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8호(200610) 미디어의난
독립미디어플랫폼 4회: “웹에서 곧바로 영상 편집을 하게 되면!” [1]

조동원   jonairshi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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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를 위한 것인지 집단지성의 진화인지 웹2.0(기술)이 보여주는 ‘새로움’은 과장된 면이 크지만 실감나는 부분도 있다. 특히 에이작스(ajax)라는 웹 (프로그래밍) 언어(자바스크립트와 XML의 조합)는, 기존의 방식이 브라우저가 웹 서버에 요청을 보내면 응답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면, 이제 그럴 필요 없고 웹 페이지 전체를 로딩하지 않고도 html의 일부분만을 변경할 수 있게 한다 (참조: "또 다른 인터페이스는 가능하다 - ajax 애플리케이션 알아보기", <네트워커> 28호 ‘레니의 떼끼’). 에이작스가 적용된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는 구글 지도다(maps.google.com). 마우스로 잡아끌면, 기존의 방식에서는 웹 페이지 전체가 뒤집어 까졌는데, 이제는 보려고 끌어당긴 쪽의 이미지가 곧바로 구현되는 것.

이러한 웹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경향이 각자의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될 수 있겠다는 예상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웹에 접속해 브라우저에서 곧바로 영상 편집을 가능하게 하는 웹 사이트를 만들어냈다: eyespot.com, jumpcut.com, motionbox.com 등이 그것이다. 다들 태어난 지 몇 개월 안 된 것들인데, 이 사이트들은 웹에서 곧바로 사진과 음악을 포함해 비디오를 편집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이제 이 사이트에 자신의 계정을 만들 수 있고, 직접 촬영한 것을 업로드하거나 아카이브된 다양한 비디오 소스들을 활용할 수 있으며, 필요한 비디오 소스의 필요한 부분만 잘라 내거나 선택하고 복사본을 만들어 편집하거나 이미 편집된 것을 재편집(remix)할 수 있다. 편집하는 과정에서 또한, 음악을 넣을 수 있고 자막이나 화면전환 효과도 줄 수 있다. 클릭 몇 번으로!
이를 활용한 한 가지 사례를 볼라치면, 블로그 프로젝트(theweblogproject.com)라는 제목의 블로그가 있다. 이것은 블로그과 블로거들에 대한 1분이 안 되는 미니 인터뷰 클립들을 140여 개 정도 아카이브 해왔는데, 이 온라인 편집 사이트를 활용해 누구나 “블로그가 무엇이냐?”라는 주제의 동영상을 (재)편집하여 만들 수 있게 한 오픈소스 무비 프로젝트로 진화하였다.
이는 우리가 웹에서 영상을 다운로드하지 않고도 스트리밍(streaming)을 통해 영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에 더해, 스트리밍 비디오를 가만히 앉아 보지만 않고 직접 편집할 수 있게 하는 온라인 편집 시스템(Online Editing System)에 의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온라인 편집을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다행히 상업용으로만 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검색을 해보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프로젝트 커뮤니티인 소스포쥐(sourceforge.net)에 파티쥐(Partage)라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어 있다. MIT에 있는 한 선수가 이미 2004년에 개발한 듯하고, 그 웹 사이트(octune.org/Partage)에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고, 서버에 설치해 바로 사용해 볼 수 있다!

이를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아이디어

현재 그 어느 사안보다 많이 쏟아지고 있는 한미 FTA를 반대하는, 그리고 평택의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평화/인권운동에 대한 다양한 독립미디어 콘텐츠들이 나오고 있고 주류 방송이나 정부에서 만든 미디어 콘텐츠들에 대한 패러디 영상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9월 내내 한강-괴물-FTA라는 컨셉으로 한강 시민문화제를 하면서, 혹은 FTA 반대 행동하는 미디어 공모전(nofta.or.kr/parody)도 하고 하는데, 바로 위와 같은 독립적 미디어 웹 서비스가 있다면 딱!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독립미디어 제작자와 다양한 인터넷 이용자들이 촬영 소스를 공유하고 다양한 편집본을 만들어 내면서, 그야말로 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통한 사회적 여론 형성이 가일층 확대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이를 또한, 웹 브라우저 기반의 집단적 비디오 편집 시스템으로 활용하자고 하면, 국제적인 독립 뉴스 제작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현재 전 세계 곳곳에 130여 개의 인디미디어센터가 있는데, 이를 예로 들어 보자면 : 기성 뉴스 포맷처럼 도입 부분과 마무리 부분에 효과를 준 타이틀 같은 것들이 표준화되어 들어간다. 그리고 오늘의 뉴스 내용에는 전 세계의 인디미디어센터로부터 가져온 비디오 클립(video.indymedia.org 등)들을 드래그 하여 가져다놓으면 거친 컷 편집이 완성된다. 일련의 사진들을 드래그 하여 가져다 놓으면 슬라이드쇼가 되고 클릭 한 번으로 음악도 붙여지고, 그리고 거기에 나래이션을 입히는 등의 보이스오버 툴이 있어서 브라우저 인터페이스에서 곧바로 목소리를 녹음하고(odeo.com 참조) 편집에 포함시킬 수 있다. 덧붙여, (인디미디어센터의 특집 기사들로부터 가져온) 헤드라인 기사들이 자동으로 (자막으로) 지나가게 만들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당장에도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 가능한 매일 매일의 전 세계 진보뉴스를 담은 뉴스릴을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되어 각 공동체방송국이나 프리스피치TV(freespeech TV)와 같은 진보적 위성방송, 펌질(링크걸기), 퍼블릭 액세스, 해적TV, 모바일 기기를 통해 널리 배급될 수도 있다. 실제로 유럽에 있는 인디미디어(indymedia.org)의 비디오 활동가들은 매거진 방식의 정기적 유럽뉴스릴(european news real) 제작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해나가고 있다(europeannewsreal.indymedia.org 참조).
이러한 방식을 좀 더 일반화해 볼 수 있다. 독립적 영화제작자나 독립미디어 활동가들의 웹 커뮤니티가 있다고 하자. 이 웹 공동체는 위키(wiki)라는 협력적 문서 작성 도구를 사용하여 함께 영상 제작의 기획안이나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그러면서 하나의 공동 제작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기획자에 따라 완전 개방해서 누구나 참여하도록 하거나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혹은 완성된 것만 공유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기획이나 시나리오는 실제 영상 제작을 위한 스토리보드를 웹에서 곧바로 만드는 단계로 이어질 수 있고, 그에 기초하여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혹은 누구나 관련된 미디어(촬영본, 음악, 사진 등의) 소스들을 모으게 된다. 그러면서 이것들을 모니터하고 선택하고 태그를 붙이고 편집에 쓰기 위한 분류를 하는 과정을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 되었다면, 이제 편집에 들어간다. 이 역시 프로젝트 기획자나 제작자가 도맡아서 할 수도 있고, 모두에게 개방해서 공동 편집을 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jumpcut.com 등 참조). 그렇게 편집된 것에 더해, 음성 정보에 대한 녹취를 하고 다른 언어로 번역하여 자막을 넣는 것도 웹 상에서 바로 할 수도 있다.(www.dotsub.com 참조) 마지막으로 온라인 배급 도구도 필요하지 않을까. 비영리적인/대안적인 방식의 배급/판매와 공동체 상영을 위한 다양한 정보와 도구들을 만들 수도 있다.(crm2.metamute.org 참조)
한국처럼 초고속(브로드밴드)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곳에서, 그리고 광랜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무선 통신망을 통한 (멀티) 미디어 콘텐츠의 공유, 공동 편집, 전국적(전 지구적) 배급과 액세스가 더더욱 가능해지게 되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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