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7호(200609) 장애없는
기기 및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과 정보화 교육이 필요하다
시각장애인 정보화 격차 해소 방안

임장순 / 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 학습지원센터 소장   hopenew@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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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 간의 정보화 격차를 해소하려면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첫째는 시각장애인이 비시각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다룰 수 있는 정보화 기기가 마련되어 있어야 하고, 둘째는 제공되는 콘텐츠의 접근성이 보장되어 있어야 하며, 셋째로는 정보화 기기를 다룰 수 있도록 시각장애인에게 충분한 정보화 교육을 행해야 한다. 이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정리해 보기로 하겠다.

장애인 보조기기의 개발 여건을 조성해야
시각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대표적인 정보화 기기로는 화면 읽기 프로그램, 점역 프로그램, 점자프린터, 점자 정보 단말기 등이 있음을 앞에서 소개하였다. 이들 기기들은 대부분 시각장애인들에게만 필요한 기기들이어서 그 수요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제품들과는 달리 수익을 목적으로 자유 경쟁을 통하여 개발되기 어려운 형편이다. 또한 이들 기기들은 언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개발 보급하기도 어렵다. 한글과 한국어를 쓰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한글화 작업을 하여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각장애인들의 구매력조차 빈약한 실정이어서 이런 제품들을 개발하는 기업이 자연적으로 나타나기 어렵다. 기존에 개발되어 있는 외국의 시각장애인용 기기들은 대개 같은 기능을 하는 일반 제품보다 10에서 15배 가량 가격이 비싸다. 그 이유는 소량으로 소비되기 때문에 생산하는 기업의 존립을 위해서는 높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보다도 경제력이 월등한 미국, 일본 등의 시각장애인들에게도 개인적으로 이러한 고가의 정보화 기기들을 구입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받아 구입하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기기 개발 업체들도 생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정보통신부나 교육부, 고용촉진공단 등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보조공학 기기들을 구입하여 주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아직 그 규모가 필요에 충분치 않고 임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우수한 정보화 기기의 개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확실한 수요 기반을 마련해 주어 업체들로 하여금 최선을 다하여 개발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에서 일정 금액을 장애인 보조기기 구입비로 지원한다거나 장애인 보조공학 구입 예산을 확충하여 장애인 정보화 기기를 만들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시각장애인들 전용 정보화 기기 개발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기기들을 시각장애인들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PC의 여러 응용프로그램이나 일반 사무용 네트워크 시스템, 휴대폰, 현금 출납기 등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정보 처리 관련 기기들을 시각장애인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게 해야만 한다. 앞에서도 지적한 바 있듯이 이들 기기들은 시각장애인들을 주 사용자로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시각장애인을 중요한 사용자로 고려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재활법 508조에서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관이 정보화 제품을 구입할 경우 장애인들의 접근권이 보장되는 것만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정하여 업체들이 제품 개발 초기부터 장애인을 고려하도록 하는데 큰 효과를 보았다. 이러한 제도는 우리도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공공 기관에 고용된다 하더라도 현 시스템에서는 업무 수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웹 접근성 표준의 준수 필요
웹에 접근함에 있어 직면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앞에서 설명하였다. 웹 접근성 문제는 사실 정보화 기기의 접근성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그것은 웹이라는 공간이 한정된 공간이 아니며 통제하기도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웹 접근성 지침에 따라 홈페이지를 제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형 웹 접근성 지침 1.0 을 개발하여 국가 표준으로 삼아 놓았다. 그러나, 아직 이 지침은 권장 사항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널리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 정보화 격차 해소법 등과 같은 관련법들이 이러한 문제들에 접근할 때 강제 규정을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 기관 이외에는 그다지 큰 노력들을 하고 있지 않다.
웹 접근성 표준의 강제 적용과 아울러 병행해야 할 것이 장애인 웹 접근성 문제와 접근성 보장 표준에 관한 광범위한 홍보와 교육이다. 웹이라는 공간이 워낙에 방대하고 그 변화도 역동적이어서 법적 수단만으로 통제하기는 어렵다. 모든 웹 페이지를 모니터링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웹 개발 지망자들이 그 기술을 배울 초창기부터 장애인의 웹 접근성 문제와 그 해결 방법 등을 숙지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서 개발자들이 부담 없이 웹 접근성 지침을 따르게 되고 비록 법이 강제하는 분야가 아닐지라도 웹 접근성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의 정보화 교육에 있어서는 연령으로는 노년층의, 지역적으로는 지방 거주 시각장애인의 정보화 교육이 시급하다. 노년층 시각장애인의 정보화 교육을 위해서는 1대1 맞춤식 교육을 위한 방문 교육이 실시되어야 하며, 지방거주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는 웹을 통한 원격 교육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정보화로 얻을 수 있는 편리함이 비시각장애인보다 시각장애인이 훨씬 크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이면 누구나 정보기기를 이용하여 정보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만이 장애인을 위한 정보 콘텐츠 개발에도 일관성을 갖게 되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장애인 정보화를 위해 정부가 앞장서야
정보화 분야에 있어서도 시각장애인은 소수자요 약자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들의 정보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야 하고 강제적인 수단도 동원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강제적인 규정의 도입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작은 정부, 규제 완화를 외치는 신자유주의자들에게는 이러한 해결책이 경제적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비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점은 경제적 효율성도 개인의 자유도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에 불과하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장애를 가졌다 하더라도 커다란 불편 없이 비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정보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약간의 강제와 세금 부담은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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