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6호 칼럼
인터넷망의 공유운동

전응휘 / 평화마을 피스넷 사무처장   chun@peacenet.or.kr
조회수: 3817 / 추천: 68
인터넷이 가져온 세계의 변화는 바로 '공유'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인터넷 자체는 네트워크가 아니었다. 인터넷은 엄청난 돈을 들여 구축한 거대한 네트워크가 아니라, 이미 그렇게 구축되어 있던 네트워크들을 서로 연결하는 수단을 제공한 것일 뿐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은 처음부터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라고 불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기존의 네트워크들을 연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자원의 공유와 의사소통 때문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실현된 세계를 잇는 거대한 네트워크는 새로운 나눔과 공유의 운동을 가능케 했다. 그것도 비트(bit)를 통한 전자통신망을 이용해서 이루어지는 나눔이라 이러한 운동은 급속도로 전 세계로 퍼져갔다. 비트와 전자통신망을 직접 다루는 사람들에 의해 GNU 프로젝트와 리눅스가 나왔고, 이것은 오늘날 오픈소스운동이라는 거대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식공유와 지적공유자원영역(public domain)의 중요성을 느낀 이들은 크리에이티브코먼스(creative common)와 같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굳이 그러한 운동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웹과 블로그는 많은 지적 자산들의 공유를 현실화하고 있다. 공유는 소프트웨어와 지적자산의 공유와 같은 몇 가지 형태의 자원에 한정되지 않고, P2P 테크놀로지를 통해 음악과 영상자원의 공유로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공유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인터넷이라는 광활한 세계는 공공망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공공망보다 훨씬 거대한 사설망과 소수의 공공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 까닭에 이들 사설망과 사설망이 자리잡고 있는 특정 지역의 정치권력은 끊임없이 이들 사설망에 어떤 형태의 통제와 규율을 부과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어떻게 인터넷망 자체의 공유를 실현할 수 있는가’하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망중립성(Net Neutrality)에 대한 논의도 사실 따지고 보면 ‘어떻게 망의 공공성을 실현할 수 있는가’하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가 하면 공공정책으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공공망을 실현하려는 운동도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편에서는 자치단체나 지역사회가 무선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운영하려는 시도로 나타나고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이 쓰고 있는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무선공유기를 이용하여 다른 이용자들과 공유함으로써 거대한 세계적인 무선공유망을 실현하려는 폰(FON) 운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폰 운동 자체는 운동이라기보다는 사업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사업이라기보다는 운동이다. 폰 운동은 스페인의 마틴 바르샤스키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새로운 망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쓰고 있는 유선망 서비스를 무선공유기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들과 서비스를 나눠쓴다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무선공유기를 이용하여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공유하는 사람은 세계 어디에서나 그 같은 무선공유기(소셜 라우터Social Router라고 부른다)가 있는 핫스팟(hotspot)에서는 무료로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비전이 제대로만 구현된다면 적어도 무선망의 영역에서는 일종의 공공망이 실현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폰 운동이 시작되었다.(http://kr.fon.com) 흥미롭게도 이 일에 손을 댄 사람은 우리나라의 인터넷 상용화 초기에 아이네트를 운영했던 허진호 박사(인터넷기업협회장)이다. 필자는 지난 주말에 집의 무선공유기를 ‘소셜 라우터’로 바꾸었다.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