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7호(200609) 미디어의난
인터넷 생방송(live streaming): 거리의 투쟁, 분노, 참여, 행동이 실시간으로 흐른다!

조동원 / 독립미디어 활동가   jonairshi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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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는 별로 듣지 못한 것 같은데 가끔 외국의 다큐멘터리를 보다보면, 공권력의 폭력과 탄압이 자행되는 현장에서 시위대들이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the whole world is watching)!”를 외친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곧, 바로 지금 여기에서는 힘 센 너희들이 맘대로 폭력을 휘두르지만, 전 세계는 너희들의 이 부당한 폭력 행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엄포와 같다. 하지만, 전 세계가 실제로 바로 그 현장을 동시에 지켜보는 경우는 거의 없고, 나중에 이래저래 알려질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만큼 주류 미디어는 인권과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도처의 현장에 도무지 나타나지를 않고, 독립 미디어 활동가들은 재력과 인력과 물리력의 부족으로 모두 감당할 수가 없다.

그러나 거리의 외침과 이야기들이 곧바로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부당함과 민주적 변화를 위한 외침을 듣고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기술, 인터넷 생중계(live steaming)를 통해 가능하고 이미 수많은 실험들과 사례들이 존재해왔다. 그 거리에, 그 현장에 주류적 대중 미디어는 있지도 않고, 있더라도 지배적 관점에 의해 정당한 투쟁의 이야기는 번번이 왜곡되어왔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값싼 장비들을 활용해서 있는 그대로 저항과 변화의 목소리들을 전하고, 인터넷(메일이나 메일링 리스트, 수많은 게시판들과 블로그, 펌질과 RSS 등)을 통해 순식간에 사회적 이슈로 만들고 변화를 위한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을 감행할 일이다.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것은 곧, 잠재적으로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크 된다는 것이고, 이미 뉴스와 정보들을 보고 들으며, 만들고 전하는(relay) 수많은 미디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해왔으니 말이다.

최근에 있었던 인터넷 생중계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이 그칠 줄 모르던 지난 8월 1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와그 소사이어트(Waag Society, waag.org)가 주최하여 베이루트 현지와 연결하는 오디오, 비디오 생중계였다. 중동, 특히 레바논에 대한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들을 다양한 비디오, 음악, 그리고 베이루트에 거주하는 기자, 음악가, 미술가의 인터뷰로 구성하여 4시간 동안 전 세계로 송출하였다. 지금도 이 사이트(beirut.streamtime.org)에 들어가면 당시의 생방송 콘텐츠를 다시 볼 수 있다.

또한, 노동넷과 미디어문화행동이 실행을 맡아 평택의 대추리, 도두리의 촛불행사 등과 광화문 촛불문화제를 실시간 인터넷으로 몇 차례 연결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600회 평택 촛불문화제 때 그랬고, 5월 20일 촛불문화제에서도, 6월에 청계천 광장에서 <평택, 들이 운다>를 할 때도 생중계가 이어졌다. 특히, 5월 4일 경찰과 군대가 대추분교를 때려 부수고 평화를 난장판으로 만든 사건이 있은 이후에도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과 지킴이들의 촛불행사가 지속되던 5월 20일, 지지와 연대를 위한 광화문의 촛불문화제에서 대추리와 광화문을 이원 생중계로 서로 연결한 것은 기억될 만한 것이었다. 이는 “30초 정도(인터넷 속도에 따른 전송 단계의 지연으로 생기는) 시간차가 있긴 했지만 폭력이 물리적으로 분리시킨 두 곳이 함께 공감하고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경험”(지각생)이었다.

최근에 이곳저곳에서 이러한 인터넷 생중계를 시도하려는 움직임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듯 하다. 지난 7월, 미국 LA 남쪽의 농장(The South Central Farm)에 대한 강제 퇴거와 그에 대한 환경운동가들의 반대 투쟁이 한 차례 있은 후 마치 평택과 같이, 경찰의 폭력 퇴거의 위협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터넷 생중계를 하겠다는 계획이 있으니 도움을 요청하는 메일이 돌기도 했고, 영국에서는 “모든 것이 전쟁이다”는 앨범을 발표한 펀-다-멘털(Fun-Da-Mental)이 테러법 위반으로 기소된 것에 반대하여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행사를 기획한 런던의 점거운동/사회센터 램프아트(rampART)에서도 생중계에 대한 지원 요청 메일이 돌았다.
한국에서도 노동넷을 통해서 조합원 총회라든가 다양한 노조 행사에서 인터넷 생중계는 자주, 계속 활용되고 있고, 9월 1일 "강제철거 저지 및 황새울 평화촌 건설을 위한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서울대책회의> 후원주점"과 대추리의 촛불행사를 다시 실시간 연결할 계획이 나와 있다. 또한, 한미FTA 3차 협상이 9월 6-9일, 미국의 시애틀로 예정된 가운데, 한국 원정투쟁단이 참여할 LA의 노동절 집회를 포함하여 미국 LA와 시애틀의 인디미디어센터(indymedia.org) 활동가의 도움을 얻어 협상장 안팎의 소식, 특히 한국원정투쟁단의 반대 시위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할 수 있도록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인터넷 생중계 혹은 생방송이 점차 확대되는 데는 기술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인터넷 비디오가 지속적으로 대중화되고 있고, 사회적 미디어의 기능을 담당하는 주체와 도구와 방식이 확장되면서 방송 자체가 더 이상 전문적인 주체에만 국한되지 않은 사회적 활동으로 변화해 가는 흐름과 맞닿아 있는 듯 하다. 이런 차원에서 인터넷 생중계(생방송)를 어떻게, 보다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계속 발전시킬지에 대한 여러 과제들이 있다. 지면이 허락하는 한에서 기술적인 측면만 살펴보더라도 몇 가지 꺼리들이 있는데, 인터넷 생중계(생방송)에 대한 사회운동의 풍부한 활용 전략이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기술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개발이 중요하겠다. 예를 들어, 한국의 웹 이용 환경이 대부분이 윈도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보다 저렴하고 대안적 기술을 개발하는 차원에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탐구, 활용이 필요하고 국제적인 공동 작업을 고려하더라도 리눅스 등의 운영체제로 확장되어야 한다. 중앙집중적인 미디어 서버와 동시에 분산형 서버를 위해서 소규모 서버 구축 및 p2p방식의 스트리밍도 개발할 수 있다(actlab.tv 참조). 조금씩 논의되고 있는 리눅스 스트리밍 서버 구축이나 공개 미디어 아카이브, 멀티채널 플랫폼에 대한 프로젝트와도 연동될 사안들이다.

마지막으로, 지각생의 행복한 해킹 블로그를 들러 생중계를 자주 하는 미디어 기술 활동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자(blog.jinbo.net/h2dj/?cid=3): “어디선가 약자가 고통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지나는 (알고 왔든 우연히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카메라를 가진 사람이 찍습니다. 노트북을 가진 사람이 와서 그 영상을 공개 미디어 서버로 올립니다. 게릴라 웹 사이트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지나가다가 영상을 봅니다. 분개합니다. 마구 퍼뜨립니다. 사람들이 일어섭니다.”(지각생, “모든 곳에 우리의 미디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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