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8호(200610) 뜨거운감자
800만 회원의 구멍가게 네띠앙

이재민 / 네띠앙 피해보상 공동 대응 카페 운영자   jmc25@naver.com
조회수: 3840 / 추천: 70
손님이 800만 명이나 되는 구멍가게 상상이나 되십니까? 물론 손님이 그렇게 많은 구멍가게가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우스갯소리가 아닙니다.

1998년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에게 난생처음 이메일 주소라는 것을 선물해준 곳이 바로 네띠앙이었습니다. 호기심 가득한 저에게 홈페이지를 무료로 손쉽게 만들게 하여, 사이버 공간에 나만의 집을 선물해준 곳 역시 네띠앙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애정을 가지고 네띠앙을 이용했습니다. 인터넷 사용이 유일한 취미인 저에게 네띠앙은 일종의 고향 같은 곳이었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지식검색이다, 인터넷 카페다 해서 유용한 기능들이 있는 포털이 많지만 저는 하루에 한 번씩 꼭 네띠앙에 접속했습니다.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죠. leejaem@netian.com. 이것이 제가 처음으로 만든 메일 주소입니다. 사실 메일주소를 바꾼다는 것은 실제로 이사를 해서 바뀐 주소를 일일이 알리는 것처럼 번거로운 일입니다. 자주건 가끔이건 연락이 오는 지인들에게나, 여러 정보를 받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 제 바뀐 이메일을 일일이 통보해야 하니까요. 또 자그마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던 저는 더더욱 그랬습니다. 물론 저뿐만 아니라 저와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같은 이유로 지금껏 네띠앙 이메일 서비스를 이용한 분들이 상당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난달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800만 회원과 1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네띠앙의 서비스가 지난 7월 말 예고도 없이 사흘간 중단되었습니다. 다시 서비스가 재개된 후, 죄송하다는 몇 줄의 짤막한 사과문만 잠시 공지한 채 서비스를 전면 중단시켰습니다. 마치 구멍가게가 문을 닫듯이 말이지요.
그렇게 아무런 대책 없이 네띠앙이 사라져서 피해를 본 많은 사람이 ‘네띠앙 피해보상 공동 대응 카페’에 가입을 해서 피해상황을 올렸습니다. 이번 네띠앙 접속중단 사태에 따른 피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저처럼 네띠앙으로 전송되는 메일을 받지 못해 피해를 당한 경우입니다. 회사에 이력서를 넣고 메일로 답변을 받기로 했는데 받지 못하거나, 비싼 돈 주고 만들어 놓은 명함이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메일로 펜팔 하던 외국 친구들과 연락이 끊어졌다는 사람, 가입해 놓은 사이트의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 나 비밀번호를 메일로 받기로 했는데 확인할 길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입과 동시에 메일 주소가 부여되는 네띠앙의 메일서비스 때문에 수많은 이용자가 피해를 봤습니다. 어떻게 보면 네띠앙 주소가 들어있는 이메일이 있는 800만 회원이 모두 피해자라고 할 수도 있겠죠.

네띠앙 홈페이지 서비스를 이용하다 손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네띠앙은 당시에는 파격적으로 회원들에게 무료로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지난달을 기준으로 약 8만 명의 회원이 네띠앙의 무료 또는 유료 홈페이지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일상을 담은 홈페이지부터,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쇼핑몰 또는 펜션이나 민박 업소의 홈페이지, 동아리나 단체 등의 공식 홈페이지 등 그 종류는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홈페이지가 갑자기 접속되지 않은 것입니다.
당장 여름철 성수기였던 지난달, 숙박업소 운영자들은 홈페이지로 예약을 받을 수 없어 한 해 장사를 망쳤다며 분개했습니다.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고객들에게 신용을 잃어, 사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육아일기를 홈페이지로 꾸며 놓았다는 주부, 자신의 학술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는 학생, 자신이 몇 년간 찍은 소중한 사진들을 홈페이지에 간직해 놓은 사람들은 이대로 자료가 없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네띠앙의 파산선고가 난 지 한 달이 다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그분들의 소중한 자료를 찾아 볼 수가 없으니 정말 분통 터질 일입니다.

웹호스팅 서비스인 마이웹의 중단으로 생긴 피해도 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마이웹 서비스에 대해서는 네띠앙도 심각성을 느꼈는지 서비스 중단 5일 만에 재개했습니다. 그러나 그 5일간 마이웹 서비스를 쇼핑몰 사이트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사용하던 판매자들은 갑작스레 자신의 물품사진이 뜨질 않아 비싼 수수료를 내고 등록한 상품들을 못 팔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금전적 피해를 보았으며, 판매 신용도도 땅에 떨어졌다고 분개했습니다.

이처럼 금전적 또는 심적인 피해를 당한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아, 공동 대응 카페는 네띠앙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극명한 피해를 입은 상황이기에 승소는 당연하리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소송에 앞서 자문을 얻은 결과, 일단 소송비가 들고, 이미 파산선고를 받은 네띠앙에 승소하더라도 금전적인 보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재 네띠앙을 관리하는 법원에서 네띠앙 사용자들의 소중한 개인자료를 백업할 기회를 신속하게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파산선고가 내려진 지 한 달이 되는 오늘까지도 아무런 통보가 없어 회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네띠앙 파산에 따른 후속 대책이 미비한 것은 이렇게 큰 규모의 포털사이트가 파산한 것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네띠앙 사태의 해결이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천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이른바 대형포털사이트가 파산할 수도 있고, 요즘 네티즌들이 많이 이용하는 블로그나 개인 홈피 서비스 업체가 파산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에도 네티즌들이 포털사이트에 저장해 놓은 메일과 블로그, 미니홈피의 자료를 받아볼 수 없는 상황이 재현된다면, 그야말로 인터넷 대란이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얼마 전 만난 정보통신부 관계자가 앞으로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토론회를 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개인 자료를 취급하는 사이트의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백업 받을 수 있게 한다든지, 일정 규모 이상의 포털사이트를 보험에 들게 하여 파산 후에도 얼마간 운영을 가능케 하자는 등의 방안은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네띠앙 사태가 이렇게 많은 관심을 끌게 된 데에는, 끝까지 자신들의 권리를 버리지 않고 정부와, 언론, 법원에 피해를 알리려고 노력한 네띠앙 회원들의 노력이 큰 몫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때, 혹여 그것이 무료 서비스일지라도 부당함이나 불편을 느낀다면 언제든지 시정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더 나은 인터넷 서비스를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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