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8호(200610) 표지이야기 [포털 뉴스 권력,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언론사는 혁신을, 포털은 진정한 파트너십 형성을
최진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겸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기자)

네트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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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포털의 여론 독과점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포털 뉴스를 둘러싼 문제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포털사이트는 국내 디지털 뉴스 콘텐츠가 가장 활발하게 또한 유일무이하게 소통되고 있는 시장입니다. 올드 미디어인 신문, 잡지의 대부분이 포털 뉴스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독립형 인터넷 신문까지 다양한 뉴스, 정보가 방대한 이용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사실상 포털사이트는 국내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봅니다. 포털사이트는 이러한 환경을 고착화하면서 뉴스매체의 뉴스 유통 교섭력을 무력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포털 뉴스는 뉴스매체의 권위와 영향력을 새롭게 재편하면서 뉴스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뉴스, 이용자들이 참여하는 뉴스, 이용자들이 교류하는 뉴스로 확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포털 뉴스는 뉴스 가치를 파괴하면서 시장과 이용자들이 소비하는 뉴스의 트렌드를 내세우면서 전혀 다른 관점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범람하는 폭로성, 사변적 뉴스 등 만연한 옐로우 저널리즘, 수준 낮은 속보 경쟁 등으로 포털 기생 매체를 양산하는가 하면 포털 의존적 저널리즘과 콘텐츠를 구조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포털 뉴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전통매체는 자기 혁신보다 포털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데 몰두하는 등 체계적인 자기정화 및 혁신작업을 등한히 하는 만성적인 정체기에 빠져 들었습니다.
한편, 포털사이트는 포털 뉴스 채널을 통해 전통매체와 진정한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산업적, 학제적, 문화적 발전을 고민할 수 있는 공공적 역할을 주도적으로 진행해가야 하는데 아직은 미흡합니다. 포털 측에서 오늘의 논란들을 생산적으로 바꾸는 슬기로운 해법을 발휘해야 할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Q. 실제 각 언론사들은 사적 계약을 통해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포털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포털을 규제하는 문제에 대해 각 언론사마다 입장이 다를 것 같습니다.

전통매체들은 포털사이트의 포털 뉴스에 대해 일정한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는 데 대해 대체로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규제 정책의 구체적 방법론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사실상 주요 언론사들은 포털 뉴스 서비스의 형식과 내용의 변화에 더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포털 뉴스 내에서 지위나 비중이 작은 언론사들의 경우, 이를테면 독립형 인터넷 매체들은 포털사이트의 과도한 힘이 적정하게 통제되기를 바라는 눈치입니다. 이른바 디지털 뉴스 콘텐츠 유통 시장 독과점으로 인한 이익의 일정 부분이 적정하게 재조정되기를 기대하고 있기도 합니다.
언론사들의 경제력, 경쟁력 등 형편과 뉴미디어 대응력에 있어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어 이해관계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포털뉴스를 통하지 않더라도 브랜드 파워를 갖춘 전통매체들은 경제적인 접근보다는 브랜드와 이용자라는 처지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의 이익실현이 필요한 작은 규모의 언론사들은 여전히 경제적 관점의 조정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Q. (음반, 영화처럼) 인터넷을 통한 무료 뉴스의 대량 유통이 종이 신문의 위기를 심화시켰다는 견해가 있는데요...

언론사들이 포털사이트의 뉴스 채널과 본격적으로 조우한 것은 지난 2000년 전후입니다. 불과 2~3년 만에 포털 뉴스는 인터넷 뉴스의 영향력을 장악했습니다. 전통매체들은 닷컴을 분사하면서 인터넷 비즈니스에 의욕을 비쳤습니다만, 그것은 잘못된 전략으로 비즈니스도 저널리즘도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언론사들은 IT붐에 따라 닷컴을 경쟁적으로 분사시키면서 인터넷 미디어에 투자했지만 당면한 이익 때문에 무분별하게 포털에 뉴스를 공급했습니다. 그 결과 포털 뉴스는 뉴스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고, 아카이브 구축 및 검색 기능 향상, 여기에 최근 부상하는 이용자생산콘텐츠(아래 UCC) 접목 등으로 인터넷 미디어의 경쟁력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닷컴을 새로운 이익실현의 창구로만 간주, 콘텐츠 개발과 독자 관리 등 내부 역량 강화는 소홀히 다뤘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포털 뉴스 서비스는 언론사 뉴스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언론사 사이트로 유인되지 않고 포털 뉴스에서 대부분의 뉴스 소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언론사들이 인터넷 미디어 전략이 부재한 가운데 대포털 뉴스 공급을 진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포털 뉴스의 영향력이 이렇게 비대해진 것은 한국적 현상입니다. 인터넷 미디어 환경에서 포털과 언론사 뉴스 서비스 경쟁력의 불균형을 일시에 타개하기는 힘듭니다. 지금은 언론사와 포털간의 협력관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찾는 기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는 혁신을, 포털은 진정한 파트너십을 진행해야 합니다. 종국적으로는 언론사들이 자생력을 갖춘 뒤에는 지금과 같은 대포털 뉴스 공급과 포털 뉴스 서비스는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만 하더라도 유력 언론사들은 포털로 뉴스 공급을 하지 않거나 총량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혹은 구글 뉴스 서비스처럼 제목 정도만을 노출하는 형식도 있습니다. 문제는 언론사들이 자사 뉴스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독자-이용자들의 로열티를 높일 수 있도록 뉴스조직의 변화, 콘텐츠의 개선, 뉴미디어 전략의 체계화, 기자 업무, 선발 등 낡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Q. 포털에 대한 여하간의 법적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만일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면, 그 규제가 목적하는 바는 무엇이며, 규제의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지요?

우선 현재 포털 사이트의 뉴스는 신문법이 아닌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의 적용을 받고 있어 포털뉴스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이 ‘반론보도청구’나 언론중재위의 구제를 받을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개정을 중심으로 논의돼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이미 공직선거법에는 포털이 인터넷언론사로 분류돼 있는데, 언론중재법에서도 일치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즉, 포털사이트를 ‘유사언론매체’로 다루고 유사언론매체의 뉴스 편집, 유통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구제책들을 언론중재법이나 공선법 등에서 적용한 뒤 신문법상의 인터넷신문 등록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는 게 타당할 것입니다.
현행 신문법은 인터넷신문 등록조건을 독자적 기사생산 비율 30%와 최소 취재인력 2명 및 편집인력 1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언론기능을 대부분 수행하지 않는 포털사이트를 신문법 상 인터넷신문으로 묶어 두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논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2~3인의 개인이 블로그나 유사한 웹사이트로 뉴스를 제공하고 있는 경우나 지상파 방송사 뉴스 서비스, 국정홍보처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 UCC기반의 이용자 정보 커뮤니티 등 신문법 상에 고려되지 않았지만 유사한 언론행위로 볼 수 있는 채널들과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들을 함께 고려해 신문법을 미래지향적으로 손질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그런데 일부 정치권에서는 포털사이트 초기화면의 50% 이상을 보도기능으로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자율적 영업행위를 과도하게 간섭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집중된 뉴스 소비와 사회의제 독점으로 정치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영향력이 커진 포털 뉴스를 규제하는 목표는 결국 다중의 뉴스 소비가 이뤄지는 포털 미디어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뉴스 등 관련 산업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데 모아져야 할 것입니다. 특히 포털사이트 및 포털뉴스와 관련된 학제적, 사회적, 산업적 논의가 불충분한 가운데, 법제도를 마구잡이로 도입하는 것은 교각을 만들지 않고 상판을 얹으려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포털 뉴스와 관련된 법은 ‘콘텐츠 서비스’ 또는 ‘뉴미디어 서비스’ 법 등 새로운 관점과 질서 속에서 영향과 책임을 부여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학계, 산업계 등의 전문가 그룹이 보다 면밀한 시장 조사와 데이터를 통해 다뤄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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