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호 나와
책 읽어 주는 컴퓨터, 소리로 듣는 컴퓨터

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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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주(이하 서) : 컴퓨터를 배운지 얼마나 되셨어요?
차승우(이하 차) : 이제 겨우 4개월 정도 밖에 안됐어요 강남구에서 컴퓨터를 나눠줬는데, 그때 받아서 배우기 시작했죠. 시각장애우들을 위한 선생이 복지관이나 집으로 와서 수업을 해줘요.

서 : 시각장애인들은 볼 수 없는데....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무척 궁금한데요
차 :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있어요. ‘이브’나 ‘가라사대’같은 프로그램을 쓰면, 화면에 있는 글자를 하나하나 순서대로 다 읽어줘요(승우씨가 키보드의 화살표를 위 아래로 움직이자, 시작메뉴부터 파일 안의 글자들까지 모두 읽어주는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노트아이’라는 프로그램을 같이 쓰면 마치 책을 읽어주듯이 파일 안의 글을 읽는데, 전 주로 소설을 들을 때 써요. 최근에 소설 ‘엽기적인 그녀’를 컴퓨터로 들었는데, 정말 재밌더라구요.
서 : 컴퓨터 켜는 것부터 보여주실 수 있어요?
차 : 우선 전원을 넣구요 윈도우가 뜨면 Alt키를 눌러요. 그럼 (시작메뉴에서) “윈도우 카달로그~ 노트아이~” 하면서 순서대로 읽어주거든요. 원하는 메뉴가 들리면 엔터를 쳐주고....다시 Alt키와 화살표키로 (켜진 프로그램)의 메뉴를 듣고 골라요. “메뉴열림”- “파일” 엔터- 내려가서 “불러오기” 엔터 -(불러오기 창에서) “사슴벌레.txt”엔터. 이렇게 하면 소설을 읽어줘요 컴퓨터가. 평상시에는 모니터를 켜지 않아요. 보이지 않으니까 전기료 아껴야죠(*^-^*)

서 : 정말 그러네요. 모니터가 안나와도 되는군요. 마우스를 못쓰는데, 컴퓨터 배울 때 힘들지 않으셨어요?
차 : 처음에 배울 땐, 공책에다 자판순서를 써서 하나하나 외웠어요. 그나마 돋보기를 쓰면 조금 보니까요. 좀더 쉽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전 초보라 일일이 자판을 외우고, 메뉴를 다 들어야 돼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 : 책 듣는 거 말고 컴퓨터로 다른 것도 해요?
차 : (계속해서 시범을 보이며)음악을 듣거나 책을 들을 때 써요. 또 취미가 마라톤이라, 기록을 컴퓨터에 저장해 놓거나 제가 뛴 사진들을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요. 얼마 전에 60km를 뛰었는데, 그런 기록들을 컴퓨터에 남기는 거죠. 한 달에 3만원이 넘는 인터넷전용선이 부담스러워서 아직은 못 깔고 있지만, 9월이면 인터넷도 깔고 교육도 더 받기로 했으니까 완전히 마스터할 계획이에요

서 :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되면 뭘 할 계획인데요?
차 : 복지관에서 인터넷을 통해 음악이나 소설을 다운 받아서 CD로 구워 오는데, 컴퓨터를 배우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잖아요. 전 마라톤 선수니까 언제 어디서 경기가 있나 알아보고, 마라톤 게시판에 글도 읽고, 시각장애인협회나 복지관, 마라톤협회에도 자주 들어가게 되겠죠. 친구들이랑 메일도 주고 받을 수 있구요. 물건 살 때 근처 할인매장과 가격도 비교해보고 살 생각이에요.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비교해보게요(*^-^*)

서 : 컴퓨터는 하루 몇시간이나 하세요?
차 : 지금은 백수니까 2-3시간 정도 하는데, 9월에 인터넷 깔고 나면 더 하지 않겠어요. 컴퓨터는 잘 안쓰니까 까먹더라구요.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해야죠. 재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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