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7호(200609) 과학에세이
기댓값

이성우 / 공공연맹 사무처장   kambee@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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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당첨 확률이 극히 낮은 복권을 구입하는 이유는 객관적으로 낮은 당첨 확률을 주관적으로 높게 판단하기 때문이다! 익히 아는 얘기지만,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이다. 그것은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16번쯤 벼락을 맞거나, 자신이 탄 비행기가 11번쯤 추락하거나, 교통사고를 수백 번 당하는 경우만큼 확률이 낮은 것이다. 그런데도 로또복권에 사람들이 몰리고, 다른 복권들은 수익률 저하로 울상을 짓고 있다. 요컨대, “주관적으로! 높게 판단하는 것”이 문제로다. 복권에 관한 내 개인적인 판단도 그랬는데, 알고 보니 이런 이론을 갖고 이미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이미 학문적으로 검증된 이론이고,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의 경험과도 부합하는 사실이란 말이다.

복권뿐만 아니라 사행성 게임들이 모두 그렇다. 로또복권 판매 초기에 확률과 기댓값을 들먹이며 사람들에게 설레발을 치곤했던 기억이 이번에 바다이야기 소동으로 다시금 되살아났다. 바다이야기라... 나는 그게 성인용 오락실 이름이요 게임의 한 종류라는 것도 몰랐고, 그런 가게 앞을 지나친 적도 없다. 그게 어느새 편의점 숫자를 앞지를 정도로 광범하게 온 나라에 퍼졌다고 하니, 그 기세로 보면 로또복권이 부럽지 않겠다. 고등학교 때 수학공부를 하면서 슬롯머신에 확률과 기댓값을 들이댔던 기억도 새롭다. 기댓값을 퍼센트로 나타내면 대부분의 사행성 게임의 기댓값은 50-80% 사이에 있고, 슬롯머신 업주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그 수치를 조절하면서 사람들을 유혹하고 또 망하게 한다는 사실.

정부가 공식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복권의 기댓값은 대체로 50%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기댓값이 50%이면 2000원짜리 복권을 사는 순간 그 복권의 가치는 1000원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81억4천5백6만원을 들여서 로또복권의 모든 조합의 번호를 다 사고 그래서 1등에 혼자서 당첨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40여억 원은 운영비와 세금과 기타 공익사업에 아낌없이 기부하는 셈이 된다. 이렇듯 게임 한번 할 때마다 절반의 판돈을 잃어야 하는 것이 복권의 원리인데, 놀랍게도 사람들은 복권이나 슬롯머신이나 바다이야기에서 일확천금한 아주 희박한 사건들만 입에 올리면서 착각 속에 인생을 산다.

과학기술 관련 연구결과 발표장에 가보면 드물게 로또복권처럼 턱없이 과장된 발표를 하는 연구자들을 보게 된다. 연구결과로만 보면 단돈 백만 원의 가치도 없는데, 한국시장도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자신의 연구 분야가 차지하는 값어치가 수십 조 달러가 된다는 식이다. 그게 연구윤리와 아랑곳없이 아주 나쁜 쪽으로 발전하면 황우석 사건과 같은 일이 생기게 된다. 지난달에 황우석씨가 줄기세포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민간연구소를 하나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공들여 높여가고 있는 과학기술연구의 기댓값을 자칫 복권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있지 않은지, 누구보다 황우석씨 자신이 성찰하기를 권하고 싶다. (단, 연구결과는 확률이나 기댓값의 문제는 아니므로, 오해하지는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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