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7호(200609) 학교이야기
중학교 2학년 남학생들의 방학 보내기

김현식 / 포항 대동중학교 교사   yonorang@eduhop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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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남짓 방학을 마치고 개학하였다. 모처럼 만난 아이들은 학교가 반갑지 않다. 방학을 잘 보냈는지 물어보면, 일제히 ‘아니오’라는 대답을 한다. 왜, 방학이 즐겁지 않았을까? 도대체 아이들이 방학동안 과연 무엇을 하고 보냈을까?

포항에 사는 아흔 한 명의 중학교 2학년 남학생들에게 여행을 한 적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서른여섯 명의 아이들이 전혀 놀러간 적이 없었다. 무려 사십 퍼센트에 가까운 아이들이 공부하느라 바쁘거나 집안 사정으로 집에서만 지냈다고 한다. 두 명의 아이들은 외국 여행을 하였고, 경상도를 벗어나 적어도 하루 이상을 외지에서 자고 온 아이들은 여덟 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이 이렇게 놀 시간이 없어 바쁜 이유는 학원 수강과 컴퓨터 때문이었다.

하루 평균 컴퓨터 사용시간은 229분이다. 게임에 159분, 인터넷 검색 41분, 채팅은 18분, 학습에 들인 시간은 평균 11분에 불과했다. 많은 시간 부모 눈을 피하여 피씨방에서 게임을 하면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에 열 시간 이상 컴퓨터를 했다는 학생도 있다.
그렇다면 학교 홈페이지에는 얼마나 접속하였을까? 서른세 명의 아이들만 한 번이라도 접속하였고, 67%의 학생은 전혀 접속하지 않았다. 접속하지 않는 이유는 갈 이유가 없다는 게 제일 많았다. 학교 홈페이지에 대한 불만은 ‘학급 홈페이지가 없고, 학습에 도움이 되는 글과 자료가 드물고, 게시판 실명제를 실시함으로 익명 건의가 불가능하며, 홈페이지 관리가 안 되기에 들어가 봐야 재미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아예 들어가 보지 않아서 불만이 없다고 대답한 아이들도 많았다. 한마디로 ‘학교 홈페이지는 만들어 놓고 쓰지 않는 공간, 예를 들면 학교 지하실 같은 공간인 것 같다’는 지적이다.

아이들은 친구에게는 전화나 메일, 선생님에게는 전화를 주로 하지만, 과외 선생님이나 교회 선생님에게는 메일과 전화를 더 많이 보냈다.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 교회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많이 보내기에 오히려 소통이 더 활발했다. 학교 선생님과는 필요한 일 이외에 안부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보낸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개 학교 선생님들의 전화번호와 전자우편 주소를 모른다고 대답한다. 또한 알더라도 귀찮거나 용건이 없다고 대부분 답변하였다.

그들이 주로 찾는 포털 사이트는 네이버이고 채팅은 세이클럽을 통해서 하며, 미니홈피는 싸이월드를 이용한다.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많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30%) 실명제에 찬성하는 의견도 보인다. 아마 네티켓에 대한 교육과 텔레비전 광고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찬성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실명제로 인하여 욕설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중학생들은 인터넷에서 초등학생들의 욕설과 ‘무개념’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인터넷 컨텐츠 등급제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더 많았다. 하지만 반대하는 이유로는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를 가지고 들어가기 때문에 현재 19세 이상 등급제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인터넷이 학습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고 추천 사이트로 교육방송(EBS), 에듀넷이나 온라인 교육업체 푸른일삼일팔(1318Class) 등을 들고 있다. 학교에 대해선 ‘방과 후 학교를 없애고’ ‘두발자유’와 ‘교실에 에어컨 설치’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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