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8호(200610) 표지이야기 [포털 뉴스 권력,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포털 뉴스 = 신문?
포털 뉴스 규제를 위한 언론중재법, 신문법 개정안 논란

오병일 / 네트워커   antiropy@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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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나치게 비대해진 포털 뉴스의 여론 독과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포털은 '뉴스 유통 채널'을 넘어, 자체 편집권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의제를 설정'하는 주요 행위자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언론중재법, 신문법 등의 개정을 통해 포털에 대한 법적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뉴미디어인 포털에 대해 올드미디어적 규제 방법을 적용하는 것을 옳지 않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포털 뉴스 권력,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포털은 이미 무소불위의 권력인가? 최근 지나치게 비대해진 포털 뉴스의 여론 독과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올해 1월 나스미디어가 행한 미디어 수용형태에 대한 여론조사는 포털의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해졌는지 보여주고 있다. '뉴스 정보를 얻을 때 주로 이용하는 매체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58.3%에 달하는 대학생들이 1순위 매체로 '인터넷'을 선택했다. 반면 종이신문을 선택한 사람은 3.9%에 불과했다. (<네트워커> 32호 '숫자로본정보화' 참고) 포털 뉴스와 언론사 홈페이지의 접속자 수를 비교해보아도 영향력의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2006년 4월 코리안클릭과 2005년 11월 랭키닷컴의 자료에 의하면, 네이버 뉴스와 미디어 다음의 일 방문자수는 각각 470만 명과 330만 명에 이른다. 반면, 조선일보는 65만 명, 중앙일보는 43만 명에 불과하여 거의 1/10 수준이다. 이제 대부분의 국민들이 포털 뉴스를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포털의 미디어적 영향력, 기존 언론 능가

물론 포털 뉴스의 대부분은 종이 신문이나 인터넷 언론사들이 생산한 뉴스들이다. 문제는 포털이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니라, 사실상 '편집권'을 행사한다는 것에 있다. 하루에 포털에 제공되는 뉴스는 8천 건에 달한다고 한다. 그 중에 포털 메인 화면에 선택되는 극소수의 기사들의 조회수는 그렇지 못한 기사들과 엄청난 차이를 가지게 되며, 이에 따라 이슈와 여론의 향방이 좌우되게 된다. 즉, 포털이 우리 사회의 '의제 설정'을 하는 주요한 행위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기사 제목 변경으로 인한 기사의 왜곡, 선정성 위주의 기사 배치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으로서의 포털 뉴스에 대한 '공적 규제'는 현재로서는 전무한 상황이다. 포털은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뉴미디어'이기 때문에, 포털을 규제할 필요가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등 규제 근거가 전혀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포털 뉴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목소리는 특히 보수진영 쪽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 연구소는 '포털뉴스 현황과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포털 뉴스의 미디어적 영향력이 기존 언론을 능가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특히 포털이 친정부 매체 위주로 기사를 배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메인기사 분석결과 "조ㆍ중ㆍ동 기사는 약 10%가 메인 화면에 노출되는 반면, 연합ㆍ노컷ㆍ오마이뉴스ㆍ프레시안 등은 약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 대해 네이버측은 즉각 반박 입장을 발표했는데, 여의도 연구소의 자료는 오히려 네이버 뉴스가 언론사의 기사들을 골고루 반영하고 있음을 확인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의도 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속보 위주의 연합 뉴스를 제외했을 때,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의 기사가 한겨레나 오마이뉴스 등보다 더 많이 채택되고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 원인을 '넷심(心)'을 잡지 못했기 때문임을 절감한 보수진영이 포털 뉴스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포털 뉴스에 대한 여하한의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털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하에, 시민단체 함께하는시민행동은 '포털이용자100인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용자가 주체가 되어 포털에 대한 감시와 정책 제안을 하기 위한 포털이용자운동을 벌이고 있다. 언론운동 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최한 '언론의 대형 오보로 인한 인권침해와 구제 방안' 토론회에서는 '인터넷 포털의 영향력 확대와 피해 사례 증가에 따라 적절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잘못된 기사로 인한 명예훼손에 대해 언론사는 물론 이를 게재한 포털업체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9월 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노컷뉴스에서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 대신 한나라당 전여옥 최고위원을 잘못 넣은 CBSi 뿐만 아니라 이를 게재한 NHN도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네이버가 최대 포털사이트로서 이 사건 기사가 분야별 주요뉴스란에 게재되어 그 파급효과가 큰 점, 이
사건 기사의 게재로 말미암아 원고가 오해로 인한 비난을 감수해야 했던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포털 뉴스 규제를 위한 법안 봇물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 힘입어 포털 뉴스 규제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우선 법원 판결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잘못된 기사로 인한 피해에 대해 이를 유통시킨 포털에도 책임을 묻기 위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아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마련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지난 8월 17일 신문법 및 언론중재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인터넷 포털과 언론사의 인터넷 사이트도 언론중재법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피해자는 뉴스 생산자나 매개자(포털 뉴스) 중 하나를 선택하여 정정 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 지난 해 11월, 박찬숙·노웅래 의원은 포털을 언론중재법 대상에 포함시키고, '인터넷피해구제심의위원회', '게시중지청구권' 등의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포털을 신문법의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신문법 개정안도 제출되고 있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포털이 언론사에서 제공받은 뉴스 제목을 자의적으로 편집하는 것을 금지'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제출하였으며, 민주당 이승희 의원은 '포털을 인터넷 언론사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현행 신문법 상 인터넷 신문은 '독자적인 취재·편집 인력 3인 이상, 자체 생산 기사 30% 이상' 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뉴스를 제공받아 유통하는 포털은 인터넷 신문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 이승희 의원의 법안은 '독자적인 기사 생산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포털을 인터넷 신문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한편, '뉴스면 비율을 50% 이상으로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즉, 초기 화면의 50% 이상을 뉴스로 채우지 않으면, 뉴스 서비스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법안 작업에 참여했던 변희재씨는 "포털 뉴스와 언론사닷컴의 차이는 오진 뉴스면 비율뿐"이라며, "인터넷 신문에서 뉴스면 비율 의무화는 공정경쟁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의하면, 포털이 제공하는 검색, 메일, 블로그, 커뮤니티, 게임 등의 제반 서비스들을 종이신문의 경품 끼워팔기 서비스와 유사한 불공정 경쟁이라는 것이다. 관련하여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한국의 포털은 세계 최대의 인터넷 무가지'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당사자인 포털 업체뿐만 아니라, 많은 정보통신·미디어 전문가들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민경배 교수는 "포털뉴스는 언론이기는 하지만 전통적인 의미로서의 신문과는 성격이 다른 뉴미디어"라며, "신문법으로 규제를 하겠다는 것은 포털뉴스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올드미디어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평화마을 피스넷 전응휘 사무처장 역시 포털에 대한 법적 규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 "종이신문에 대한 규제는 자본 집약적인 인쇄 매체 환경에서 나온 것"이라며, "전통적 규제 정책의 근거가 인터넷에 적용되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또한, 독점에 대한 규제는 독점하고 있다는 자체가 아니라, 독점력을 이용하여 시장에 역기능을 행사할 때 작동하는 것이라며, 포털은 이용자의 주도권이 상대적으로 강한 매체이기 때문에 섣불리 법적 규제를 얘기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중앙대 최진순 교수 역시 섣부른 포털 규제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표하며, '포털사이트 및 포털뉴스와 관련된 학제적, 사회적, 산업적 논의'가 보다 충실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순 교수의 지적대로, 현재 문제는 '포털의 미디어적 영향력이 크다는 점과 이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뉴미디어인 포털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진정으로 규제의 필요성은 있는지, 규제의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론적인 연구나 사회적 합의가 매우 불충분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포털 뉴스를 둘러싼 현재의 논쟁이 정파적인 감정 대립을 넘어 포털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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