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6호 표지이야기 [형사사법통합망, 제2의 네이스?]
형사사법통합망은 검찰 권력을 위한 절대반지인가?
통합망에 대한 공개적 토론의 자리 마련돼야

오병일 / 네트워커   antiropy@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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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권력의 국민에 대한 통제력을 크게 강화시킬 위험성이 있는 프로젝트가 알게 모르게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통합형사사법정보관리체계 구축사업>. 이는 수사, 기소, 재판, 형집행에 이르는 모든 형사사법 업무를 전산화하여 공동 활용할 수 있는 통합망이다. 그런데, 최근 통합망 사업이 경찰측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또한 통합망은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들을 폭넓게 포함하고 있어, 제2의 네이스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네트워커>는 형사사법통합망이 무엇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국가권력의 국민에 대한 통제력을 크게 강화시킬 위험성이 있는 프로젝트가 알게 모르게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통합형사사법정보관리체계(이하 통합망) 구축사업>. 이는 수사, 기소, 재판, 형집행에 이르는 모든 ‘형사사법 업무를 표준화・전산화’하고, 단일화된 통합 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관련 기관이 공동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경찰, 검찰, 법원, 법무부 등이 공동으로 통합형사사법체계구축기획단(이하 기획단)을 구성하여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형사사법 관련 제반 업무의 통합 시스템 구축

통합망 구축은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반 ‘형사사법정보화’ 사업 중 하나이다. 지난 2003년 8월, 전자정부 로드맵 31대 과제로 선정이 되어 추진되기 시작하였으며, 2004년 12월에 기획단이 구성되었다. 이후 LG CNS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하여, 2005년 7월까지 ‘업무재설계 및 정보화전략계획(BPR/ISP)’을 수립하였으며, 2005년 10월 26일에는 국정과제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보고되었다. LG CNS는 올해 8월까지 1차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2007년 12월까지 진행되는 2차 사업을 위한 사업자로도 선정된 상황이다.

물론 형사사법 정보의 전산화나 각 기관간의 연계가 이번 통합망 사업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90년대부터 경찰, 검찰, 법원 등 각 기관별로 전산화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95년에 법무부 주관으로 [사법기관간 형사DB 공용망 구축] 사업이 시작되었다. 95년 검찰・법원간 자료공유가 이루어졌으며, 96년에는 법무부 보호국이 추가로 연계되었다. 97년에는 경찰이 추가로 연계되어 피의자 인적사항, 송치죄명 등 송치자료를 전달하고 있다. 99년에는 법무부 교정국, 출입국관리국 등이 추가로 연계되었다. 2002년 1월에는 <형사사법망범죄정보검색시스템>을 개통하여, 피의자원표 등의 정보를 제공하거나, 출입국 사실/재출소자 현황 등의 조회에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획단이 대통령에 보고한 문서에 의하면, 현행 형사사법 정보화의 문제점으로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 여전히 종이문서 중심의 업무처리로 인해 인력 및 시간의 낭비가 심각하고, ▶ 기관 간에 정보의 공동활용이 미흡하여, 동일한 정보를 각 기관에서 중복 입력하거나 다른 기관의 정보를 조회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 민원 해결을 위해 각 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등 민원 서비스의 정보화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 기관의 정보 시스템이 제각기 구축되어 상호 유기적인 연계 구성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정보 시스템을 새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 검찰이 주도하는 통합망 사업에 반발

그런데, 최근 통합망 사업이 경찰측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2차 구축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LG CNS 컨소시엄은 아직까지 최종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산 낭비나 인권 침해의 우려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경찰측에서 반발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통합망 구축으로 인해 검찰의 정보 독점이 강화되고, 이로 인해 경찰의 검찰에 대한 종속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단 자체는 법무부 소속으로 되어 있고 경찰, 검찰, 법무부, 법원 등이 공동으로 구성한 것으로 되어있으나, 실제로 통합망 사업은 검찰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듯하다. 기획단 단장도 검사가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획단 구성에 있어서도 검찰측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또한 2004년 7월에 개최된 통합망 사업 계획 논의를 위한 관계 기관 회의에 제출된 계획안도 대검찰창 정보통신과에서 준비한 것이었다. 경찰측은 통합망 사업이 관계 기관 간의 합의 없이, 검찰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통합망, 제2의 네이스인가

어쨌든 경찰측의 반발로 인해 그동안 조용히 추진되던 통합망 사업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역시 전자정부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가 인권 침해 우려가 제기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경우에 비추어볼 때, 통합망의 개인정보 침해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경찰, 검찰, 법원 등 형사사법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는 형사사건 정보 자체도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일 뿐만 아니라, 사건과 관련된 수많은 개인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의 재산관계, 성생활, 정치활동, 가족 및 친구 관계 등 매우 개인적이고 광범한 정보들을 포함하고 있다. 네이스에 포함된 교육 정보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더욱 민감할 수 있는 이러한 개인정보들이 전자정부 구축 과정에서 어떻게 관리, 운영되고 있는지, 공개적인 검증은 아직 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기획단 박준모 단장은 “통합망 구축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였으며, 오히려 기존의 시스템보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더욱 진전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합망 사업은 각 기관의 데이터를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각 기관의 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일 뿐이”라며, 통합 데이터베이스라는 용어를 쓰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통합망은 검찰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별도의 운영조직을 만들어 운영할 예정이며, 경찰, 검찰, 법무부 등은 단지 사용자일 뿐”이라고 강조하며, “별도의 운영조직에는 시민단체나 학계의 전문가들을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기존에 경찰이나 검찰이 사용하던 망의 연계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렇다면, 기존에 각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재구성한 통합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중립적인 운영조직을 둘 것이라는 주장도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중립을 표방하지만 사실상 특정 기관의 허수아비 역할을 하는 기구들이 허다하게 많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이 얼마나 신뢰성을 보여줄 수 있는가에 좌우될 문제일 텐데, 경찰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것 자체가 통합망 구성에 있어 검찰이 중립적이 되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네이스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박준모 단장은 “경찰, 검찰, 법원이 가지고 있는 사건 정보는 사실상 같은 정보라는 점에서, 각 학교의 정보를 통합하는 네이스와는 다르다”며, “이 사업의 중요 목적 중의 하나는 중복적인 작업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전자정부 사업의 추진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경찰, 검찰, 법원은 각기 자신만의 정보들을 가지고 있으며, 같은 수사 정보라고 할지라도 수집의 내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 기관의 사용자에게 서로 다른 권한을 부여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전반적인 과정에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과연 합당하게 설정이 되었는지 판단하기 힘들다. 네이스의 경우에도 사용자마다 인증을 하게하고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제한한다고 했지만,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는 것 자체가 개인정보의 유출이나 남용의 위험성을 높일 것이라는 우려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형사사법 정보의 전산화에 따라 남용의 위험성도 커질 것

이와 함께 민감한 형사사법 정보의 전산화가 확대되면서 개인정보의 남용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은우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업을 통해 기존에는 전산화되지 않았던 많은 기록들이 새롭게 전산화될 것”이라며, “민감한 형사 사법 정보들이 과연 전산화될 필요가 있는지, 전산화될 경우 누구에게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줄 것인지,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세부적인 장치는 필요한지 등에 대한 공개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정보도 계속 전산화된 형태로 보관할 것인지, 과거 수사 기록에 대한 접근을 어느 범위에서 허용할 것인지 등 민감한 문제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이은우 변호사는 “분명한 것은 개인 정보의 전산화가 확대되면서, 검찰들은 당연히 이러한 정보들을 수사에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활용 빈도가 높아지면 남용의 위험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과연 통합망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을까? 기획단은 현재 각 기관마다 양식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각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단지 연계만 하는 방식으로는 사업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과 달리 법원의 경우에는 통합망과 연계는 되지만, 사법부 전산센터를 독자적으로 구성하기로 되어 있다. 법원은 행정부처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법원이 ‘연계’로 가능하다면, 다른 기관 역시 기술적으로 불가능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통합망 구축 프로젝트, 공개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이 국민의 인권에 큰 영향을 미칠 프로젝트가 공개적인 검증 과정 없이 관계 기관만의 협의만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2003년부터 추진이 계획된 사업이지만, 지금까지 공개적인 공청회가 개최된 바는 없다. 이에 대해 박준모 단장은 “정부혁신위원회 특별위원회의 검토를 받았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추진 자문위원회의 검토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여 의견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자료가 제출된 것은 경찰측의 반발로 이 사업이 문제가 되자, 인권위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추진 자문위원회 회의도 두 차례 열렸을 뿐인데, 내실 있는 검토가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 충분한지도 의문이다.

박준모 단장은 “경찰과 있었던 오해는 거의 해소가 된 상태”라며, “조만간 LG CNS와의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측은 “현재 논의를 하고 있는 중”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회피했다. 그러나 “정보공동 활용의 범위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된바 없다”고 밝혀, 아직 갈등이 해소된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경찰과 통합망 구축에 합의하더라도 인권 침해의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현재 열린우리당 홍미영 의원은 통합망과 관련한 국정감사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과거 네이스 사태와 같이 이미 시스템이 구축된 후에,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예산 낭비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통합망 구축 방안에 대해 스스로 공개적인 사회적 토론의 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설사 통합망이 과거 종이 문서로 하던 작업을 전산화하는 것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검찰의 대국민 규제력은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규제의 효과는 규제를 현실 가능하게 하는 구조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정보화에 의해 더 강력한 규제가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질수록, 규제 권력에 대한 사회적 감시 역시 더욱 강화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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