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8호(200610) 기획 [독점이 부른 병, 케이블 TV 수신료 인상 사태]
케이블 방송 독점 규제와 난시청 해소 운동의 의의와 전망

김수정 / 관악케이블TV(HCN) 독점규제와 난시청 해소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 사무국장   anticab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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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방송 독점의 폐해가 극심하다

2005년 3월, 관악케이블TV방송(HCN)이 관악유선방송(KTN)을 인수합병하면서 케이블 방송의 독점이 이루어졌다.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방송사는 2005년 12월, 가입자들에게 충분한 사전 공지 없이 기본료를 4,400원에서 6,600원으로 50% 인상했다. 특히 방송위원회가 4,000원 이하의 의무형 상품을 제공하도록 강제하고 있음에도 관악케이블TV방송은 마치 최저가 상품의 요금이 인상된 것처럼 공지하여 부당하게 요금을 인상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출 가구의 케이블을 절단하여 전출가구와 전입가구가 모두 새롭게 설치비를 부담하게 하였다. 잦은 채널 변경과 축소도 주민들의 불만을 낳고 있다. 독점 케이블 방송사의 횡포에 주민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정도였고, 급기야 관악 주민들은 주민대책위를 결성하여 싸우고 있다.

케이블 방송사의 독점 횡포의 배경

관악뿐만이 아니라 서울, 부산, 경기, 경남 등 전국 각지에서 독점 케이블 방송사들의 횡포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경기도 성남지역에서는 케이블방송사가 일방적으로 방송 송출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케이블 방송사는 그간의 출혈경쟁으로 인한 적자를 해소하고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기업이 마련해야 할 투자비를 소비자인 시청자들에게 전가하는 주장으로 설득력이 없다. 해마다 50억~100억의 순이익을 내고 있는 케이블 방송사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특히 관악구는 대표적인 난시청 지역으로 대부분의 주민이 지상파 방송시청을 위해서라도 케이블 방송에 가입해 왔다. 때문에 독점 케이블 방송사가 요금을 대폭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주민들의 지상파 시청권마저도 위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관악구 주민들은 지상파 시청을 위해 KBS 수신료 2,500원과 케이블 방송 수신료 6,600원을 합해 월 10,000원 가까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불만이 더욱 거센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송위원회의 직무유기

이러한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방송 시청 권리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 방송위원회는 난시청 해소를 위한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지역케이블 방송의 독점을 방조 또는 조장하였다. 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등 시민들의 이해가 아닌, 거대 독점 케이블 방송사들의 이익만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각 지역의 주민대책위원회들이 방송위원회를 강력히 규탄하고 나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방송위원회는 2010년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면 전환을 위해서는 케이블 방송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변명한다. 공영방송인 KBS에서도 디지털 방송 실시를 명분으로 수신료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디지털 방송과 관련된 대기업들의 새로운 시장 확대를 통한 이윤창출이 목적이지, 주민들의 시청권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
주민들의 요구는 디지털 방송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상파 방송 시청권 확보 등을 통한 방송 공공성의 확보에 있다. 현재의 난시청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을 추진할 경우, 2010년을 전후해 한국사회에서 TV 대란이 몰아칠 것이 자명하다.
주민대책위원회 결성과 활동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민주노동당 관악구 위원회에서는 2월 말부터 피해사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월 15일 주민 2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관악케이블TV방송(HCN)을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였다. 이후 민주노동당 관악구 위원회, 아파트 관리사무소, 입주자대표회, 부녀회 간 논의를 통해 관악케이블TV(HCN) 독점 규제와 난시청 해소를 위한 주민대책위를 결성하여 힘을 모아 대응하고 있다. 관악주민대책위는 지난 4월 11일 기자회견을 하고 방송위원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5월 11일에는 각 지역대책위원회, 시민사회단체들과 공동으로 HCN을 비롯한 독점케이블 방송사의 허가를 취소하는 기자회견을 한 후, 방송위원회 이효성 부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케이블 방송의 독점횡포와 난시청 문제가 전국적인 사안이라는 판단에 따라 각 지역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지난 6월 16일 ‘케이블 방송 독점 규제와 난시청 해소를 위한 전국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가는 중이다. 지난 6월에는 방송위원회, 한국케이블TV협회 등과 공개 정책 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활동계획과 전망

전국대책위원회의 활동에도 케이블 방송의 독점횡포로 인한 문제는 아직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창원, 안양, 성남, 전주 등 많은 지역에서 케이블 방송사와 주민들 간의 대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문제해결을 위해서 나서야 할 방송위원회가 그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대책위원회는 지난 9월 19일 문화관광위 소속 민주노동당 천영세 국회의원과 간담회를 하고, 국정감사를 통해 이 사안을 의제화 할 방침이다. 그리고 방송위원회가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줄기차게 문제제기를 할 계획이다.
현재 1,400만이 넘는 가구가 케이블 방송에 가입해 있다. 이와 같이 케이블 방송 가입자가 많은 이유는 케이블 방송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보다는, 난시청 탓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국적인 공동행동을 통해 방송위원회와 공영방송(KBS, MBC, EBS)을 상대로 난시청 해소를 위한 대책을 강력히 촉구할 것이다.

시민들의 저항을 요금 인상에 대한 불만으로 단순하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는 독점 기업의 횡포에 맞선 저항이며, 시청권 확보를 통해 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운동이다. 전국대책위원회의 활동과 함께 지역 주민들이 앞장서는 새로운 미디어 운동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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