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9호(200611) 미디어의난
독립미디어플랫폼 4회:
“웹에서 곧바로 영상 편집을 하게 되면!” (2-2)

조동원   jonairship@gmail.com
조회수: 4892 / 추천: 85
화하는 오픈소스무비: 집단적 제작으로 ...

오픈소스소프트웨어 운동의 영향은 영상 미디어 영역에서도 “오픈소스무비”(open source movie http://en.wikipedia.org/wiki/Open_source_movie_production)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들을 낳았다.
오픈소스무비는 현재까지 명확한 정의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다음의 몇 가지 경우들에 해당된다. 우리가 영화를 제작될 때 GNU/Linux의 OS라든가 신데렐라(Cinderella), 키노(Kino), 김프(Gimp), 씨네페인트(CinePaint), 블렌더(Blender) 등의 멀티미디어 편집을 위한 오픈소스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거나, 다른 사람들이 새롭게 개작해서 쓸 수 있도록 허락된 공개된 미디어 소스(비디오 클립, 음악 등)를 사용하여 영화를 제작하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영화를 배급/출시할 때도 모든 저작 권리를 “과잉” 보호(all rights reserved) 받기보다 훨씬 공개적으로 자유롭게 배포(상업적 이용이나 2차 저작물 제작은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라이선스를 채택)하거나 아예 개작과 재배포가 가능한 자유콘텐츠라이선스(free content licenses)를 채택하는 것도 있겠다. 한마디로, 편집할 소스들로 오픈소스 콘텐츠를 활용하거나, 편집 과정에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거나, 배급할 때 다른 사람들이 저작권에 구애받지 않게 재배포 하거나 아예 새로운 제작의 소스로 쓰이도록 하는 영화 생산-배급의 공유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오픈컨텐츠(라이선스)운동(open contents license movement)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운동은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향을 볼 때 창작물의 자유로운 집단/공동의 창작과 향유를 적극적으로 추구한다기보다는, 창작물에 대해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법이 부여하는 권리의 일부 또는 전체를 포기하여 대중에 공개하는 것에 초점이 있었다(정보공유연대, “카피레프트와 OAL - 국내외 정보공유운동 모델과 Open Access License” http://www.ipleft.or.kr/maybbs/view.php?db=ip&code=seminar&n=45&page=3). 그런데 이제 그 편집 과정이 웹에서 가능하게 되면서, 가장 협력이 어려웠던 영화 제작의 포스트프로덕션 단계까지 오픈소스 방식을 실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단적 노력에 따라 공유와 협력의 공동 제작 모델을 만들어나갈 여지도 더 커졌다고 본다.
더 나아가,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비디오/TV의 (새로운) 협력적 제작 방식은 비단 인터넷에 접속했을 때만 해당하는 얘기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구현되지 않았다 뿐이지 현재까지 등장한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위의 온라인 편집 웹사이트들도 최종 (재)편집된 것을 (여러) 웹사이트들에 올리거나(publish)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하는 정도이지만, 마치 컴퓨터에서 문서 작업을 해서 프린터로 인쇄를 하는 것처럼 온라인으로 편집한 영상 콘텐츠를 DVD (등으)로 만들어 낸다면 어떨까. 그러려면 편집 이전에 사용하는 영상 소스 자체가 어느 정도 DVD 화질은 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p2p 방식(bit torrent 등)으로 공유하고, 이를 서버에서 저해상도로 가볍게 만들어 스트리밍을 해주면 이용자들이 이것들을 가지고 오리고 붙이고 요리조리 왔다갔다 하면서 (공동으로) 편집한 후에, 최종 편집본을 서버로 보내면 워낙의 DVD 화질의 소스들이 서버에서 자동 편집되어 나오게 되고, 다시 p2p로 대용량 미디어 파일을 다른 곳으로 보내거나 DVD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개발된, 혹은 좀 더 우리의 필요에 맞게 수정/개발하여 웹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한 비디오 편집과 방송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수 있다면, 이러한 작업들을 못하리란 법도 없다. 이 소스들은 DVD를 제작하여 배급함으로써, 혹은 p2p 파일공유 시스템을 통해 독립미디어나 공동체미디어 제작자 및 단체, 미디어센터 간에 온라인으로, 그리고 방송용으로 하여 지상파나 케이블, 위성, 무선 통신망을 통해 다양한 채널로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현재 이러한 웹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배급(publish)은 모바일(핸드폰 등)로도 가능해지고 있다(movedigital.com 참조).


탈중심적 제작과 배급/수용의 가능성

이러한 온라인 편집 시스템은 전혀 새로운 (미디어) 생산 도구가 등장했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있는 것들을 재조합하고 재구성하는 것일 텐데, 이것의 핵심은 “협력” 생산 혹은 “공동제작”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가능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말이다). 더 나아가, 온라인에서 만들 영화의 소스들을 구하기도 하고 편집하자마자 동시에 (온라인) 배급이 가능하다는 점 등에서 전체 제작 과정이 단축되는 장점도 있다(미디어 수렴[convergence]의 두 가지 기술적 측면, 즉 수직적인 것과 수평적인 것이 있다고 한다면, 여러 기능/기기 간의 수평적인 수렴과 다르게,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도 한, 아날로그적 매개 과정들을 없애는 수직적 수렴을 구분해 볼 수 있겠다. 대중적인 미디어 제작 환경에서도, 아직 비싸지만 테잎 안 쓰는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소스를 서버에 바로 무선 전송하고, 이를 곧바로 웹에서 공동 편집하여 유무선 통신/네트워크로 배포하는 방식도 먼 이야기는 아닐 듯 하다).
그에 더해, 위에서 말한 DVD 제작을 비롯해, 극장상영이나 공동체상영, 지상파/케이블/위성방송, 모바일 등과 곧바로 연동되는 기술 역시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라, 서로 다른 미디어 간의 수렴(convergence)은 공유와 협력의 생산방식을 계속 새롭게 만들어나가지 않을까 싶다. 이와 같이, 말하지면 미디어의 “탈중심적 제작과 배급/수용 과정”이 최소한 기술적으로는 완성되어 가는 흐름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닌 듯 하다. 이제 무엇이 필요한가.


덧붙여: 공공영역의 급진화와 함께...

기술의 발전을 사회적 진보로 곧바로 비약할 의도는 없지만, 사회적 진보 그리고 이를 위한 대안들을 구상해보는 한 가지 접근 방식으로서 온라인에서의 영상 편집 시스템이라는 기술적 가능성에 착안해보았다. 전사회적인 생산(제작) - 배급 유통 - 상영 수용이라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웹에서의 이러한 실험을 통해, 웹과 현실에서 계속 적용해보고 진전시켜나가는 공유와 협력의 모델을 만들어야 나가야 할 일이다. 이를 통해/ 그리고/ 이를 위해 자발적 참여와 개방적 참여 구조, 정치 기획으로서 공공영역의 급진화라는 좀 더 큰 전략 속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일단, 그 한 가지 단상만 덧붙이면 이렇다. 공유와 협력의 생산 모델은 기술적인 필요조건만으로는 당연히 가능하지 않고, 반드시 자발적인 참여에 기반 해야 한다. 자발적인 참여는 다양한 맥락 속에서 계속 존재하지만, 이를 지속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늘 과제다. 이는 일정하게 문화적으로, 더 나아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꼴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러면 그 자발성이 죽기 일쑤이다. 이런 딜레마를 넘어서는 것, 이를 위해 그 자발성에 대해 제도/정책/기구, 그리고 이들을 아우르는 전 사회적 관계는 개방적 참여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기술적 필요조건이 생산력(어느 정도까지 생산할 수 있느냐의 가능성)이라면, 참여의 개방적 구조는 생산관계(어느 정도까지 수평적이며 탈중심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의 가능성)에 대한 시도인 셈이다. 생산관계의 변화에 대한 정치 기획 없는 생산력의 활용은 어느 순간 저 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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