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7호(200609) 만화뒤집기
홍대리는 죽지 않았다, 다만 승진을 안 했을 뿐!
「나는 내가 정말 좋아 - 천하무적 홍대리 vol.5」(홍윤표 지음/홍카툰)

신성식 / 우리만화연대 사무국장   toonor@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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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아왔다’는 식의 진부한 표현은 하지 않으련다. 돌아왔으므로 이제는 좀더 자주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는 하지만 말이다.


5년 전이다. 아니, 6년 전인가? 뜬금없이, 이는 물론 내 입장에서지만 아무튼 뜬금없이 프랑스로 공부하러 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해하기 힘들었다. 당시에 잘나가는 천하의 홍대리가 왜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생고생을 하겠다는 건지 말이다. 솔직히 이 땅에 대리 만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장본인 아닌가. 게다가 나이도 나이고. 걔 중에는 가르쳤으면 가르쳤지 뭘 더 배우느냐는 지적도 하고 한편으론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랬다. 그리고 그는 정말 갔다.


그가 프랑스에 간 뒤 두 번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한번은 2003년 1월에 앙굴렘 만화축제 때고 또 한번은 2004년 말 그가 ‘고국’에 잠깐 왔을 때다. 그때 동네 맥주집에서 시킨 푸짐한 안주에 그는 마냥 좋아했다. 정에 주린 티가 확확 났다. 그러고 보면 앙굴렘에서 만났을 때도 오랜만에 만났다는 반가운 점을 빼면 그리 표정이 밝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왜 그랬는지 확실하게 안 건 그가 한국에 왔을 때였다. 프랑스가 지긋지긋했던 것이다. 프랑스에 갔다 온 인간치고 그렇게 프랑스를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인간은 처음 봤다. 뭐 긍정적인 게 없는 건 아니지만 특히 프랑스의 개인주의에는 정말 학을 떼는 정도였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불어가 들리면 뭐 피하듯 피한다. 농반이지만 여기서 프랑스 사람들 보면 자기도 계속 쳐다 볼 거라나. 그가 당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열렸다면 열린사회라고 생각했는데 작년 인종차별 폭동이 난 걸 보고 이해가 갔다. 오죽하면 한국에 돌아와서 제일 좋았던 것 중의 하나는 사람들이 자기를 안쳐다본다는 거였다나. 우리도 외국 사람들 될 수 있으면 쳐다보지 말자. 뭐 보듯 하면 상처받는다.


이제 이방인에서 주민으로 돌아온 홍윤표에게 고국의 상황은 그리 관대하지 못했다. 5년이나 외국에 나갔다고 돌아와 바로 자리를 잡는 거 자체가 오히려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늘 얘기하지만 ‘만화판이 어렵다’보니 일거리도 별로 없고. 그간 꾸준히 했던 작업들을 묶어 내려 해도 조건도 별로고 말이다. 한편으로 그의 만화가 이젠 한물 간 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홍대리는 늘 그 자리에 있는 데 다른 이들이 멀어지므로 거리가 생긴 거였는데. 그래서 그는 홍대리 마냥 당당하게(?) 맞서기로 한다.


까짓 안 찍어주면 내가 찍지 뭐!
까짓 안 봐? 안보면 그만 그리지 뭐!
(크크크. 나는 그런 홍윤표가 좋다. 그도 그런 그가 좋은가보다. 제목을 보라!)


그래서 이글의 제목과 부제에 ‘홍’자가 많이 들어가게 되었다. 하하하.
무슨 얘기인고 하니 천하무적 홍대리 5권 째인「나는 내가 정말 좋아」는 자기가 그리고 편집하고 찍어낸 것이다. 자신이 직접 돌리고도 있는데(유통) 그건 특히 힘든가 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유통, 정말 만만한 게 아니다.


만화가로서 홍윤표에게 부러운 점은 그가 사용하는 만화 언어의 보편성이다. 그의 만화는 누구나 비교적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더 쉽게 말하자면 마니아나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만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에 직장을 다닐 때는 물론이고 전업 작가로 돌아선 지금에도 마찬가지다. 그 자리에서 떠나고도 현실성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건 누구나 잘 알 것이다. 실제로 5권에 대한 반응 중 상당수는 이랬다. 예전에 비해 직장인이기 때문에 갖는 구체성이 좀 떨어지는 게 아니냐고. 아마 그 점은 작가 스스로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해서 작가 후기에 ‘직장인 만화’가 아니라 ‘명랑만화’로 읽혀졌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하지만 나는 거꾸로 홍윤표 작가의 장점이 ‘그가 사용하는 만화 언어의 보편성’이기에 이젠 진짜로 명랑만화를 그려야 한다고 본다. 또 잘 소화해 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냐면 단순히 그를 좀 더 알아서가 아니라 누가 봐도 재미있어 하는 그의 만화와 얘기를 독자들 보다는 더 많이 보고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한 칸 만화(좁은 의미에서의 카툰)에 대한 그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다. 한 칸 만화가 주는 함축성, 간결함, 반전의 재미 등이 장난이 아니다. 다만 카툰 시장 자체가 워낙 작고 힘들어서 카툰 작품 자체를 보기 힘들다 보니 홍 작가의 카툰도 보기 어렵지만 말이다. 참 안타깝고 아쉬운 대목이다. (이글을 읽은 홍 작가는 앞으로 카툰을 그릴 때 참 깝깝하겠다. 이렇게 부담을 팍팍 줬으니….)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그래서 그런지 암튼 직장인이 아닌 나는 참 재밌게 봤다는 것. 아울러서 명랑만화가 뿐만 아니라, SF 작가로 또 카툰 작가로서 홍윤표의 작품을 자주 봤으면 하는 것.
아참, 이건 술자리에서 나온 얘기인데 홍대리 5권을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한단다. 그가 갖고 있는 보편성의 힘을 더 드러내라는 계시가 아닐까? 하하하. 난 그렇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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