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6호 파워인터뷰
포털의 성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연대를 구상하자
민경배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인권위원장, 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 교수)

홍지은 / 네트워커   idiot@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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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우리의 친구였던 포털은 언제부터인가, 우리를 가둬두고 인터넷이라는 바다를 고인 웅덩이로 만들기 시작했다. 항구가 아닌 성이 되어버린 포털이 제자리를 잡도록 그 성벽을 넘어보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지난 5월 11일, 네티즌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와 함께 그 시작을 알린 <포털 이용자 운동>. 많은 네티즌이 포털 속의 삶에 익숙해진 지금, 포털 이용자 운동의 움직임은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처럼 보인다. 하지만, 분명 가능성은 존재한다. 포털 이용자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민경배 교수를 만나, 그 가능성의 실체를 확인해 보았다.

홍지은(아래 홍) : 흔히 인터넷은 ‘무한한 바다’로 표현이 됩니다. 하지만, 포털 이용자 운동은 인터넷을 포털이라는 ‘성’에 갇힌 공간으로 규정하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그런 정의를 내린 건가요?
민경배(아래 민) :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다니는 원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포털의 원래 취지 역시 이용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찾아가기 위한 항구로서 기능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포털은 어떤가요? 자신의 공간 안에 모든 정보와 서비스를 쌓아두고 사람들을 그 안에서만 생활하게 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인터넷의 존재 이유인 정보의 교류에 상당한 제약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포털의 블로그 서비스들이 최근까지 포털 외부 사이트의 RSS(맞춤형 정보배달, Really Simple Syndication)를 막았던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이처럼 정보의 흐름이 끊기다 보니, 포털 사이트로 이용자들이 집중이 되고, 집중이 되다 보니 그 안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홍 : 말씀하신 RSS 이외에 인터넷 환경 전반에서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있을까요?
민 : 인터넷 콘텐츠의 질을 하향평준화 시킨다고 봅니다. ‘딴지일보’라든지, ‘아이러브스쿨’처럼 과거에는 인터넷 상에서 창의적인 콘텐츠와 서비스 개발이 활발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콘텐츠 생산자, 혹은 서비스 개발자의 창작 욕구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뭔가를 만들어 내봐야 대다수 사람이 포털에 몰려 있기 때문이죠.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포털에 납품하지 않는 이상, 사람들 눈에 띌 가능성이 상당히 줄어든 상황인 겁니다. 결국, 포털에 콘텐츠를 헐값에 팔아버리거나, 아니면 포털에 밟혀 죽게 놔두거나 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블로그가 대표적인 경우죠. 네이버라는 거대 포털에서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이전에 독자적으로 개발된 다양한 가입형 블로그 서비스의 대부분이 죽어버렸죠. 이처럼 포털을 정점으로 한 독점 구조는 새롭고 획기적인 서비스와 콘텐츠를 생산하려는 의욕을 없애버리고, 결국 인터넷 문화의 하향평준화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홍 : 포털로의 집중이 문제의 핵심인데, 이러한 현상이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이라고 들었습니다. 외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로 단순 검색 엔진인 구글이 대세인데 인터넷 선진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서는 왜 포털에 의한 독점이 발생하게 된 것일까요?
민 : 이용자로서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보다 포털에서 잘 가공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훨씬 편리합니다. 특히 한국의 네티즌은 한글로 된 콘텐츠를 이용을 하고 있잖습니까? 이용자들이 여기에 길든 것이죠. 구글은 그런 서비스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영어로 된 엄청난 분량의 웹 페이지를 자신들의 서버로 끌고 와 가공하기란 어렵지요. 하지만, 한국의 포털은 제한된 한글 웹 페이지를 얼마든지 가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이용자들은 구글과 같은 원래 의미로서의 포털을 오히려 불편해하게 된 것이죠.

홍 : 이러한 포털의 독점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포털 이용자 운동은 구체적으로 무슨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민 : 포털과 관련해서 제기되는 여러 이슈를 살펴보면, 특히 언론으로서의 포털 권력에 관한 비판이 많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사건들을 살펴보면, 그 진원지가 포털임을 알 수 있죠. 이처럼 포털이 기존의 종이 신문이나 다른 인터넷 매체보다 훨씬 더 막강한 매체 파워를 행사하고 있음에도, 이용자들의 견제 움직임은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법적으로 포털이 언론이냐, 아니냐의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기왕에 언론으로서 기능을 한다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시민들의 견제가 필요합니다.
또 한 가지 이 운동의 중요한 목표는 포털 이용자들의 권리 보장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독자, 시청자가 아닌 능동적인 개념의 ‘이용자’가 되어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해야 합니다. 단지 포털이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포털에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포털 이용자 운동의 첫 활동으로, 지난 5월 29일 6개 포털 사(네이버, 다음, 엠파스, 야후, 파란, 네이트)에 보낸 ‘자유와 책임의 인터넷을 위한 질의서’의 내용도 모두 이와 관련된 것입니다.

홍 : 얼마 전 6개 포털 사가 말씀하신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보내왔는데,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었나요?
민 :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는다면 이런 운동 자체가 필요 없는 거겠죠. 포털의 운영 실태는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진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포털 스스로의 답변을 통해 어느 정도 그 윤곽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6개 사이트 중에서 야후를 제외한 5개 사이트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상당한 압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우리가 요구하는 것들에 대해 여러 보완적인 장치들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하지만, 야후의 경우 화가 날 정도로 성의 없는 답변을 보내와서, 질문의 의도조차 제대로 파악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이런 식으로 소통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종국에는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에게 날아올 겁니다. 이용자들의 요구에 귀를 막고 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외면 받고 도태될 수밖에 없지요.

홍 : 답변서를 훑어보면, 포털 이용자 운동의 의견에는 공감을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바른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라는 요구에 대해서 기존 언론과 인터넷의 매체 특성이 다르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민 : 물론 기존 매체들과 포털의 특성은 분명히 다릅니다. 양자 간 운영원리의 차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중성이 있는 매체로서 수행해야 할 기능이 다르다고 보지는 않아요. 신문과 방송은 서로 다른 매체지만, 그럼에도 공통으로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이나 기능이 있잖습니까. 포털 역시 신문‧방송과는 또 다른 것이지만, 공익성의 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물론 양적인 규제(예를 들어, 메인 페이지의 1% 이상을 공익정보를 위한 코너로 설정하는 방법 등)로 이를 강제하는 것은 고민을 해봐야 할 부분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논하기 이전에 포털의 지면을 통해 공공적인 기능을 담보해야 한다는 사실은 성격이 다른 매체라 하더라도 결코 예외일 수는 없지요.

홍 : 그런데 일부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포털에 대한 양적인 규제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데요. 민주당의 이승희 의원이 제출한 신문법 개정안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런 움직임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민 : 일단 포털을 언론으로 인정하고, 법적인 규제는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신문법을 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민주당 이승희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의 심재철, 권영세 의원이 포털과 관련한 신문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인데요. 과연 포털을 신문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최근에 포털에 올라오는 뉴스들은 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 외에도, 방송 뉴스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즉, 방송법에 해당하는 콘텐츠들인데, 이것을 신문법으로 규제할 수 있을까요? 또한 UCC(사용자 생산 콘텐츠‧User Created Contents)가 활성화되면서, 다음 같은 경우에는 블로거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언론사의 기사와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을 신문법으로 규제하겠다는 소리인데, 이건 말이 안 되죠. 인터넷 기반 미디어의 변화 방향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현재 주로 신문사로부터 받은 기사들에 대한 편집권을 규제하기 위해 신문법을 개정한다는 것은 뉴 미디어인 포털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발상이지요.

홍 : 세 명의 의원들이 제출한 각각의 개정안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민 : 일단 민주당 이승희 의원의 개정안은 두 가지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신문법의 기사 생산 조항을 삭제하자는 것과, 포털 지면의 50%를 뉴스 정보로 채워야 한다는 건데, 블로그, 이메일 등의 서비스를 ‘자전거 끼워 팔기’ 행위로 보는 거죠. 하지만, 포털이 뉴스를 팔기 위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뉴미디어로서의 포털의 특성을 무시하고 기존의 신문사 범위에 포털을 억지로 집어넣으려다 보니 이런 발상도 나오는 거죠. 마치 침대 길이에 맞게 발을 자르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다고나 할까요.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 안은 기사 제목의 임의적인 편집을 금지하는 규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화면의 픽셀 수 때문에 부득이하게 제목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기자들이 쓴 기사의 제목 자체가 원래 상당히 선정적이고 정치적으로 다분히 편향적입니다. 포털도 하나의 언론으로 인정을 한다면, 포털이 제목의 수정과 같은 편집권을 행사하는 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물론 의도적으로 기사의 내용을 왜곡시키는 제목을 다는 것은 규제해야 하겠죠. 하지만, 이는 언론중재법을 통해서도 가능한 일입니다.
권영세 의원 안은 기사에 ‘딥링크(Deep Link)’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포털의 페이지뷰(Page View) 독점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방안이겠지만, 포털로의 종속 구조를 더욱 강화시킬 수도 있다고 봅니다. 딥링크를 한다고 포털이 편집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포털의 기사 배치에 따라 언론사 별로 페이지뷰 편차가 심해지면, 언론이 과연 포털로부터 자유로워질까요? 딥링크를 통해 페이지뷰가 각 언론사 사이트로 분산이 되면, 언론사 입장에서는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방송사 간 시청률 경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죠. 일장일단이 있기에 딥링크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홍 : 의원들의 개정안 발의에 대응하는 계획은 있습니까? 이를테면, 포털 이용자 운동도 개정안을 낸다거나, 새로운 법 제정을 추진하는 식으로.
민 : 사실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그다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포털 이용자 운동은 시민 사회 내부의 합의에 의해 문제를 풀어가자는 것이 원칙이거든요. 그런데 신문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면서 그 부분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우리 외에, 또 다른 포털 견제 세력인 자유 언론인 협회 같은 경우, 포털의 문제를 법적인, 그러니까 정부와 포털 간의 규약에 의해 해결하려고 하고 신문법 개정을 주도하고 있는데요. 언급했듯이, 포털의 문제가 포털 뉴스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용자들과 관련된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으로서만 포털을 사고하는 것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좁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이렇게 포털을 언론으로서만 바라보면, 정치중심적인 관점으로만 포털 뉴스를 해석하게 되지요. ‘포털이 친정부적이다.’, ‘청와대와 밀월관계다.’라는 식으로요. 물론, 포털에서 정치 뉴스도 있기는 하지만 포털이 정치 신문은 아니잖습니까? 이렇게 정치적인 잣대로만 평가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는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죠.
이용자들의 능동적인 개입 속에서 포털과 이용자 간의 자율적인 규약을 만드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한데, 신문법 개정이 이슈가 되면서 우리의 취지가 희석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들이 좀 있어요.

홍 : 언론으로서의 위상 정립 외에 포털 이용자들의 권리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이버 언어폭력에 대해 포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지난 6월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은 인터넷 실명제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포털 이용자 운동은 이러한 해결방식에 동의합니까?
민 : 사이버 언어폭력의 문제에서 사람들은 이것이 익명성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라고 ‘선험적으로’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수경 씨 댓글 사건이나, 가수 강원래 씨에 대한 장애인 비하 발언 등,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진 공간은 모두 실명 게시판에서 생긴 일입니다. 반면, 회원 가입 절차도 없이 운영되는 완벽한 익명 공간인 ‘디씨인사이드’에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들이 생긴 적이 있었던가요?
악성 댓글의 문제를 실명제의 전면 시행을 통해서만 해결하려는 것은 정답이 아닙니다. 여러 가지 다각적인 요인들을 찾아서 개선하는 쪽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것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법제화한다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일입니까? 법이라는 것을 ‘감’만 가지고 만들어서는 안 되죠.

홍 : 그래서 일각에서는 완벽한 실명제 대신, 공인인증절차 등을 통한 대체 실명제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각적인 해결 방안 모색이라 함은 이런 것들을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민 : 완벽한 실명제이든, 대체 실명제이든 사이버 폭력과 익명성이 결정적인 관계가 아닌 이상, 자꾸 이를 익명이냐, 실명이냐의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간단한 기술적인 조치만으로도 사이버 폭력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거죠.
지난번에 네이버에서 댓글 구조를 바꿨습니다. 포털 이용자 운동이 공식적으로 활동을 하기 전에 네이버와 사전 내부 간담회를 했는데요. 그때, 펼쳐진 방명록 구조에서 제목을 눌러야 글이 뜨는 게시판 구조로 바꾸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용자로서는 클릭을 한 번 더 해야 하는 불편이 생깁니다. 하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감정적인 글을 쫙 내뱉고, 그 글을 좋건 싫건 봐야 하는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덧글의 배설적인 정서에 부화뇌동하기 쉽죠. 그래서 선별적으로 댓글을 읽게 하고, 글을 쓸 때 더 심사숙고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죠. 얼마 전 네이버에서 보도 자료를 냈는데. 댓글 개편 이후에 악플의 비율이 줄어들었고, 글 길이는 늘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더 내실 있는 글들을 쓰게 되었다는 거죠.
이처럼 공간 구조의 개편만으로도 사이버 언어폭력들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는데, 실명제만이 능사라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발상입니다.

홍 : 올해 들어 온라인 최대의 화두는 이용자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인 ‘웹 2.0’입니다. 하지만, 포털의 정보 독점 구조 탓에 포털과 이용자들 간에 새로운 충돌이 생길 거라는 우려가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있을까요?
민 : 현재 한국에서의 웹 2.0 논의는 외국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귤하위지(橘化爲枳)’라고, 웹 2.0 논의가 한국에서는 포털의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포털이 이용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면, 이제는 이용자들에게 콘텐츠를 만들게 하고, 포털은 그것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거죠. 그렇다면, 앞으로 이와 관련된 권리문제가 여러 가지 양상으로 불거져 나올 겁니다.
이를테면 저작권 문제가 있습니다. UCC를 포털이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 저작권 분쟁은 필연적이죠. 약관에 대한 포털과 이용자 간의 갈등도 생길 테죠. 또한, UCC 속에는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것들도 분명 존재할 겁니다. 음란물 유통 문제도 생길 것이고요. 그렇다면, 이런 것들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처럼 새로운 이슈들이 계속해서 불거져 나올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일이 터지고 나서, 사이트 폐쇄 등의 조치로 나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말고, 이용자, 시민단체, 포털이 사전에 함께 지혜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홍 : 지금까지 말씀을 들어보면, 포털 이용자 운동은 포털에 대해 협력적인 견제를 하면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웹 2.0처럼 포털의 존재 자체가 웹의 다양성을 왜곡하는 현실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단순히 ‘좋은 포털’을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민 : 대다수의 국내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접속을 해서 포털을 기반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현실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포털의 독점 구조가 해체돼야 한다고 선언적인 명제를 도출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 방식이 이용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전반적인 시민운동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운동가들만의 운동이라는 지적이 많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인터넷 기반의 운동이라 했을 경우, 네티즌들의 참여와 공감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면 운동 자체가 꾸려질 수가 없지요. 운동가들만의 이상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포털을 부정하는 접근을 말하는 것은 공허한 외침이라고 생각합니다.

홍 : 사회 내부의 자체적인 합의를 통해 기존 포털 비판 운동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것이군요. 그런 접근 방식이 갖는 강점은 무엇이라 봅니까?
민 : 지금까지 인터넷과 관련해서, 표현의 자유, 내용 등급제, 실명제와 같은 문제를 보면 항상 법이 이슈를 주도해 왔습니다. 자율적인 규약이 만들어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런 방식이 당장 눈에 가시적으로 들어오고, 서비스 업체에도 더 큰 압력을 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어떤 문제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 사회의 문화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또한, 고정적인 형태의 법은 엄청난 속도로 변하는 인터넷을 제대로 규율하기도 어렵습니다. 정부와 법을 통한 통제 위주의 접근방식이 가져다주는 폐해에 대해서는 우리가 그동안 여러 차례 경험을 해왔잖습니까?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터넷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네티즌들의 참여는 왕성하게 일어나면서도, 종국에는 모든 문제를 법으로만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때문에 이용자들이 스스로 규약을 만들어가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홍 : 포털 이용자 운동이 시작된 지 이제 2달이 지났습니다. 6개 포털 사에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받은 것으로 운동의 시작을 알렸는데요. 그 다음 단계로 어떤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습니까?
민 : 현재 6개 포털 사와 포털 이용자 운동 간의 간담회를 하자는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입니다. 그런데 간담회의 방식을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가에 대해서 이견이 있어요. 포털 쪽에서는 실무 담당자들 간의 내부 간담회를 하자고 하고, 우리는 최소한 포털 이용자 운동 ‘100인 위원회’가 참여하는 형태의 오픈된 간담회를 하자는 거죠. 양쪽 입장이 조율이 안 된 상태이긴 하지만 포털 쪽에서 간담회를 열자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합의들이 가능할 거라 봅니다. 또 포털 자체적으로 자구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용자 위원회, 독자 옴부즈맨 같은 기구들을 설치하려고 합니다. 이처럼 각론적인 것들 속에서 당장 조율과 실행이 가능한 부분들을 찾아 운동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홍 :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포털 이용자 운동의 활발한 활동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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