈도95의 구입자는 익스플로러까지 함께 사지 않으면 안 되었다. 컴퓨터 제조판매업체에 윈도95를 설치하여 컴퓨터를 판매할 때는 익스플로러를 제거하지 못하도록 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여 익스플로러의 결합판매를 강제했다. 윈도98를 설계할 때는 소비자들이 아예 추가/삭제를 하지 못하게 기술적으로 윈도와 익스플로러를 결합시켰다. MS사의 내부 문서에서도 이러한 의도가 드러났다고 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1990년 6월, MS사의 독점화 혐의의 조사를 착수했다. 이후 사건 기록을 넘겨받은 연방 법무부는 1994년 7월 MS사와, MS사가 컴퓨터 제조업체들에게 윈도에 자사의 응용프로그램의 설치를 강요하지 않기로 합의하여 종결했다. 양자 간 합의는 동의명령(consent decree)으로 이루어졌고, 1995년 연방지방법원의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에 의해 공익에 합치되는 것으로 승인되었다. 그러나 MS사는 이와 같은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연방 법무부는 1997년 10월, 동의명령 위반을 이유로 법정모욕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에서 연방순회법원은 1998년 6월, 종전의 동의명령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익스플로러를 결합판매한 행위가 동의명령에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법무부는 1998년 5월에는 20개 주 정부와 함께 MS사를 독점금지법 위반혐의로 제소했다. 익스플로러를 끼워 판 것과 PC회사와의 반경쟁적 라이선스 계약이 반경쟁적 행위라는 것이다. 1심에서 잭슨 판사는 법무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MS사는 1심판결에 따라 익스플로러 개발판매와 윈도 사업을 따로 분리하여 회사를 분할해야 할 운명해 처했다. 그러나 연방항소법원은 2001년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윈도와 익스플로러, 별개의 상품인가?

당시 쟁점이 된 것은 익스플로러와 윈도를 별개의 상품으로 볼 것인가와 별개의 상품이라고 해도 통합판매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비용효율적인 혁신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는가였다. 첫 번째 쟁점은 당연한 전제이다. 반독점법에서 금지되는 ‘끼워팔기’란 당초부터 별개의 두 상품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MS사는 하나의 상품이라고 주장했으나, 1심 법원은 웹 브라우저에 대해서는 OS 시장과 구별되는 충분히 독립적인 수요가 존재한다고 보아, 이른바 ‘소비자 수요 기준’에 따라 별개의 상품으로 인정했다. 다른 업체들도 제품을 별개로 판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통합판매하는 경우에도 소비자나 컴퓨터제조업체가 이를 삭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MS사 자신도 과거에는 윈도와 별개로 익스플로러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했었다는 점 등이 이유가 되었다. 별개의 상품을 주상품인 OS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부상품의 구매를 강요하였으므로 이는 반독점법에 위반된 ‘끼워팔기’라는 것이 1심 법원의 논리였다. 이에 대해 다시 MS사는 항소법원에서 별개 상품인지를 판단하는 ‘소비자 수요 기준’은 “기업이 종전에 독립 상품에 의해 제공되던 새로운 기능을 그들의 상품에 통합시키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혁신을 방해하여 결국 소비자에게 해를 준다”고 항변했고, 연방항소법원은 MS사의 이런 항변을 다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 1심법원 판결을 취소하였다. 이후 이 사건은 법무부와 MS사 사이의 화해로 종결되었고, MS사는 회사분할의 위기를 피하였고, 그 후로로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고 있다.
MS사는 또한 익스플로러에 관한 분쟁이 계속 중인 1999년 7월부터는 윈도98 SE에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WMP) 6.1을 결합판매하기 시작했고, 2000년 9월부터는 윈도Me에 MSN메신저를 포함시켜 판매하였고, 그 후 버전의 윈도에도 여전히 WMP와 MSN메신저를 포함시켜 판매했다. 익스플로러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나 컴퓨터제조업체가 WMP와 MSN메신저를 제거하지 못하도록 했고, 이런 응용프로그램과 분리된 윈도 자체만의 판매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MS, 정부 규제에 계속적인 불응

선마이크로시스템즈는 1998년 12월, 유럽위원회에 MS사가 호환성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공정행위의 조사를 의뢰했고, 유럽위원회는 2000년 2월 WMP 끼워팔기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직권으로 개시하여, 두 사건에 관한 결정을 2004년 3월에 내놓았다. 유럽위원회는 6억13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한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윈도 호환성 정보를 공개할 것과 미디어 플레이어 끼워팔기를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MS사는 그 뒤 유럽위원회가 요구한 수준으로 호환성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지난달 다시 벌금을 부과받게 된 것이다.

올해 2월 우리 공정거래위원회는 유럽위원회의 2004년 결정에서 더 나아가 WMP 끼워팔기만이 아니라 MSN메신저, 미디어 서버 끼워팔기까지 불공정행위로 보아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오는 8월 24일부터 MS사는 기존의 윈도에서 메신저나 WMP를 제거하거나 혹은 경쟁사 제품을 탑재한 윈도를 판매해야 한다. 공정위 조사에서 MS사는 OS와 응용프로그램을 통합시키는 것은 자연적 추세이며, 다른 OS 사업자의 경우에도 유사한 응용프로그램을 결합판매하므로 OS와 메신저 등 응용프로그램은 별개의 상품의 끼워팔기가 아니라 하나의 상품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네이트온이 메신저 시장의 6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므로 메신저 시장의 경쟁을 제한했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메신저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므로 소비자에게 해가 될 것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OS와 끼워 판 응용프로그램은 별개의 기능을 하며 독립된 수요가 존재하는 별개의 상품이고, OS 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MS사가 그런 지위를 이용하여 별개의 상품인 응용프로그램을 끼워 팔아 소비자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다른 경쟁업체와의 경쟁을 제한하였으며, 끼워 판 제품의 유상성은 문제되지 않고, 이와 같은 끼워팔기로 결국 윈도의 시장지배력을 유지·강화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MS사는 여론을 의식한 듯 12대 공정경쟁원칙을 발표했으나, 이제까지 MS사의 행보에 비추어 지켜질 것인지 의문이다. 또한 강력한 지적재산권으로 이미 기존 상품에 대한 독점권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끼워팔기의 규제만으로 MS사의 독점력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입장도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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