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40호(200612) 북마크
각론에 숨은 악마를 조심하자!!
『한미FTA의 마지노선』(송기호, 개마고원, 2006.10.)

자일리톨 /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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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북한의 핵실험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더니 이제는 부동산값 폭등으로 노무현 정권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뜨겁다. 그러고 보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참 다이나믹하다. 뭔가 안정적인 생활을 원하는 국민이라면 하루빨리 짐 싸들고 이민대열에 동참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닌가하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생각마저 든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 속에서 우리에게 메가톤급 핵폭탄의 위력을 지닌 한미FTA 협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다소 식은 듯 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미FTA로 우리의 관심을 돌려보고자 한다.

한미FTA 협상은 지난 10월 4차례의 협상이 끝남으로써 이제 마지막 5차 협상만을 남겨두고 있다. 초기 진보세력의 한미FTA 반대의 논거는 정부의 졸속적인 협상추진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었다. 최고 정책결정자의 생뚱맞은 결정으로부터 시작된 협상이어서 그런지 일반국민의 눈으로도 석연치 않은 부분(4대 선결조건 의혹,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통계조작 의혹, NAFTA 이후의 멕시코와 캐나다를 둘러싼 논쟁 등)이 다수 발견되었고, 초반에는 이러한 정부의 졸속추진 및 통상교섭부문 의사결정의 불투명성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 논쟁은 한미FTA의 내용을 둘러싼 논쟁으로 발전했다. 통상교섭본부가 협상안을 포함한 세부적인 정보공개를 거부하였지만, FTA 반대세력은 단편적이고 산발적으로 파악된 정보를 조합하여 한미FTA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때 각 사회단체들이 조직화해 범국본을 결성하고, 범국본 차원의 “국민보고서”를 발간했던 것은 한미FTA 반대운동의 질적 도약을 가능케 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이 보고서는 두께에서부터 부담스러워 아직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다. ㅠㅠ)

이후 투자자 국가제소권 허용, 지적재산권 강화, 쇠고기 등 식품수입과 관련된 구체적인 반대논리가 끊임없이 제시되었다. 이 책은 이러한 한미FTA의 쟁점 몇 가지를 각론수준에서 고찰한 결과물이다. 저자가 제목에서 사용한 ‘마지노선’이라는 용어에는 만에 하나 지금까지 제기되었던 문제점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그대로 한미FTA가 체결된다고 했을 때, 우리가 끝까지 미국에 요구하여 관철시켜야 할 최소한의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하겠다.

그 최소한의 것은 한미FTA에서 투자자 국가제소권의 삭제, 식약품에 대한 방어벽 구축, 미국의 반덤핑정책 완화, 한국인에 대한 취업비자 제공 등이다. 그러나 저자는 지금까지 해왔던 한국 통상관료들의 행태를 돌이켜보며 우리 정부가 과연 이 같은 성과를 거머쥘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한국은 그간 미국의 부당한 통상요구에 충실히 부응해온 국가이다. 예를 들어, 2004년 8월 미국의 부당한 반덤핑정책 운영에 대해 WTO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를 승인하였지만, 한국만이 유일하게 부과하지 않는 영예를 차지했다. 그리고 쌀협상, 마늘협상 등 통상협상 내용은 국가기밀 수준으로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왔다. 말 그대로 통상관료 독재에 다름아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통상절차법이 권영길 의원에 의해 현재 발의되어 있지만, 국회 어느 곳에선가 쿨쿨 잠자고 있는 상황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무능한 정부 때문에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저자의 한미FTA에 대한 실용주의적 비판이 시원시원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형편없는 관료들이 자신들의 무능을 훈장을 받을만한 치적으로 내세워 하나둘씩 영전해가고, 몇 년이 흐른 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이 떠안는 관행이 되풀이되지 않기만을 바래본다. 그때 가서는 김종훈 비슷한 사람이 다시 나타나 “지난번 한미FTA 협상은 제가 안 했습니다.”라고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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